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C 현물 ETF 출시 효과 덕에 27개월 만에 전고점 돌파팩트 없는 루머에 겁먹은 개미 '줄매도'···BTC 가격 급락'근거 없는 등락'은 시장에 없다···신중한 투자 자세 필요
지난 1월 비트코인 현물을 기초자산으로 삼은 상장지수펀드(ETF)의 출시를 계기로 상승세에 시동을 건 비트코인은 지난 3월 역사적 전고점 경신 기록을 이어가며 비트코인의 화려한 전성기가 길게 찾아올 것이라는 기대를 키우게 했다.
비트코인은 이달 초까지만 해도 9000만원대 후반의 가격을 기록했으나 시장 안팎을 어지럽혔던 각종 악재 때문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렸다. 1억원선의 문턱이 손에 닿을 듯 닿지 않았지만 이제는 보이지가 않을 정도로 멀리 내려왔다.
머리는 용의 모습이지만 꼬리로 갈수록 뱀의 모습처럼 힘을 잃어버린 것을 '용두사미(龍頭蛇尾)'라고 한다. 올해 상반기 비트코인 시세를 요약한다면 용두사미가 딱 맞는다. 비트코인은 어쩌다 용두사미의 흐름을 보이게 됐을까.
# 겹겹이 쌓인 루머에 속절 없이 떨어진 비트코인
폭락의 시작은 늘 시장의 불안요소로 자리잡고 있던 마운트곡스의 매도 루머였다. 한때 세계 최대 디지털자산 거래소였으나 해킹으로 문을 닫은 마운트곡스가 다음달부터 비트코인 채무 상환에 돌입할 것이라고 24일 공식 발표했다.
마운트곡스가 채무 상환에 나선다는 계획이 공개되자 지난달 마운트곡스가 보유하던 비트코인 약 14만1686개가 타 월렛으로 이체된 정황이 부각됐다. 마운트곡스가 채무 상환으로 비트코인 약 14만개를 채권자들에게 보상할 것이며 해당 물량들이 고스란히 시장에 쏟아질 것이라는 루머가 퍼졌다. 이 루머 때문에 비트코인은 지난 24일 순식간에 4% 급락했다.
급락한 비트코인은 하루 만에 안정을 되찾는 듯 했다. 지난 25일에는 저가매수세 유입 덕에 약 2% 반등하며 안정세를 찾았다. 시장 안팎에서는 낙관론이 돌기까지 했다. 디지털자산 분석가들은 "현재의 하락으로 가격에서 점점 거품이 사라지고 있다"며 "(비트코인의 하락은) 끝났거나 바닥에 가까워졌다"는 설명을 늘어놨다.
그러나 시장의 낙관론을 비웃듯 비트코인은 26일 다시 폭락했다. 이번에는 미국 정부가 비트코인을 처분할 것이라는 루머가 문제였다.
미국 정부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 약 3940개를 미국 최대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이체한 사실이 밝혀졌다.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거래소 이체 사실은 곧바로 비트코인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루머는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거래소 이체 사실이 공개되자 독일 정부의 비트코인 거래소 이체 사실도 부각되며 시장의 우려를 키웠다.
무섭게 번진 루머는 비트코인의 반등 흐름을 우습게 꺾어버렸다. 반등에 실패한 비트코인은 27일부터 상승폭을 고스란히 반납한 채 지루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 팩트 없는 루머가 공황매도·시장 불안 요인 됐다
비트코인의 가시적인 하락 이면에 투자자들이 간과한 사실이 있다. 6월 마지막 주 비트코인의 하락을 야기한 루머에는 실체가 없었다는 점이다. 단순한 심리적 공포에 시세가 출렁였다는 사실을 볼 필요가 있다.
마운트곡스를 시작으로 미국 정부와 독일 정부까지 이어지는 루머를 유심히 살펴보면 공통된 부분을 찾을 수 있다. 어떤 루머 속에도 해당 주체들이 비트코인을 실제로 매도했다는 '팩트'가 없다. 마운트곡스, 미국 정부, 독일 정부가 비트코인을 이체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이 비트코인을 매도한 온체인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았다.
"거래소로 옮겼으니 이제 팔 것"이라는 심리적 공포에 투자자들은 비트코인을 내던지는 공황매도(패닉셀)에 나서기 시작했고 이 매도 흐름은 디지털자산 시장 분위기를 급랭시켰다.
온체인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주기영 크립토퀀트 CEO는 루머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주기영 CEO는 지난 27일 자신의 X 계정에 "미국 정부의 비트코인 판매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적을 것으로 보인다"며 "나는 '정부 매도발 FUD(공포·불확실성·의문)'에 지쳤다"는 글을 남겼다.
# 폭락 전 '비트코인 단타개미 평단가' 공개, 과연 우연일까?
비트코인이 6만1000달러선까지 하락한 시점에서 투자자들이 주목해서 봐야 할 과거 온체인 데이터가 존재한다. 바로 6월 둘째 주에 공개된 단기 투자자 비트코인 평균 구매가다.
지난 10일 디지털자산 전문가 반 스트라텐은 155일 이내로 비트코인을 보유한 '단기 투자자'들의 평균 매수 단가가 6만4000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스트라텐이 공개한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비트코인 단기 투자자들의 평단가는 지난 18개월동안 지속적으로 상승하며 지난주 6만4000달러를 돌파했다.
7만달러로 6월을 맞이한 비트코인의 가격은 천천히 하락했다. 6월 마지막 주를 시작하는 24일 오전에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6만4000달러에 진입했다. 비트코인이 단기 투자자들의 평균 구매가에 진입하자 마치 기다린 것처럼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악성 루머가 시장에 번지기 시작했고 이 루머에 낚인 단기 투자자들이 매물을 던진 것이다.
결론적으로 6월 마지막주 비트코인의 하락세는 실체 없는 루머가 꾸준히 생산됐던 상황에서 단기 투자자들의 평균 구매가격 공개가 기폭제 역할을 하면서 겁을 먹고 물량을 시장에 던진 투자자들의 공황매도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몇 가지 의문이 생긴다. 비트코인의 폭락 직전 비트코인의 가격이 단기 투자자들의 평균 구매가인 6만4000달러에 막 진입했던 사실과 동시에 쏟아진 실체 없는 악재는 과연 지독한 우연의 일치인가 라는 의문이다.
# 비트코인 차트 곡선은 어디로 가나?
내러티브적 요소로 봤을 때 비트코인에게는 오히려 긍정적인 요소가 가득하다. 비트코인의 가격을 상승 시킬 만한 뉴스 거리가 많다.
과거 세 차례의 비트코인 반감기 때 사례를 보면 반감기 발생 이후 몇 달의 시간차를 두고 비트코인의 가격이 최고가로 치솟은 바 있다. 4번째 반감기가 지난 4월 하순에 온 만큼 올해 하반기에는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 치솟는 패턴을 나타낼 가능성이 크다.
알트코인 ETF의 선두주자인 이더리움(ETH)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는 바로 다음 주인 7월 초 승인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더리움 현물 ETF는 비트코인이 뿐만 아니라 디지털자산(암호화폐) 시장 전체를 상승 견인할 수 있는 강력한 호재다.
미국 내 비트코인 현물 ETF의 자금 흐름은 들어오는 돈보다 빠져나가는 돈이 더 많은 상황이다. 하지만 미국 내 비트코인 현물 ETF의 출시 이후 현재까지 누적 순유입액을 고려할 때 최근 며칠 사이의 순유출 규모는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여기에 홍콩에서도 아시아 첫 비트코인 현물 ETF 시장이 열렸다. 금융상품으로 자리매김한 비트코인 시장을 두고 글로벌 판매 경쟁이 시작된 것이다.
상반기 비트코인 시세를 다시금 요약한다면 '용두사미'가 따로 없다. 그러나 확실한 팩트와 근거가 있었던 비트코인의 전고점 돌파 당시와 달리 비트코인의 하락에는 근거가 없는 루머 때문이었다는 점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모든 자산 시장 시세의 등락에는 확실한 근거가 있기 마련이다. 자산 가치의 폭락에 대해 겁이 난다고 하더라도 섣부른 루머에 속지는 말자. 팩트 확인을 제대로 하고 난 뒤에 투자 방향을 정해도 늦지는 않다.
뉴스웨이 권승원 기자
ksw@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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