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위탁 확대” 발표로 판 커진 파운드리 시장외신들은 “삼성이 미국 내 추가 투자” 우회적 압박수감된 이재용···수조원 투자 타이밍에 재계는 우려
다만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해 말을 아끼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수감된 상태라서 총수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에 고심이 깊다는 분석도 고개를 들고 있다.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파운드리는 제품 수주에서 양산까지 2년 이상 소요되는 장기적인 사업으로 그만큼 멀리 보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019년 4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르겠다”고 선언하며 ‘반도체 비전 2030’을 꺼내 든 것도 같은 이유다.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2위인 삼성전자의 TSMC 추격은 불가피한데 기술과 투자는 물론이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세세히 살펴나가야 한다는 뜻이 반영된 것으로 반도체 업계는 해석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올해 첫 경영행보로 평택 파운드리 생산설비 반입식에 참석해 “삼성전자와 협력회사, 학계, 연구기관이 협력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어 시스템반도체에서도 신화를 만들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연말 인사에선 최시영 사장이 승진과 함께 파운드리 총괄을 맡으면서 세대 교체를 단행하기도 했다.
반대로 TSMC의 질주도 거세다. TSMC는 올해 최대 30조원이 넘는 막대한 투자를 예고했다. 삼성전자도 이에 뒤지지 않으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이미 블룸버그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도 삼성전자가 미국 내 추가 투자를 단행할 것이라는 보도를 내면서 우회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는 국내에선 기흥과 화성에서 이를 담당하고 있으며 해외로는 미국 오스틴 사업장이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2005년부터 S.LSI사업부 내에서 파운드리 사업을 시작한 이후 2017년 ‘파운드리사업부’로 독립하면서 현재는 EUV(극자외선) 7나노 공정부터 3나노 GAA(차세대 트랜지스터)까지 미세 공정의 한계를 돌파해 나가고 있다.
일반적으로 더 미세화된 공정으로 갈수록 칩의 면적을 줄이고 성능과 전력효율을 높일 수 있다. 7나노 대비 5나노 공정의 경우 20% 향상된 전력 효율 또는 10% 향상된 성능을 제공한다.
지난해 10월 박재홍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부사장은 온라인으로 열린 삼성 세이프포럼에서 협력사 관계자들과 만나 “2022년까지 3나노미터 제품 양산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만큼 초미세공정에 고삐를 바짝 쥐고 있다.
특히 이러한 기술력은 자체 개발을 하지 않고 외주 생산만 하는 TSMC를 추격하기 위해 삼성전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와 TSMC가 비슷한 기술력이면 설계업체들은 ‘기술 유출’ 우려 등을 이유로 설계부터 생산까지 전부 가능한 삼성전자보다는 TSMC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구조적 차이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설계부터 위탁생산까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월등한 기술력과 신뢰도를 자랑해야 하는 데 이것은 TSMC와 다른 성격의 회사라는 점에서 발생하는 차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삼성전자의 TSMC 추격 발판은 깔린 모습이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2021년엔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반도체 매출액이 21조2000억원에 달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을 갱신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15조 미만에서 정체됐던 매출액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20조원대를 돌파할 것이란 예상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EUV 공정 도입으로 TSMC와 양강 체제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언택트’를 비롯한 자율주행과 친환경 기술 수요가 증가하는 데 저전력의 7나노미터 이하 반도체 수요에 대응할 수 있는 곳은 삼성전자와 TSMC가 유일하다는 점 때문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애플, 퀄컴, AMD 등 모든 글로벌 반도체 설계업체들이 높은 수준의 EUV 공정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를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TSMC와 삼성전자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부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이 있어 적재적소에 투자가 단행됐을 때 가능한 시나리오로 분류된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지금과 같이 구속된 상태에서 제한된 보고만 받고는 수십조원에 달하는 투자 결정을 적기에 내릴 수 있을지에 의문을 표한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이미 약 30조원이 들어가는 평택3공장도 착공했다. 수조원이 넘는 돈을 잇달아 투자금으로 투입하는 건 총수의 의지 없이 전문경영인(CEO)의 결정만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 관계자는 “투자 관련해선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을 아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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