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 이상 고가매물·일시적 1가구 2주택 물건 나오기도대출 막혀 살 사람이 없다···15억 이상 계약 상당수 철회매수·매도자 관망세 짙어···대치·압구정 전셋값은 상승공인중개사 “단기적 효과는 있을 수도···장기는 NO”
하지만 강남3구 부동산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정부 대책이 아직 가시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진 않다는 데는 궤를 같이했다. 매수자는 대출길이 막혀 고가 매물을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인 데다, 매도자들 역시 ‘기다리면 다시 오른다’는 기대심리로 물건이 다시 들어가는 사례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강남 3구 공인중개사들은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선 가운데 호가가 조금 떨어지나 약보합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언했다.
이덕원 한국공인중개사 대의원(서초구 잠원동 양지공인중개소)은 “최근 정부 대책으로 15억원 이상 고가 매물 중심으로 호가가 3% 정도 떨어졌다”며 “기존에 있던 매물 가격도 낮춰지는 상황인데, 수요자들은 대출길이 막혀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이 안 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대책이 나왔을 때 시장 가격이 올라가는 사례는 없는 데다, 특히 이번 대책은 대출·세금·보유기간 등을 망라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양도세 감액 기간이 너무 짧고, 매물을 살 수 있는 수요자가 없어 장기적인 대책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부연했다.
한편으로는 대책 이후 시장 관망세가 짙어졌다는 데 중지가 모였다. 김병성 한국공인중개사 대의원(송파구 가락동 쌍용공인중개사무소)은 “대책 이후 시장이 멈춰 있다”며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 모두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거래 당사자들이 아직 마음을 확실하게 정하지 못하고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청담동과 대치동 일대에서는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현상도 관찰됐다. 배왕 대의원(대치동 왕부동산중개사무소)은 “학군의 영향으로 부동산 수요가 여전한 데 매매 물건이 가시적으로 나오는 상황은 아니다”며 “이 때문에 전세가격이 최근 1~2억 가까이 올랐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부동산 대책으로 수요자들의 혼선도 생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문열 대의원(송파구 송파동 평안공인중개사무소)는 “최근 15억 이상 혹은 9억 이상 매매 계약을 준비했다가 갑자기 대출이 막히는 바람에 깨진 계약이 많다”며 “실제로 한 달 전에 20억원 매매가로 계약하기로 했던 건이 깨졌다”고 말했다.
12·16대책으로 분양가 상한제 적용을 받게 된 동대문구는 매수자들이 자취를 감췄다. 박경애 대의원(동대문구 제기동 호박부동산공인중개사사무소)은 “대책 이후 갑자기 수요자들이 관망세로 돌아섰다”며 “이전에는 정비사업 물건 관련한 전화가 많이 왔었는데, 이제는 일부로 전화를 돌려도 살 마음이 없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그간 ‘기다리면 오른다’는 학습효과가 반영돼 오히려 매물이 들어가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박경애 대의원은 “매물을 내놓는 사람들이 호가를 낮춰서 팔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며 “대출 규제가 강화돼 현금을 가진 사람들만 혜택을 보는 모양새다”라고 덧붙였다.
오문열 대의원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대책 발표 직전 4~5억원까지 집값이 올랐기 때문에 오히려 매도자들은 앞으로 기다리면 더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다수”라며 “일부 매도자들은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기기도 한다”고 전언했다.
대출 가능 수준이 종전과 같은 9억 이하 매물은 문의가 꾸준히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강남 내 수요를 충족시킬 공급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배왕 대의원은 “보유세를 올린다고 해도 대책 효과는 잠시뿐일 것”이라며 “공급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상 강남권은 더 오를 것이라는 시각이 여전하다”고 말했다.
오문열 대의원도 “양도세를 풀어준다고 하니 일시적 1가구 2주택자들의 매도 문의가 들어오고 있지만, 이들이 파는 집은 결국 서울이 아니라 수도권에 있는 집”이라며 “서울 내 수요가 많은데 공급 대책이 따라오질 않으니, 정부가 기대하는 수준으로 집값이 안정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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