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 재활용 공장, 당초 올해 9월 완공 목표사업 착수도 못한 상황···업황 부진 영향 커"사업 무산 아니며, 시장 상황 지켜보는 중"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2023년 대구국가산단 2단계 구역에 고순도 탄산리튬 회수공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밝혔지만 현재까지 첫 삽도 뜨지 못했다. 당초 2023년 4월 착공을, 올해 9월 완공을 목표로 했으나 두 달여 남은 지금까지 전혀 진척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산이 건설을 추진하려는 이 공장은 폐배터리에서 리튬을 뽑은 뒤 다시 정제해 재활용하는 친환경 리사이클링 시설이다. 전기차 시장 확대와 친환경 기술 확산 흐름에 발맞춘 전략적 사업으로, 이를 위해 배터리 소재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 '두산리사이클솔루션'도 설립한 바 있다.
이 사업이 2년 동안 지연된 데에는 이차전지 업황 부진 등 시장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실제 2023년 하반기부터 전기차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으로 배터리 시장이 주춤하기 시작했고, 최근 3년간 탄산리튬 가격은 90% 급락했다. 그 여파로 이차전지 사업을 영위하는 국내 기업들은 지금까지 실적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이러한 부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이차전지 시장이 안좋아지고 사업 환경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해당 프로젝트 착수에 부담이 있는 상황"이라며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일정을 재검토 중이며, 사업 자체를 철회한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이번 사업이 두산에너빌리티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회사는 원자력부터 해상풍력, 가스터빈까지 다양한 에너지 사업 분야에 집중하고 있는데, 현재 본업 실적이 선전하는 상황에서 비주력 사업이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업·지자체 간 행정 절차나 부지 확보 문제가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했을 거란 시각도 나온다. 이 사업이 두산에너빌리티와 대구시가 협약해 진행하는 만큼, 어느 한쪽에서 이견이나 차질이 생기면 일정 전반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두산에너빌리티는 아직 공장을 건설할 전체 부지 중 일부만 매입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하면 행정 절차에서 부지 확보가 늦어진 점이 사업 지연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나머지 부지 매입도 연말까지 마무리할 예정이며, 탄산리튬 등 원자재 가격이 정상화되면 내년 공장 착공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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