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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정용진 취임 100일···친근하던 형에서 '신상필벌' 회장님으로

유통·바이오 채널

정용진 취임 100일···친근하던 형에서 '신상필벌' 회장님으로

등록 2024.06.14 18:03

수정 2024.06.14 19:12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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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회장 취임 100일 맞아···선택과 집중. 수익성 강화에 올인두문분출하며 경영 몰두···공식적으로는 SNS·골프·야구 끊어실적과 주가 회복 과제로 남아있어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

'용진이 형'이 변했다. 지난 3월 9일 회장 취임 이후 조직개편과 경영효율화에 집중하면서 차근차근 '정용진의 신세계'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오는 15일 회장 공식 취임 후 100일을 맞는다.

정 회장은 취임 이후 격변하고 있는 유통시장 속에서 자신만의 과감한 시도와 혁신으로 사업적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내부엔 긴장감을 부여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과거 그가장 부회장 시절 시도한 많은 신사업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사업 철수로까지 이어진 점을 들어 회장 취임에 우려를 표한 것도 사실이다. 게다가 이마트는 법인 설립 후 사상 첫 영업손실이라는 위기를 겪었다.

현재 이마트는 정 회장 취임 후 선택과 집중을 통해 돌파구를 찾는 등 큰 내부 변화를 겪고 있다. 무엇보다 조직 개편 과정에서 '신상필벌'을 명확히 하며 책임경영을 강조한 탓에 그룹 내 분위기부터 달라진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정 회장 취임 후 약 2주 만에 이마트는 창사 첫 희망퇴직을 실시하기도 했다.

4월에는 실적이 부진한 신세계건설 대표를 교체하며, 수시인사 전략을 택했다. 과거엔 계열사 대표들의 실적이 부진하더라도 정기인사 때까지 기다려주는 관행이었지만 앞으로는 철저한 성과 중심으로 즉시 인사 조처하겠다는 취지다. 이 과정에 정량적 지표를 강화한 새로운 핵심성과지표(KPI)를 적용하는 등 느슨했던 조직 문화에 긴장감을 주고 있다.

비상경영체제 속에서 전사적인 비용 감축도 현재 진행형이다. 법인카드로 이뤄졌던 임직원 골프는 사실상 금지됐고, 이달부터는 장기근속직원 대상의 무급휴직제도가 시작된다.

무엇보다 정 회장 본인도 변화했다. 연일 화제를 모았던 80만 팔로워의 SNS를 정리한 것이 대표적이다. 공식적인 야구장 출입을 멈췄고, 골프장에서도 두문분출하다고 알려졌다. 대신 업무 시간을 더 늘리는 등 엄중한 자세로 경영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비상경영을 선언했던 정 회장은 당시에도 "스스로 변화하지 않고 변화를 요구만 한다면 뒤따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는 경영 정상화를 외치면서 모범을 보이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지난달 31일 오랜만에 지인의 SNS에서 모습을 드러낸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사진=배우 이상원 SNS지난달 31일 오랜만에 지인의 SNS에서 모습을 드러낸 정용진 신세계 그룹 회장/사진=배우 이상원 SNS

수익성 개선을 위한 결단도 이어졌다. 정 회장은 그간 온·오프라인으로 퍼져있던 그룹 역량을 오프라인으로 집중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내달 1일 이마트와 이마트에브리데이의 합병을 마무리 한다. 오프라인 유통사업간 비효율을 없애고 시너지를 확대하는 전략이다. 이마트 입장에서 상품 매입 규모를 키워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고 함께 물류센터를 이용하는 등 효율성을 확대할 수 있다.

또 이마트는 이달 1일부터 기존 오후 10시까지 운영되던 점포들 중 68곳의 영업시간을 오후 11시까지 1시간 연장했다.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등이 오후 10시까지 영업을 지속하기 때문에, 야간 장보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끌어들여 경쟁 우위에 서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본업 강화라는 정 회장의 밑그림은 바로 실적개선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마트는 오프라인 강화 정책과 신선식품 가격 경쟁력을 높이면서 올해 1분기 영업이익 137억원을 내고 전년 동기보다 245% 성장하는 기록을 세웠다. '가격 역주행'을 내세운 할인점과 트레이더스도 실적 호조를 보였다. 이에 주력 사업을 재정비하며 안정적인 첫 단추를 끼웠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커머스 사업에서도 효율적인 변신을 시도 중이다. 정 회장은 사촌인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손을 잡고 물류혁신에도 나선다. 신세계와 CJ그룹은 지난 5일 사업제휴 합의서를 체결하고 협력을 약속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G마켓의 배송은 CJ대한통운을 통해서만 이뤄지며 익일배송 서비스인 '오네'를 통해 배송 서비스도 강화된다. 또 G마켓의 익일도착 배송이 기존 오후 8시 마감에서 자정까지로 4시간 늘면서 고객 편의도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SSG닷컴도 CJ대한통운에 배송을 맡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으며, 김포 NEO센터 2곳과 오포에 지은 첨단 물류센터를 CJ그룹으로 이관하는 것도 협의 중이다. 이는 총수인 정 회장의 결단이 없었다면 이뤄지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SSG닷컴을 둘러싼 위협요소도 제거하며 급한 불을 껐다. SSG닷컴의 기업공개가 지연되자 1조원을 투자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 등 재무적 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를 요구했지만, 최근 지분 30%를 제 3자에 되팔기로 하면서 분쟁이 일단락됐다.

다만 주가 안정화는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2021년 19만원대를 기록했던 주가가 지난 7일 6만원선으로 무너지며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2011년 상장 후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본업 재정비를 통한 재무건전성 확보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 자체가 이마트의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면서 "이커머스 중심으로 재편된 유통업에 대한 시장의 회의적인 시각을 극복하고 그룹의 수장으로서 과감한 결단으로 그룹과 주가를 적극 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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