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러한 제안이 받아들여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서울시에서 난색을 표하고 있어서다. 서울시는 최고 층수를 50층 내외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 시민의 한강 경관에 악영향을 줄 수 있고 위압감을 줄 우려도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입장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 대도시들의 사례를 봤을 때 건물을 높인다고 해서 경관이 훼손된다는 주장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도시들에는 초고층빌딩이 수없이 들어서 있다. 뉴욕의 허드슨 강변에나 로우어만 해변에는 초고층빌딩이 즐비하다. 상하이의 황화 강변엔 동방명주와 세계금융센터, 상하이타워 등 세계에서 손꼽히는 높이를 가진 건물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빌딩들은 그 도시의 특색을 부여하는 '랜드마크'로 가치를 톡톡히 하고 있다.
어차피 우리나라는 용적률 한도가 명확하다. 같은 용적률에서 높이를 높이면 건폐율이 줄어든다. 연면적(건물바닥면적의 합)은 어떤 높이로 짓건 동일하다. 건폐율을 줄이면 그만큼 동간 거리가 넓어져 건물 사이 공간이 커진다. 뚫린 공간으로 충분히 통경축이 확보된다. 건물을 낮춰서 건폐율이 올라가면 오히려 꽉 막힌 모습이 연출된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초고층빌딩이 더 필요하다. 서울의 인구밀도는 1㎢당 1만7000명 수준으로 OECD 국가 도시 중 독보적인 1위다. 뉴욕의 8배, 도쿄의 3배 수준이다. 도쿄와 뉴욕이 대부분 평지인 반면 서울은 전체 면적의 30%가량이 산지다. 장기적으로는 외곽도시개발과 지방개발로 인구를 분산해야겠지만, 당장은 이 많은 인구를 수용할 초고층빌딩과 초고층아파트가 필요하다.
그럼에도 우리나라에서 50층이 넘는 건물을 찾기 힘든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건물의 내화(불에 견디는 수준)와 내진 등의 조건이 까다롭다. 특히 50층이 넘는 건물은 '초고층 건물'로 더욱 까다로운 조건이 따라붙는다. 받아야 하는 심의만 해도 40개가 넘고, 1개 층은 '피난층'으로 완전히 비워둬야 한다.
골조와 벽체의 강도와 내화기준도 강화된다. 무게하중이 커지기 때문에 후진국형 벽식구조로는 건물을 지을 수 없다. 벽식구조보다 비용이 10~30% 더 나가는 라멘구조로 건물을 지어야 한다. 라멘구조는 같은 높이의 벽식구조와 비교하면 통상 20층 당 1개층이 더 적다. 층고가 높아서다. 용적률을 다 찾으려면 건물이 더 높아진다는 소리다. 당연히 비용도 더 들어간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악조건'을 무릅쓰고 초고층 건물을 짓겠다면 말릴 이유가 없다. 초고층 건축에 따른 비용을 감수할 만큼 비용과 시간을 들일 기업과 단체가 많지 않다. 짓겠다는 건축주가 있을 때 계속 지어봐야 한다. 그래야 노하우가 쌓이고 기술이 개발돼 효율이 올라간다. 효율이 오르면 비용부담이 내려가서 다른 지역에서 다시 초고층을 지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
분단된 우리나라의 면적은 세계 109위에 불과하다. 아이슬란드와 아랍에미리트와 비슷한 수준이다. 국가경쟁력과 도시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대도시를 중심으로 인구와 일자리를 모을 수밖에 없다. 결국 서울을 중심으로 한 '대서울권'과 세종‧대전‧청주의 '중부권', 울산과 부산, 창원, 광양을 잇는 '동남권'으로 경제권이 형성된다는 소리다.
어차피 초고밀화한 도시에선 다시 교외로의 이동이 나타나게 된다. 굳이 구태여 서울을 쾌적한 도시로 유지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없다. 모든 인프라가 집중돼 있는데다 쾌적하기까지 한 서울로 모든 인구가 흡수되는 건 당연한 현상이다. 초고밀화 도시 서울과 쾌적한 교외 위성도시로 '메트로폴리스'를 형성할 필요가 있다.
흔히 압구정현대를 두고 '우리나라 최고 부촌아파트'라는 수식을 붙이곤 한다. 이곳이 아니라면 누가 초고층아파트를 과감히 시도해보겠는가. 이 기회에 층간소음을 탈피하는 건물구조와 완전 붕괴식 재건축을 끝내는 계기로 삼을 수도 있다. 그래서 압구정현대의 초고층 시도는 말릴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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