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장주식, 일부 공직자 재산은닉 및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악용
공직자가 재산등록을 하면서 액면가로 신고하는 비상장주식의 신고 방식이 문제가 됐다. 액면가로 신고를 하다보니 실제 거래되는 금액과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현실가치 반영이 가능하도록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인사혁신처로부터 제출받은 ‘2017년 정부 공직자 재산공개’자료를 바탕으로 공직자의 비상장주식 보유현황을 분석한 결과, 비상장주식의 신고 액면가와 시장가치 간 큰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차이를 보인 경우 무려 22배까지 차이를 보였다.
비상장주식의 경우 공직자 재산신고 시 액면가로 신고하도록 하고 있어 정확한 시장 가치 반영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 이에 일부 고위공직자들은 이를 악용해 자산의 규모를 위장하거나 자녀에게 부를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비상장주식을 활용해왔다.
일례로 박근혜 정부 당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경우, 자신과 배우자 및 자녀 일가가 100% 지분을 소유한 가족회사 ‘정강’을 설립해 자산을 운용한 바 있다. 이 회사의 비상장주식은 액면가 1만원으로 총 5000주가 발행되었으며, 우 전 수석은 이중 1000주를 소유해 재산 신고 시 해당 비상장주식의 가액을 1000만원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이후 ‘정강’의 자산 규모는 무려 150억원에 달하고, 매년 수억 원의 영업 외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우 전 수석은 차량을 한 대도 소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신고했으나, 우 전 수석과 그 가족들은 법인 명의의 고급차량을 최대 5대 까지 이용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일부 부도덕한 고위공직자들이 재산 은닉 수단으로 비상장주식을 활용하는 폐단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는 재산신고 시 비상장주식에 대한 정확한 가치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이에 2017년 정부 공직자 재산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전문기관에 의뢰해 공직자가 보유한 비상장주식의 가치를 평가한 결과, 액면가와 실제 가치가 큰 차이를 보이는 사례가 다수 발견되었다. 이 중 가장 큰 차이를 보인 사례는 무려 22배의 차이를 보였다.
모 고위공직자의 경우, 지난해 배우자 명의의 비상장주식 7만주를 신고했다. 해당 주식의 액면가는 주당 500원으로, 신고된 총액은 3500만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가치 평가 결과, 해당 주식의 최근 장외 거래가는 약 1만1000원으로, 신고 액면가의 22배에 달해 이를 반영할 경우 실제 자산 가치는 무려 7억 70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고위공직자의 경우, 지난해 배우자 명의의 비상장 주식 1만 5000주를 신고했다. 해당 주식의 액면가는 주당 500원으로, 신고된 총액은 750만원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실제 가치 평가 결과 해당 주식의 최근 장외 거래가는 약 7000원으로, 신고 액면가의 14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반영하면 실제 자산 가치는 약 1억500만원에 달하며, 해당 주식은 곧 상장을 앞두고 있어 실제 가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정 의원은 “공직자가 보유한 비상장주식의 액면가와 실제 가치의 차이가 최대 22배에 달하는 사례에서 확인 가능하듯, 현재의 신고 방식은 일부 부도덕한 고위공직자의 비상장주식 악용을 차단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다”며 “재산신고 시 비상장주식의 현실 가치를 감정받아 반영하도록 제도를 개선해 재산신고 제도의 취지가 달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임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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