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韓 수입품 25% 관세"···반도체 제외했지만 품목별 관세 부과 계획에 피해 규모 '오리무중' 반도체법 재협상 카드로 삼성·SK 압박할 수도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반도체법에 따라 지급하기로 한 보조금을 낮추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라 향후 우리 기업 입장에선 이를 어떻게 지켜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부는 2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철강·알루미늄, 의약품 그리고 반도체 등 일부엔 적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놨다.
사실상 반도체와 같은 전략 품목에 대해선 관세 부과를 유예한 셈이다. 미국 정부는 별도의 관세를 계획하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지만, 업계에선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으로 보고 있다.
실제 우리 반도체 기업은 미국에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텍사스주 테일러에 총 370억달러를 들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인디애나주에 38억7000만달러를 투입해 인공지능(AI) 메모리용 어드밴스드 패키징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때문에 기업에 더 이상의 부담을 줬다간 투자 계획이 수정될 수 있으니 미국에서도 한 발 물러섰을 것이란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관세를 부과하는 게 미국에 득이 되는 일도 아니다. 엔비디아 등 미국 빅테크로 부담이 넘어가기 때문에 오히려 잃는 게 많다고 볼 수 있다. AI 반도체 필수 품목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우리 기업이 독점하다시피 하는 시장 환경 속에 공급을 유지하려면 빅테크도 공급 전략을 재정비해야 해서다. 부과된 관세만큼 가격을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수율을 고려했을 때 현지 기업 마이크론으로는 빠르게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우리나라의 메모리 반도체를 대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관세가 붙는다고 해도 우리 기업이 가격을 올리면 미국 측에선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때마침 한국 주요 기업이 중국으로 시선을 돌리는 것을 의식했다는 관측도 존재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 22~28일 중국에서 일정을 소화하며 시진핑 국가주석 등 현지 고위급 간부, 기업 대표와 만나 협업 방안을 모색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기조로 반도체·배터리를 비롯한 전략 사업이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중국에서 돌파구를 찾으려는 우리 재계의 발걸음이 계속되고 있다.
다만 악재는 남아 있다. 미국이 반도체에 관세를 물리지 않는 대신 앞서 약속한 보조금을 일부 거둬들이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재협상하겠다는 뜻을 꺾지 않고 있다. 상무부에 '미국 투자 액셀러레이터' 사무소를 만들면서 반도체법 프로그램까지 다룰 것을 주문한 게 단적인 사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관련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CPO에 대해 "전임 행정부보다 훨씬 나은 합의를 통해 그 이득을 납세자에 가져다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행정부로서는 보조금을 100% 지급할 수 없음을 못 박은 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산 시설을 구축하면서 각 47억4500만달러와 4억5800만달러의 보조금을 받기로 하고, 바이든 전 대통령 임기 막바지 계약을 마쳤다. 그러나 미국 측이 재차 압박한다면 그보다 적은 액수를 받아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외국 기업에 혜택을 주는 격이라며 반도체법에 반감을 드러냈다.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면 보조금을 주지 않아도 각 기업이 미국에 공짜로 공장을 설립할 것이란 논리였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AI뿐 아니라 가전·방산 등 광범위한 영역에 사용되는 전략 품목인데, 조치를 취했다간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미국 정부로서도 신중을 기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추후 품목별 관세 설정이나 보조금 조정 등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 없으니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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