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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최윤범 "고려아연을 '국민기업'으로"···명분·실리 챙긴 '회심의 카드'(종합)

산업 중공업·방산

최윤범 "고려아연을 '국민기업'으로"···명분·실리 챙긴 '회심의 카드'(종합)

등록 2024.10.30 15:16

수정 2024.10.30 15:20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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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발행주식의 20%'···일반공모 유상증자 확정"유통 주식 늘려 투명성 높이고 회사·주주 보호"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최근 벌어진 영풍·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최근 벌어진 영풍·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공세에 맞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전국민을 상대로 유상증사를 실시한다. 자사주 1.4%를 우리사주조합에 넘길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깨고 '깜짝 카드'를 꺼내든 셈이다.

특히 최윤범 회장으로서는 '배임 논쟁'에서 벗어나고 더 많은 우군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회사·주주를 보호한다는 명분도 챙긴 모양새여서 현 시점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민 대상 증자로 '소유 분산' 실현···20% 우리사주조합에



고려아연은 30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대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의 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 등에게 주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 이른바 '소유 분산'을 실현함으로써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청약 공고를 시작으로 증자 작업에 착수한다. 모집주식 수는 고려아연 발행주식(소각대상 자기주식 제외)의 20%에 해당하는 총 373만2650주다.

고려아연은 모집주식 중 80%에 대해 일반공모를 실시하며 나머지 20%는 법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하기로 했다. 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모든 청약자에 대해선 모집주식수의 3%인 11만1979주 내에서만 참여를 허용한다. 특수관계인도 마찬가지다.

주당 발행가격은 청약일 전 3거래일부터 5거래일까지의 가중산술평균주가를 기준주가로 하고 발행공시규정 한도에 따라 할인율 30%를 적용해 책정한다. 일단 고려아연의 공시엔 발행가격이 주당 67만원으로 기재됐는데, 거래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고려아연은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이차전지 등 국가전략산업을 육성하고, 자사주 매입 재원을 마련하느라 쌓인 채무를 해소하는 데 활용할 것으로 파악됐다.

증자 성공 시 최윤범 우호지분 '껑충'···'3%p 열세' 뒤집어



최윤범 회장의 파격 행보는 영풍·MBK 연합과의 분쟁 구도를 뒤집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현재 지분율을 보면 40% 대 43%, 약 3%p 차로 최 회장 측이 뒤처져 있는데, 증자를 거치면 간극을 좁히고 우군도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먼저 유상증자가 종료되면 고려아연의 발행주식 총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두 진영의 지분율이 희석된다. 최 회장 측은 약 30%, 영풍·MBK 연합은 32.5%까지 그 수치가 내려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때 양쪽의 격차도 2.5%p로 줄어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모집주식수의 20%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기로 한 만큼 최 회장 측 진영의 덩치는 더 커진다. 조합이 예정된 물량을 모두 소화한다면 증자 완료 후 최소 3%의 지분이 최 회장 우호 세력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영풍·MBK 연합도 주주로서 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주체별 청약 가능 한도를 모집주식수의 3%로 제한해 지분을 원하는 수준까지 늘리기 어렵다.

이 가운데 고려아연 측은 증자의 목적이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를 보호하는 데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소유분산구조와 주주기반 확대 등을 통해 '국민주'로 자리매김하고 상장폐지 리스크나 주가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함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MBK 연합의 적대적 M&A 시도에 따른 상호 간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유통물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주가가 거래일 기준 18일 만에 100% 이상 급등했다"며 "29일 종가 기준 154만3000원까지 뛰는 등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로 인해 상장폐지나 관리종목 지정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졌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일반공모증자를 통해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을 상대로 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적대적 M&A와 기술유출, 국가기간산업의 해외 매각 등을 방지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것"이라며 "임직원과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 전체의 이익을 보호함으로써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연과 연·금·은·동 등 산업핵심소재와 반도체황산 그리고 인듐·코발트 등 희소금속의 공급 유지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고려아연, '임시 주총' 판단 유보···증자 이후에나?



최 회장 측이 새 전략으로 반격에 나서면서 영풍·MBK 연합이 요구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는 당분간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증자 등을 사유로 고려아연 측이 판단을 유보할 공산이 크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 28일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과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등 총 14명의 이사 후보를 제시하며 회사 측에 이사회 재편과 집행임원제도 전면 도입을 위한 임시 주총을 소집해달라고 제안했다.

다만 최 회장 측으로서는 곧바로 임시 주총을 열 경우 승패를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시간을 갖고 고민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 시점은 증자 완료 이후가 되지 않겠냐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임시 이사회에서 영풍·MBK 연합이 요구한 임시 주총 소집 안건을 들여다봤지만, 결론을 내리진 않았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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