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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차기 정부 첫 타깃은···

등록 2025.05.20 06:40

수정 2025.05.20 09:41

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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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3년 연속적자&EOD리스크 등 유동성 불안 지속정부, 산업은행 등 통해 잠재적 압박 및 개입 여부에 관심 집중

사진=박혜수 기자사진=박혜수 기자

석유화학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특히 롯데케미칼을 향한 주변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3년 연속 이어진 적자와 불안한 유동성이 때문인데, 업계에서는 대선이 끝난 후 들어설 차기 정부가 강도 높은 개입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올해 1분기 126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6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실적은 다소 개선되었지만, 2022년(-7626억원), 2023년(-3477억원), 2024년(-8948억원) 등 3년 누적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2조7000억원)와 인도네시아 NCC 건설(5조원)을 강행하며 재무 부담을 더욱 키웠다. 이에 따라 올해 1분기 기준 총차입금은 약 9조9925억원으로, 지난 2022년(6조1679억원)에 비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재무 부담은 실제 리스크로 번졌다.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사채 재무약정(커버넌트)을 위반해 기한이익상실(EOD)사태를 겪었다. '부채비율 200% 이하', 'EBITDA/이자비용 5배 이상'이라는 조건을 채권자들과 약정했지만 4.3배에 그쳐 충족하지 못했다. 결국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채권자 집회를 열고, 약정 삭제를 요청해 사태를 봉합했다.

이 때문에 실적 반전에 실패할 경우 EOD리스크는 언제든지 다시 불거질 수 있는 구조적 한계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 1000억원(7월), 2750억원(8월), 1700억원(9월) 규모의 회사채 만기가 줄줄이 도래하며 유동성 우려가 재점화되고 있다.

보유 현금이 유동부채에 못 미치는 현실도 부담이다. 올해 1분기 기준 롯데케미칼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조94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약 9000억원 늘었다. 그러나 같은 시점 1년 내 만기 도래하는 유동차입금은 4조613억 원으로, 보유 현금을 초과한 상태다. 이에 따라 순현금성 자산은 –9669억 원으로 역전됐다.

다만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현금 확보를 목표로 한 자산 경량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다"며 "계획에 따라 지장 없이 대응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롯데케미칼의 신용도는 지주사·계열사·협력업체 전반과 직결돼 있어, 구조조정이 지연될 경우 위험이 그룹 전체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정부 역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석유화학 업계를 '역대급 위기'로 규정하고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정책금융 및 세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탄핵 정국과 조기 대선 등 정치적 불확실성 속에서 후속 조치는 표류 중이다.

당시 롯데케미칼이 정부 주도 구조조정의 첫 타겟이 될 것이라는 추측이 오갔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롯데케미칼에 간접 개입 정황도 포착됐다. 핵심 채권자인 산업은행이 인도네시아 NCC 매각 등 자산 구조조정을 비공식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자산 경량화의 일환"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선제 압박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가 석유화학 구조조정의 최우선 대상으로 롯데케미칼을 지목하고 직접 개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정부의 정책 지원만으로 반등이 가능하냐는 회의적 시각도 존재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이 세제혜택이나 전기요금 완화 등 간접 금융지원을 기대하고 있다"며 "다만 그것만으로 업황 전체가 턴어라운드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롯데케미칼은 리파이낸싱보다는 내부 유보 자금을 통한 현금 상환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를 위해 '에셋 라이트(Asset Light)' 전략을 통해 비주력·저수익 해외 자산 유동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파키스탄 법인 LCPL은 한 차례 매각이 무산된 뒤 지난 2월 다시 매각 계약을 체결했으며, 오는 8월 거래 종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레조낙 지분은 매각을 완료했고, 미국 EG 생산법인 LCLA의 지분 40%는 PRS(주가수익스왑) 방식으로 유동화해 6600억원가량을 조달했다. 인도네시아 법인(PT LCI)의 지분 25% 역시 PRS 계약을 통해 자금을 확보한 뒤, 제3자 매각을 추진 중이다.

회사는 "하반기 급격한 시황 반등은 어렵겠지만, 에셋라이트를 통해 해외 자산 위주로 경영권 매각, 일부 지분 매각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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