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발행주식의 20%'···일반공모 유상증자 확정"유통 주식 늘려 투명성 높이고 회사·주주 보호"
특히 최윤범 회장으로서는 '배임 논쟁'에서 벗어나고 더 많은 우군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회사·주주를 보호한다는 명분도 챙긴 모양새여서 현 시점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민 대상 증자로 '소유 분산' 실현···20% 우리사주조합에
고려아연은 30일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대규모 일반공모 유상증자의 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소액주주와 기관투자자 등에게 주주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해 이른바 '소유 분산'을 실현함으로써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한다는 취지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은 청약 공고를 시작으로 증자 작업에 착수한다. 모집주식 수는 고려아연 발행주식(소각대상 자기주식 제외)의 20%에 해당하는 총 373만2650주다.
고려아연은 모집주식 중 80%에 대해 일반공모를 실시하며 나머지 20%는 법에 따라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하기로 했다. 또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우리사주조합을 제외한 모든 청약자에 대해선 모집주식수의 3%인 11만1979주 내에서만 참여를 허용한다. 특수관계인도 마찬가지다.
주당 발행가격은 청약일 전 3거래일부터 5거래일까지의 가중산술평균주가를 기준주가로 하고 발행공시규정 한도에 따라 할인율 30%를 적용해 책정한다. 일단 고려아연의 공시엔 발행가격이 주당 67만원으로 기재됐는데, 거래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다.
고려아연은 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이차전지 등 국가전략산업을 육성하고, 자사주 매입 재원을 마련하느라 쌓인 채무를 해소하는 데 활용할 것으로 파악됐다.
증자 성공 시 최윤범 우호지분 '껑충'···'3%p 열세' 뒤집어
최윤범 회장의 파격 행보는 영풍·MBK 연합과의 분쟁 구도를 뒤집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현재 지분율을 보면 40% 대 43%, 약 3%p 차로 최 회장 측이 뒤처져 있는데, 증자를 거치면 간극을 좁히고 우군도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어서다.
먼저 유상증자가 종료되면 고려아연의 발행주식 총수가 늘어나기 때문에 두 진영의 지분율이 희석된다. 최 회장 측은 약 30%, 영풍·MBK 연합은 32.5%까지 그 수치가 내려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때 양쪽의 격차도 2.5%p로 줄어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모집주식수의 20%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기로 한 만큼 최 회장 측 진영의 덩치는 더 커진다. 조합이 예정된 물량을 모두 소화한다면 증자 완료 후 최소 3%의 지분이 최 회장 우호 세력에 편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영풍·MBK 연합도 주주로서 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 하지만 주체별 청약 가능 한도를 모집주식수의 3%로 제한해 지분을 원하는 수준까지 늘리기 어렵다.
이 가운데 고려아연 측은 증자의 목적이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주주를 보호하는 데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소유분산구조와 주주기반 확대 등을 통해 '국민주'로 자리매김하고 상장폐지 리스크나 주가 불안정성을 해소하기 위함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MBK 연합의 적대적 M&A 시도에 따른 상호 간 공개매수로 고려아연 유통물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주가가 거래일 기준 18일 만에 100% 이상 급등했다"며 "29일 종가 기준 154만3000원까지 뛰는 등 변동성이 지나치게 커졌다"고 진단했다.
이어 "이로 인해 상장폐지나 관리종목 지정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 우려가 커졌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라며 "일반공모증자를 통해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민을 상대로 한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통해 적대적 M&A와 기술유출, 국가기간산업의 해외 매각 등을 방지해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높일 것"이라며 "임직원과 협력업체, 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 전체의 이익을 보호함으로써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연과 연·금·은·동 등 산업핵심소재와 반도체황산 그리고 인듐·코발트 등 희소금속의 공급 유지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고려아연, '임시 주총' 판단 유보···증자 이후에나?
최 회장 측이 새 전략으로 반격에 나서면서 영풍·MBK 연합이 요구한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는 당분간 열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증자 등을 사유로 고려아연 측이 판단을 유보할 공산이 크다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영풍·MBK 연합은 지난 28일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과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 등 총 14명의 이사 후보를 제시하며 회사 측에 이사회 재편과 집행임원제도 전면 도입을 위한 임시 주총을 소집해달라고 제안했다.
다만 최 회장 측으로서는 곧바로 임시 주총을 열 경우 승패를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시간을 갖고 고민할 것으로 점쳐진다. 그 시점은 증자 완료 이후가 되지 않겠냐는 관측도 흘러나온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임시 이사회에서 영풍·MBK 연합이 요구한 임시 주총 소집 안건을 들여다봤지만, 결론을 내리진 않았다"고 일축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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