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이미 렉라자의 FDA 승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던 관련 업계에서는 이제 렉라자의 글로벌 블록버스터 진입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블록버스터란 연 매출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 의약품을 뜻하는 말로, 현실화 된다면 렉라자는 국산 신약으로는 처음으로 블록버스터 반열에 오르게 된다.
실제로 글로벌 판권을 소유한 존슨앤드존슨(J&J)은 추가 임상을 통한 타깃 확대를 통해 렉라자+'리브리반트'(아미반타맙) 병용 요법 매출 7조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유한양행은 승인 당일 밤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이틀 뒤인 지난 23일 '렉라자 FDA 허가 기념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이번 일을 중요하게 다뤘다. 이 과정에서 나온 여러 가지 자평 중에서도 오픈 이노베이션에 대한 강조가 눈에 들어왔다.
유한양행은 지난 2015년 국내 혁신 신약 연구개발 전문기업 오스코텍의 자회사 제노스코가 개발한 렉라자를 기술 도입했고, 2018년 얀센에 기술 수출했다. 국내 판권을 제외한 글로벌 독점 상업화 및 판매권을 확보한 얀센은 당시 1조4000억원에 달하는 돈을 유한양행에 지불했다.
결과적으로 유한양행과 얀센의 선택은 이번 승인을 통해 결실을 보았고, 오픈 이노베이션의 모범사례가 됐다. 비록 FDA 승인 과정과 글로벌 시장 전략을 얀센이 주도하고는 있지만, 유한양행 역시 국내 판권을 유지하고 글로벌 임상과 승인 과정에서 얀센과 협업 과정을 거치는 등 일정 부분 성과를 얻어냈다.
이는 기존에 기술수출 이후 모든 권리를 상실하던 패턴과는 결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렉라자의 성공을 국산 독자 신약의 성과라고 떳떳하게 부를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다만 기자간담회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기술수출의 태생적 한계상 유한양행 측은 글로벌 임상이나 구체적인 FDA 진출 과정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이번 성과의 한계를 보여주는 동시에, 결국 온전한 '국산 글로벌 블록버스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력 진출'을 이루는 것만이 답인 이유를 보여주기도 한다.
국내 기업이 자력으로 FDA 문턱을 넘은 사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2019년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를 글로벌 임상 3상까지 직접 추진해 기술이전 없이 FDA 허가를 얻어냈다. 엑스코프리는 올해 미국 매출만 4000억원을 넘길 것으로 예측되며 순항 중이다.
아쉬운 것은 우리 기업에 이렇듯 충분한 역량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렉라자 승인 후 유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를 포함 별도 환영사나 견해를 밝히지 않고 있다.
블록버스터는 결국 연구개발비 투입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이고,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와 국내 제약사의 엄연한 규모 차이는 K-바이오 펀드를 비롯한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그에 대한 추진 의지로만 메울 수 있는 '갭'이다. 이번 일이 작은 발걸음이 아닌 위대한 도약을 위한 첫걸음이 되기 위해서는, 장작을 지필 '뜨거운 환영'이 필요하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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