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공개매수로 11.26% 지분 확보 '베인캐피탈 몫' 1.41% 外 전량 소각키로목표치 20% 밑돌지만, '반격의 발판' 쌓아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마감한 공개매수로 총 주식의 11.26%에 해당하는 233만1302주를 매입했다. 그 중 의결권을 지닌 29만1272주(지분율 1.41%)는 '우군' 베인캐피탈의 몫이다.
이로써 최윤범 회장 측은 우호지분을 기존 33.99%에서 35.4%로 끌어올리며 38.47%의 지분을 보유한 영풍·MBK 연합에 약 3%p 차이로 따라붙었다.
만족스러운 결과는 아니다. 당초 고려아연은 영풍·MBK 연합(83만원)보다 6만원 높은 89만원의 공개매수가격을 바탕으로 최대 20% 지분을 사들이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자사주 명목으로 매수한 17.5%는 소각하고, 2.5%는 베인캐피탈에 배분해 앞으로의 분쟁에 대비하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영풍·MBK 연합의 앞선 공개매수로 시장 내 유통 물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경영권 분쟁에 추가 반사이익이 뒤따를 것이란 기대 심리까지 작용하면서 청약이 저조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고려아연 주가는 회사의 공개매수 종료 후 125만3000원(25일 종가)까지 상승했고, 이달도 장중 130만원을 돌파했다.
다만 최 회장 입장에선 낙담할 이유가 없다고 시장은 평가한다. 영풍·MBK 연합과의 격차를 좁혔고, 손실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사실 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고려아연이 목표로 잡은 수량을 모두 매수했다간 재무구조가 통째로 흔들릴 수도 있었다. 게다가 자사주를 소각하면 모수가 작아져 오히려 상대 진영의 덩치를 키우는 역효과가 난다. 고려아연은 베인캐피탈 지분을 뺀 203만30주(9.85%)를 예정대로 모두 소각할 계획인데, 이 작업이 끝나면 영풍·MBK 연합과 최 회장 측 지분은 약 43%, 40%으로 상승한다.
이에 고려아연 안팎에선 최 회장의 추후 대응 방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단 주가와 개인의 자금 사정을 했을 때 추가 장내 매수는 여의치 않고,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를 포섭하는 데 주력하지 않겠냐는 인식이 우세하다. 특히 양측이 과반의 의결권을 손에 넣지 못한 현재 '키'를 쥔 쪽은 지분율 7.83%의 국민연금이라고 할 수 있다.
고무적인 대목은 정치권에서도 여야를 막론하고 고려아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의 24일 종합 국정감사에서도 여러 국회의원은 비철금속 제련 기업 고려아연을 보호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획득하면 핵심 기술이 중국 등 해외에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감사 중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K파트너스에 대해 "홈플러스·bhc 인수 등으로 논란에 휩싸인 기업"이라며 "중국과 핵심기술 격차가 줄어드는 상황에 비철금속 분야 핵심기술을 보호하는 게 얼마나 국익에 도움이 되는지 산업부 장관이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려아연의 비철금속 제련 기술을 서둘러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국민연금도 영풍·MBK 연합과 거리를 두려는 모습을 보였다. 18일 보건복지위원회 국감 중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여야 의원의 질타에 "적대적 인수합병(M&A)을 통한 경영권 쟁탈에 국민연금 자금이 쓰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견해를 내비쳤다.
이에 따라 경영권 분쟁의 향배는 결국 표 대결로 갈릴 전망이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측 공개매수 결과를 본 뒤 임시 주주총회에 대한 입장을 공개하겠다고 예고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을 저지하려던 영풍·MBK 연합의 가처분신청 등 행보를 '시장 교란행위'로 규정하고 금융감독원에 진정을 내는 등 대대적 반격에 나섰다. 이들이 문제가 없는 공개매수를 방해함으로써 불확실성을 키우고 주주에게도 피해를 입혔다는 논리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목표치가 시중 유통 물량보다 적다는 취지의 흑색선전으로 불확실성을 키웠다"면서 "이번 공개매수 결과는 회사가 주장한 물량이 합리적이고 정확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연금과 주주, 협력사의 신뢰와 응원에 보답하도록 신속히 경영을 정상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