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에 가계대출 성장 둔화···은행 NIM 훼손 불가피17년 전 '기시감'···정부 규제 이후 기업대출 역대 최고치견조한 기업대출 증가세···금리인하·경기회복 속도 관건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9조6259억원이나 폭증했다. 이는 은행들이 관련 통계 집계를 시작한 2016년 이후 역대 최대치다. 지난 4월부터 급증세를 이어온 가계대출은 9월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시행 전 주택담보대출 막차에 탑승하려는 가수요가 몰리면서 한달 만에 10조원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은행권은 이달 중순부터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대출 공급목표를 초과한 은행에 대해 포트폴리오 DSR 목표치를 줄이도록 하는 등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서다.
금융당국은 대출 문턱을 높여 차주의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만 대출을 취급하는 심사 관행을 확립하기로 했다.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금리인상으로 대응했던 시중은행들은 주담대 만기 단축, 대출한도 축소, 거치기간 폐지 등 총량 관리로 대출정책을 선회한 상태다. 이와 더불어 생활안정자금 대출 및 마이너스통장 한도 축소 등 일반 신용대출에 대한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의 대출 금리인상에 제동을 걸면서 은행들은 수익성 방어에도 비상이 걸렸다. 여기에 수시입출금 금리는 기존 수준을 유지하면서 예금은행 신규취급액 예대금리차(7월 기준)는 전월 대비 0.06% 포인트(p) 떨어진 1.14%에 그쳤다.
마진 줄어드는데 대출 성장은 제한···돌파구는 기업대출
가계대출을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10월 기준금리 인하까지 더해지면 NIM 하락은 불가피하다. 향후 금융당국이 주담대 위험가중치까지 상향할 경우 자본비율이 떨어지는 만큼 재무구조 건전성도 더 악화될 여지도 있다.
따라서 시중은행들은 수익성 악화를 대비하기 위해 본격적인 기업대출 경쟁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어 4분기부터 기업대출 경쟁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17년 전에도 이와 비슷한 양상이 펼쳐졌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007년 가계대출 잔액은 363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 늘어나는데 그쳤다. 이는 1998년 이후 9년 만에 최저기록이다. 반면 기업대출(440조원)은 전년 대비 86조8000억원이나 폭증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이는 2006년 하반기부터 정부가 적극적인 가계대출 억제정책을 내놓은 결과다.
대표적으로 올해 상반기 공격적인 기업대출 영업에 나섰던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기준금리 인하 이후 재차 기업대출을 늘려갈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적극적으로 기업대출을 늘렸다가 숨고르기에 들어간 하나은행도 영업전략에 변화를 줄 가능성이 있다.
기업대출 성장세 주담대 추월···내년부터 더 빨라진다
뉴스웨이가 집계한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월별 대출 잔액을 살펴보면, 기업대출(개인사업자 제외)은 지난 1월 720조1661억원에서 지난달 771조878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이 올해 최고치인 734조4974억원까지 불어났으나 2단계 스트레스DSR 등 규제 강화를 고려하면 이달부터 기업대출 성장세는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한 시중은행의 경우 지난 5일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이 연초 대비 19.19%나 증가했다. 같은기간 주담대(6.60%) 대비 12%p 이상 높은 수치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가계대출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내년부터 기업대출 경쟁 심화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며 "올해 4분기 가계대출 성장 둔화에도 기업대출은 견조한 증가세"라고 분석했다.
이어 "은행권의 기업대출 금리 경쟁이 지속되면서 NIM에도 일부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된다"면서도 "(기업대출의 성장으로)올해 은행의 대출 성장률은 5%를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현재 경기 상황과 증가 추세를 보이는 기업대출 연체율이 최대 변수로 꼽힌다. 일각에서는 경기상황이 뚜렷하게 개선되지 않아 은행들도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펼치기는 힘들 것으로 관측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내려간다고 가정했을 때 업황이 개선된 기업들의 대출 수요가 늘어나고 은행 입장에서 조달비용도 줄일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업황 개선이 더딜 경우 연체율 증가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은 대출 자산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전성을 유지하는 게 우선"이라며 "경기 회복의 기미가 보인다면 기업대출에 더 힘을 쏟을 수도 있겠지만 가계대출이 어렵다고 해서 무조건 기업대출을 키우긴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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