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검사 결과···우리금융 작년 4분기·KB 올해 1분기 반영 고환율 지속되며 KB·하나금융 CET1 비율 줄줄이 하락"위험가중자산 증가율 관리로 하락폭 우려대비 제한 예상"
4대 금융지주는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거둔 것으로 예상되나 고환율 환경이 지속되고 최근 금융당국의 검사결과에 따라 CET1 비율에 경고등이 켜진 상태다.
CET1 비율은 금융사의 위기대응 능력을 보여주는 건전성 지표로 순이익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눈 값을 뜻한다. CET1 비율이 확대되면 주주환원 여력도 늘어나는 만큼 기업 밸류업과 직결돼 금융지주사들은 CET1 관리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 급등이 CET1에 악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지난해 3분기 말 132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4분기 말 1470원으로 150원 급등했다. 이에 각 금융지주들은 위험가중자산(RWA) 관리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였으나 4분기 중 일부 은행의 경우 거액의 외화환산손실을 인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은 금감원이 전일 발표한 '2024년 지주·은행 등 주요 검사결과'에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금감원은 KB금융과 우리금융이 그룹 내 숨겨진 부실 위험까지 포함해 리스크를 면밀하게 측정·관리하지 못했고 이를 반영 시 양사의 CET1 비율이 10~20bps(1bps=0.01%포인트)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양사는 책임준공형 사업장의 비중이 높은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에서 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자본비율 산출 시 관련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다. 또한 우리금융지주는 자본비율이 타사 대비 열위에 있는데도 고위험 자산 위주의 투자성향을 지속해 그룹 전체의 리스크를 인식·측정·관리하는 업무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일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지주의 경우 금감원 검사 결과 반영 시점을 올해 1분기로 미뤘으나 CET1 비율이 전분기 대비 크게 낮아졌다. 2024년 말 기준 KB금융의 CET1 비율은 13.51%로 3분기 말 13.85%와 비교하면 34bp 하락했다. 단 타금융지주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비율을 유지 중이다.
이에 대해 최정욱 하나증권 팀장은 "원·달러 환율 상승, 대출 성장, 그 외 현금배당과 자사주 등이 영향을 미쳤다"면서 "높아진 시장 기대치에 비해 CET 1 비율은 다소 아쉬웠으며 CET1 상향 관리 노력의 절실함은 타행보다는 적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지난 4일 연간 실적을 발표한 하나금융도 작년 말 기준 CET1 비율이 13.13%로 집계돼 3분기 말 13.17% 대비 소폭 하락했다. 단 하나금융의 경우 3분기와 유사한 수준을 유지하며 우려 대비 CET1 비율 방어에 성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태준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의 CET1 비율은 지난 연말 급격한 원화 약세에도 불구, 13%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방어하는데 성공했다"면서 "적극적인 위험가중자산 관리에 기인한 것으로 향후 환율 변동에서도 안정적인 자본비율을 유지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밝혔다.
오는 7일 실적을 발표하는 우리금융지주의 경우 금감원의 지적사항을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반영할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앞서 지난 3분기 CET1 비율이 금융당국 권고 기준인 12%에 미치지 못하는 11.96%로 집계된 만큼 4분기 기준 수치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금융 측은 "금감원 지적사항은 작년말 기준으로 반영될 예정"이라며 "환율 이슈가 발생하기 전부터 자본건전성 관리를 적극 해왔고 민감자산 위주로 환율 상승 관련 영향이 적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지주는 환율 민감도가 낮은 만큼 타행 대비 CET1 하락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DB금융투자는 신한금융지주가 지난해 말 13%를 달성한다면 환율 변동을 감안해도 올해 연중 13% 유지는 무난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신한금융지주의 작년 3분기 말 CET1 비율은 13.13%였다.
한편 금융지주들은 지난해 일제히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며 CET1 비율 목표치를 제시한 상태다. 대부분의 금융지주들은 CET1 비율을 13% 이상으로 관리하며 주주환원 재원 마련에 힘쓴다는 방침이다. 우리금융은 CET1 비율 12.5%를 2025년까지 조기 달성해 주주환원의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환율 효과 제외 기준 RWA 증가율 관리로 은행들의 CET1 비율의 하락폭은 당초 우려대비 제한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연말 CET1 비율이 예상보다 크게 훼손됐을 경우 올해 연간 주주환원 증대에 걸림돌로 작용할 여지가 크나 훼손이 제한적이라면 올해 주주환원 강화에 대한 기대를 재차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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