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중기 대출 증가분, 대기업 대출 절반 못 미쳐지방은행 기업대출 중 중기 대출 90% 육박···"리스크 부담"중기 대출 연체율 악화···"정부, 중기 대출 혜택 줘야" 의견도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대기업 대출 잔액은 165조651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말 158조3935억원에서 6개월여 만에 7조2581억원 늘어난 수치다. 전체 기업대출이 9조1159억원 늘어난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 대출이 전체 증가분의 약 80%를 차지했다.
최근 정부가 금융권 하반기 가계대출 총량 목표를 기존 대비 50% 감축하는 등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를 시행하면서 은행권은 수익에 비상이 걸렸다. 시중은행들은 하반기 수익성 방어를 위해 기업대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022년~2023년에도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압박을 가하자 은행들은 기업대출을 확대한 바 있다.
다만 시중은행들은 경기 부진 등으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차원에서 기업대출 중에서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영업을 확대하는 모습이다. 은행 입장에서는 위험 가중치가 상대적으로 높은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보다는 대기업 등 우량기업에 대출을 확대하는 것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중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분은 3조3910억원에 그쳤다. 이는 대기업 대출 증가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특히 개인사업자 대출은 오히려 1조5332억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중기 대출 외면 현상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 둔화 속에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5대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59%로 지난해 말(0.49%) 대비 0.10%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최근 8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는 지방은행에서도 환영 받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방은행은 이미 기업대출의 대부분을 중기 대출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으로 향후 리스크 관리를 위해 우량차주를 발굴하는 데 더 집중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부산·경남·전북·광주·제주 등 5대 지방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기준 96조393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은 86조9455억원으로 전체 기업대출의 90.2%에 달했다.
지역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 속에 지방은행은 중기 대출 쏠림 현상이 향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현재 지방은행의 포트폴리오는 중기 대출에 쏠려 있어 연체율과 건전성 등에서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앞으로 우량 차주를 발굴하거나 주담대 혜택을 누리고자 주담대 확대를 시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은 올해 들어 중기 대출 규모를 확대하고 있어 중소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올해 들어 5월까지 3조8000억원을 더 늘렸다. 특히 올해 전체 중기 대출 증가분에서 기업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75.9%에 달했다.
다만 기업은행 역시 앞으로도 마냥 중기 대출을 늘리기는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시중은행보다 자본 적립 부담이 적은 상황이긴 하지만 위험 부담이 큰 중기 대출을 늘릴수록 건전성 지표가 나빠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들이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과 함께 은행권에 중기대출을 유도할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지난달 부동산과 가계대출에 과도하게 집중된 민간자금을 중소기업과 미래 성장동력 부문으로 유도하기 위해 '중소기업 상생금융지수' 도입 등을 검토하겠다고 공개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대출 문턱은 이미 높아진 상황인데 이를 낮추기 위해서는 은행권에 인센티브 제공이 필요해 보인다"며 "은행들의 자체적인 대출 행태 변화를 통해서 중기 대출을 늘릴 것을 기대해서는 안 되고 정부 차원에서 자본 건전성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이 수반돼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문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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