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회복 안 돼···'사전공시' 기준 강화 ESG 등급 'B'로 다소 취약, 전담팀 부재백승욱 중심 개선 나서···외형 확대도 지속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루닛은 직원들의 블록딜 등 관련해 내부 규정을 정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내부자거래 사전공시 기준을 기존 '50억원 이상'에서 '20억원 이상'으로 조정하고 ▲임원의 주식 매매 시 '3일 내 공시'하도록 명문화해 자본시장법상 공시 기한인 '5영업일 이내'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겠다는 내용이다.
앞서 루닛은 지난해 12월 18일 회사 임원 및 주요주주 7인의 블록딜 매도로 주가가 크게 꺾였다. 옥찬영 최고과학책임자(CMO), 이정인 이사, 팽경현 상무이사, 유동근 상무이사, 박승균 상무이사, 박현성 상무이사 등 임원 및 주요주주 7인은 각 6만 4156주를 주당 7만7934원에 블록딜 방식으로 매도했다.
매각한 주식은 미국계 롱펀드 운용사가 사들였다. 해당 임원과 주요 주주 7명이 보유한 루닛 지분은 11.56%에서 10.24%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들이 내부자 거래 사전공시의무제도를 교묘하게 피했다는 지적이 일면서 주주들의 불만이 빗발쳤고, 이날 주가는 10.26% 하락한 7만 5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실제 이들의 1인당 매도금액을 계산하면 49억9993만3704원으로, 50억원에 약간 못미친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사전공시제도에 따르면, 지분 10% 이상 주요 주주와 회사 경영진, 전략적투자자(SI)는 지분 1% 이상 혹은 50억원 이상을 거래할 때 거래 가격과 수량·기간을 최소 30일 전에 공시해야 한다.
이에 회사가 즉각 해명에 나서고, 창업주와 대표이사가 장내매수로 주가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루닛 주가는 임원들의 매도 전날인 12월 17일 8만5800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급락세를 이어가 현재 6만원대 초반에 거래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매도는 대출금 상환 등 개인적 사유에 의한 것일 뿐 회사의 성장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하며 "대출을 상환한 임원들은 당분간 추가 매도를 진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다만 "서범석 대표와 백승욱 의장은 주식담보대출 상환 등 불가피한 사유로 올해 일부 매도가 필요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알린다. 그 외 대규모 매도 계획은 전혀 없다"고 전했다.
루닛은 본업인 의료AI 진단·치료 분야에서의 기술 개발과 서비스 고도화에 매진해 장기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만큼 글로벌 트렌드에 맞춰 ESG 경영 고도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현재 ESG 전담 조직 구성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루닛은 지난해 처음으로 한국ESG기준원의 평가를 받아 통합 'B' 등급을 획득했다.
회사는 지난 2018년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 직책을 분리했고, 보상위원회를 이사회에 설치해 이사회 운영 및 경영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제고해왔다. 또 감사위원회를 선제적으로 신설해 경영진에 대한 견제와 감독, 지원 기능을 강화하며 지배구조 투명성에 힘을 강화하고 있다. 아울러 사회와 환경 관련 지속가능성을 위해 여러 이해관계자들에 대한 정책 수립도 추진 중이다.
국내 바이오헬스기업들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ESG 대응이 쉽지 않다. 루닛의 ESG 리스크는 낮은 수준이지만 지난 5년간 200%가 넘는 연평균 성장률을 보이고 있고 지속적인 외형 확대가 예상되는 만큼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루닛 매출 규모는 2021년 66억원에서 이듬해 108% 증가한 139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전년 대비 118% 성장한 547억원을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내년에는 800억원을 돌파하고, 2026년 1200억원대 실적을 보이는 등 고공행진이 예상된다.
게다가 볼파라 인수 이후 미국 의료AI 진단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고, 아스트라제네카, 머크(MSD)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력 사례도 늘고 있어 해외 매출 비중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회사 관계자는 "ESG 경영을 본격화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경영진과 이사회도 지난해부터 인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해외매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만큼 백승욱 이사회 의장을 중심으로 ESG 경영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루닛의 ESG 부문은 총 4명으로 구성된 'IR & Governance' 팀에서 주도적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ESG 보고서 발간 등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활동을 관리하고 있다. 특히 기업 지배구조(Governance) 부문에 대한 이사회 및 경영진의 관심을 반영해 회사의 IR팀의 공식 명칭 또한 'IR & Governance팀'으로 운영 중이다.
별도의 전담위원회는 아직 꾸려지지 않았다.
앞선 관계자는 "의료AI 상장사 중 ESG 보고서를 발간하는 기업은 드물다. 시가총액 및 기업 규모를 고려하더라도 동종업계 내에서 선제적인 ESG 경영을 추진하고 있다고 본다"며 "대기업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하지만 매출 규모와 피어그룹(Peer group) 중에선 관심을 반영하는 중"이라고 했다.
그러며 "앞으로 회사는 비즈니스 특성과 조직 문화에 최적화된 ESG 추진 체계를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를 위해 ESG 전담 조직 구성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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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수인 기자
suin@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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