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까지 책무구조도 내면 금융사고 제재 면제금융사 "고삐 잡힐 재갈···인센티브 실효성 떨어져"전문가 "임직원 제재 한계···CEO·회사에 집중돼야"
금융감독원은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브리핑을 열고 '개정 지배구조법 시행 관련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및 제재 운영지침'을 발표했다. 책무구조도에 기반한 내부통제 관리체계를 조기 도입하는 금융사에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게 주요내용이다.
지난 3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금융사들은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이후부터 '내부통제 관리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책무구조도를 제출한 금융사들은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 시 제재를 받게 되기 때문에 법정기한(내년 1월 2일)에 앞서 조기 도입할 유인이 크지 않았다.
금융당국은 오는 10월 31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고 법정기한까지 운영하는 금융사에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선 인센티브에 대한 회의론이 지배적이다. 남들보다 먼저 책무구조도를 제출했을 때 얻는 메리트보다 리스크가 더 크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권 관계자는 "책무구조도 시범운영 중 법령위반 제재 면제를 인센티브로 받아들일 금융사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의 고삐를 잡을 제갈을 만들어 옥죄지 않을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라임사태 당시 기준없이 징계를 내렸다가 비판을 받았던 당국이 금융사에 대한 제재 근거를 명확히 했다고 봐야한다"며 "금융소비자 자산보호라는 궁극적인 취지에 부합하고 책무구조도에 대한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할 수 없도록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금융사와 협의해 책무구조도 제재에 대한 확정안을 만들겠다고 하는데, 현재 발표된 제재 운영지침은 구체성이 떨어진다"며 "당국에서 인센티브 카드를 꺼내며 조기 도입을 독촉하는 건 시간이 촉박하다는 걸 자인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은행 등 그룹사들이 먼저 준비돼야 하기 때문에 아직 초안도 나오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라며 "책무구조도가 원활히 작동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책무구조도를 언제 도입하느냐가 아니라 내부통제 강화와 금융사고 예방이라는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일각에선 금융당국이 제시한 책무구조도 운영지침을 근본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사고를 예방하려면 인센티브 대신 페널티를 줘야하고, 임원이 아닌 CEO와 회사에 대한 제재가 강화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책무구조도 도입 취지는 좋지만 방법론 측면에서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인센티브 카드를 꺼낸 금융당국은 금융사들이 선제적으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길 바라고 있지만, 금융사들은 여전히 서로 눈치보기에만 바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은행의 경우 행장(CEO)의 영향력이 매우 높은데, 임원급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한다고 해서 금융사고가 예방되긴 어렵다"며 "금융사고 발생 시 행장에 대한 법적 처벌, 은행업 면허 반납, 회사의 주력사업 제한 등 강력한 페널티를 받게 된다면 CEO가 앞장서서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게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한편 시중은행 관계자는 "임직원 인터뷰를 통해 책무를 배분하고 지배구조법 법령 등을 반영해 내부통제 관리조치를 설계하고 있다"며 "향후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관련 내용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pkb@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