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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총수 생방송 청문회, 꼭 필요한가

기업총수 생방송 청문회, 꼭 필요한가

등록 2016.12.04 16:36

수정 2016.12.04 17:03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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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최순실 게이트 국조에 9개 그룹 총수 소환논거 없는 흠집내기 ‘맹폭 질의’에 진땀 불보듯생방송 청문회서 기업 총수 추궁은 국제 망신만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재벌 총수들의 청문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청문회에서도 진실 규명보다는 의원들의 위압적인 호통이 앞서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 청문회가 국내외에 생방송으로 중계되는 만큼 기업의 이미지 추락을 넘어 국제 망신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이하 국조특위)’는 박근혜 대통령과 독대에 나섰거나 수상한 돈 거래 의혹을 받고 있는 기업인 9명을 오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로 소환해 청문회를 연다.

청문회 소환 대상 기업인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겸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이다.

그동안 국회 청문회에 기업인들이 불려간 적은 종종 있다. 이번에 출석 대상이 된 기업인 중에는 ‘국회 출석 경험자’도 있다. 조양호 회장은 지난 10월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이후 2개월 만에 또 국회에 불려나오게 됐다.

신동빈 회장도 경영권 분쟁과 롯데의 국적 논란 등과 관련해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 출석했다가 진땀을 흘린 전례가 있다.

그러나 이들이 국회에 출석할 때마다 국회의원들은 이들을 흉악범을 저지른 죄수를 다루듯 시종일관 고압적인 어조로 질의에 나섰다.

특히 기업에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는 야권의 일부 의원들은 기업인들이 국회에 들어설 때마다 잔뜩 별러왔고 실제로 인격 살인에 가까운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의원들의 질의에는 소위 ‘팩트’라고 할 만한 근거와 논리가 상당히 부족했고 오로지 위압감만 가득했다. 그러나 반박할 여지도 얻지 못한 기업인들은 의원들의 거센 질의에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연신 머리를 조아려야 했다. 그리고 그 장면은 국회방송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생중계됐고 각종 언론 보도에도 등장했다.

이번 청문회는 더 큰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정조사 청문회가 지상파 TV를 통해 전국으로 생중계되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이 보고 있는 가운데 의원들에게 또 다시 고압적인 질문이 쏟아질 것이고 청문회 화면은 국내를 넘어 해외로 실시간 타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결국 이번 청문회는 국가 신인도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 우리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도 나빠질 가능성이 높다. 기업인들이 사법적 단죄를 받은 것은 아니지만 국회에서 정치인들로부터 재판받듯 심문을 받을 경우 해당 기업인과 기업이 ‘범죄 집단’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

그렇게 될 경우 해외 시장에서 한국 기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상당히 악화되고 주요 사업의 수주 등 여러 경영 활동에서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시장 영향력 제고를 기대하고 있는 기업들 입장에서 이번 청문회가 달갑지 않은 대표적인 이유다.

‘최순실 게이트’와 의혹이 없는 기업이나 피해 기업에게도 연대 책임을 전가할 가능성도 크다. 실제로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에 돈을 댔던 대기업 중에서 LG그룹은 재단 지원금 출연 외에 별도로 제기된 의혹이 없다.

그럼에도 일부 의원들은 구본무 회장에 대해서도 거센 질의에 나서겠다면서 청문회를 벼르고 있다. 그들이 구 회장을 벼르는 이유로는 “똑같이 죄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유력 기업인”이라는 이해하기 힘든 배경이 꼽히고 있다.

정부 강압에 의해 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을 사퇴한 조양호 회장은 이번 게이트의 최대 피해자로 꼽히지만 청문회에서는 이번 사건의 공범처럼 취급될 가능성이 있다. 한진그룹은 “불의한 이권 개입을 거부하다 피해를 봤는데도 왜 욕을 먹어야 하느냐”고 토로하고 있다.

청문회 소환 대상으로 꼽힌 한 기업의 임원은 “정확한 논거도 없는 질의가 오갈 청문회일텐데 이것이 전국에 왜 생중계돼야 하는가”라며 “기업인에게 호통을 지기 이전에 국회의원들 스스로 남을 욕할 만한 처지가 되는지 반성부터 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업의 임원 역시 “새해 계획을 짜기에도 버거운 상황에서 정치권이 기업을 이런 식으로 괴롭힌다면 기업이 정상적으로 성장할 수 있겠느냐”면서 “‘재벌도 공범’이라는 여론을 업고 진행되는 청문회지만 되레 이번 청문회로 오해가 풀리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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