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시위 등 총력투쟁 시작···제약업계 반발은 물론 내부적 분열 생겨
한미약품 관계사인 온라인팜과의 갈등으로 제약사의 의약품 유통업 철수를 주장하며 총력투쟁에 돌입한 한국의약품유통협회가 강경책으로 명분을 잃고 있다.
유통협회는 21일 서울 서대문구 소재 연세대 의대 세브란스병원에서 우재임 유통협회 이사가 1인시위를 벌였다고 밝혔다. 온라인팜을 통한 한미약품의 도매업 진출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번 1인시위는 지난 18일과 19일 열린 유통협회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항으로 유통협회는 한미약품 등 제약사의 유통업 진출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투쟁을 펼치기로 결정했다. 특히 유통협회는 대형병원에서의 1인 시위를 진행하는 동시에 전국으로 투쟁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유통협회 관계자는 “제약사는 의약품의 연구·개발을, 유통업계는 이를 유통하는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이번 문제는 업계 생존권과 직결된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약업계의 유통업 침해를 지속적으로 알리는 한편 투쟁 강도를 높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통협회의 이런 행보에 적신호가 켜졌다. 제약업계의 반발은 물론 일부 대형 유통사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라는 얘기가 나오면서 내부적인 호응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한국제약협회가 선을 긋고 나섰다. 제약협회는 지난달 유통협회가 인터넷몰 도매업 허가 반납과 폐쇄를 주장하고 온라인팜에 입점한 14개 도매업체의 탈퇴를 요구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행위라는 입장을 천명한 바 있다. 유통협회가 시대의 흐름인 인터넷 전자상거래를 전면 부정하고 자신들만의 이익을 위해 집단행동으로 불합리한 주장을 한다는 얘기다.
또 유통협회의 이와 같은 강경책으로 일각에서는 제약협회가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법적 대응에 나설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게다가 제약협회가 최근 진행 중인 제약사의 유통마진 실태조사를 통해 현재 상황을 파악한 후 필요한 방안을 모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아울러 제약협회는 오는 26일 오전 이사장단 회의를 열고 이번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한미약품도 유통협회에 적극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팜은 온라인을 통한 전자상거래일 뿐 유통업을 침해한 적이 없다는 설명이다. 제약업계 역시 유통협회를 곱지 않은 시서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와 달리 국내 제약사의 경우 10% 이상의 충분한 마진을 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도매협회가 집단의 힘으로 한 제약사를 압박한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유통업계 내에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유통협회는 업계 내에서도 큰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우선 온라인팜에 입점한 도매업체가 걸린다. 온라인팜에 소속된 14개 업체의 수익은 온라인팜에서 나오는 매출이 거의 전부다. 즉 유통협회의 요구대로 온라인팜을 탈퇴할 경우 이들은 당장 매출 감소는 물론 경영난을 겪게 된다. 하지만 유통협회는 이에 대한 해결책이나 대안 마련 없이 무조건적인 탈퇴만을 강요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 업체들은 유통협회가 지속적으로 탈퇴를 강요하면 유통협회를 먼저 탈퇴하겠다는 입장이라 내부적인 분열도 생기고 있다.
게다가 유통협회 이사회 등 대형 유통사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이기적인 행동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한미약품은 국내 빅5 제약사 중 하나로 매년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대형 유통사들이 장기적으로 한미약품이 생산하는 제품의 유통권을 확보하겠다는 욕심으로 투쟁을 하고 있다는 말이다. 또 온라인팜에 입점한 유통사들은 한미약품뿐만 아니라 다른 제약사의 제품도 취급하고 있어 대형 유통사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타깃이 된 것이다.
이와 함께 이런 이유로 국민적인 공감대 형성도 불가능해졌다. 불법 리베이트 등으로 제약업계의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유통협회의 이익만 챙기려는 투쟁과 입장은 여론몰이는 물론 어떤 지지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제약업계와 유통업계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하면 서로의 입장과 상황을 설명하며 합의를 했지만 이번 경우는 다르다. 유통협회가 지속적으로 자신들만의 이익을 강조한다면 결국 명분 없는 투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재용 기자 hsoul38@
뉴스웨이 황재용 기자
hsoul38@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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