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년새 ‘반토막’ 국제유가··· 세계 증시 뒤흔들어배럴당 40달러선까지 밀려나··· 바닥 가늠 어려워글로벌 경기 회복에 긍정적··· 韓 증시 장기적 ‘호재’러시아 금융위기 및 디플레이션 진입은 경계해야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된 국제유가 대폭락이 전세계 경제와 증시를 뒤흔들고 있다. 반년 사이 국제유가는 반토막 났음에도 여전히 바닥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유가 폭락이 세계 경제에 호재인지, 악재인지조차 의견이 분분하다.
유가 하락에 따른 가처분소득 증가가 소비 진작을 불러와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과 동시에 저유가 기조가 내수부진과 맞물려 디플레이션을 현실화 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동시에 터져 나오면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40달러’선까지 밀린 유가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 거래일 대비 2.29달러(4.7%) 떨어진 배럴당 46.0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브렌트유도 전 거래일보다 2.72달러(5.43%) 내린 배럴당 47.39달러 선에서 등락하고 있다. WTI와 브렌트유의 가격은 2009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브렌트유 가격의 3개월 전망을 배럴당 80달러에서 42달러로, WTI의 3개월 전망을 70달러에서 41달러로 각각 하향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셰일가스에 대한 투자가 줄고 있지만, 생산량이 감소하기까지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유가하락 장기화를 점쳤다.
전문가들은 산유국들이 생산량 감축에 나서지 않는다면 원유가격 하락추세는 지속될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최근 KDB대우증권은 금과 원유의 상관관계를 이용해 유가의 지지선이 배럴당 40달러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금값과 유가에는 글로벌 정치, 사회, 경제, 전쟁, 기술발전 등 다양한 변수들이 투영됐기 때문에 유사한 가격변동을 보인다는 설명이다.
NH투자증권 강유진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유가가 아직 바닥을 치지 않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며 “세계 원유시장의 과잉공급이 지속돼 올해 상반기에 유가가 추가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유가하락을 수요-공급 논리만으론 해석이 불가능한 측면이 있어 바닥을 점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원유 선물에 대한 투기적 거래 증가로 인해 유가 변동폭이 증가하고 있고 러시아 압박과 더불어 미국과 산유국간 ‘치킨게임’이라는 국제 정치적인 복잡성도 더해졌기 때문이다.
◇低유가 장기화, 韓 경제·증시에 ‘호재’
유가하락 장기화는 업종별 차이를 보일 수 있지만 글로벌 경제 전반에 긍정적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국제유가 하락은 기업의 생산비 절감과 가계의 실질구매력 증대 등을 통해 전반적으로 우리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에는 세계 경기 회복과 소비력 증대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남다르다.
다만 업종에 따라 그 수혜는 나뉠 수밖에 없다. 항공, 해운, 석유화학, 자동차, 물류산업에겐 국제유가 하락 장기화가 득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정유, 태양광, 석유개발, 건설, 조선업 등에는 부정적일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증시는 이를 상당부분 반영해 업종별 주가가 큰 폭의 조정을 거치고 있다.
저유가 장기화로 주가가 고공행진 중인 항공업은 비용의 30%를 차지하는 유류비 절감으로 비용 감소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경기 위축에 다른 유가하락이 아닌 만큼 이용객수 감소 없이 비용만 줄일 수 있다. 유류할증료를 낮추게 되면 항공여객 수요도 증가할 수 있다는 부분도 호재다.
유가하락은 석유화학주에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나프타를 가공해 만들어내는 합성수지 등 기초 화학제품은 유가에 비해 하락폭이 적어 장기적으론 원유로 만드는 나프타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원가 경쟁력이 커질 수 있다.
자동차주 역시 긍정적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소형차와 하이브리드카 대신 마진이 좋은 중대형차 수요가 증가할 수 있고 연료비 하락에 따른 투자자들의 차 소비도 늘어날 수 있다. 소비력이 늘어난다는 측면에선 전자·IT업종 역시 저유가의 수혜주로 볼 수 있다.
반면 정유업계에는 글로벌 경기둔화로 석제유품의 수요는 둔화된 반면 중국과 중동지역에서 원유 정제를 시작해 공급량이 늘고 있어 부정적이다. 실제로 유가 하락 이후 정제마진 악화를 겪으면서 정유업종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태양광업계에게도 악재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니즈가 줄며 산업성장 속도가 둔화될 뿐 아니라 정부의 정책적 지원 가능성도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석유개발사업은 광구개발 사업의 영업이익률이 높지만 유가 하락폭이 큰 만큼 예상했던 이익을 달성하지 못할 수 있어 부정적이다. 건설업은 플랜트 등 중동 수주 감소로 매출액이 하락할 수 있고 조선업 역시 석유 자회사들의 해양시추설비 발주 지연으로 타격이 불가피하다.
◇유가폭락 따른 러시아 위기·디플레이션 경계
국제유가 하락으로 웃는 나라가 있다면 우는 나라도 있다. 특히 원유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는 국가신용등급 강등으로 경제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최근 러시아의 국가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투기등급 직전인 ‘BBB-’로 한 단계 내렸다. 피치는 국제유가 추락, 루블화 가치 폭락,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지난해 중반과 비교해 러시아 경제 발전 전망이 심하게 나빠졌다고 강등 이유를 설명했다.
유기적으로 연결된 글로벌 경제에 있어 러시아 금융위기로부터 한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
한국의 대러시아 수출은 전체 수출의 2%에 못 미치지만 유럽으로의 위기 확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의 대러시아 수출 감소에 따른 한국의 EU 수출 부진 등 간접경로까지 고려한다면 그 파장은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저유가가 장기화될 경우 러시아뿐만 아니라 브라질, 베네수엘라 등 남미 산유국과 비교적 자금상황이 양호한 중동 산유국들에까지 경제 충격이 확산돼 한국 수출실적은 물론 증시에 부정적 영향이 커질 수 있다.
또 유가가 떨어지면 원유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로서는 경제 전체의 구매력이 커지는 점이 긍정적이지만 물가를 떨어뜨려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디플레는 원인이 국제유가 하락처럼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한 번 빠지게 되면 경제적 충격이 크다”며 통화 정책 등을 통한 물가상승률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최원영 기자 lucas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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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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