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고점 대비 주가 반 토막···주주들 “서정진 명예회장 탓”비대위, 주식 5000만주 확보 계획···“임시주총서 경영진 교체”주가 방어·신속한 3사합병 요구···해외 매각방안도 추진할 듯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 5일 전 거래일 대비 12.10% 급락한 21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약 34조원이던 셀트리온의 시총은 하루 만에 30조원으로 쪼그라들었다. 셀트리온은 지난 9월 23일 28만4500원에 마감한 뒤 7거래일 연속 뒷걸음질치며 23.3%나 하락했다.
이날 셀트리온 뿐만 아니라 셀트리온제약과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일제히 파란불을 켰다. 미국의 제약주들의 급락 여파와 3분기 실적 악화 전망이 주가 하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의 주가는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 개발 등 잇단 호재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해 1월 12일 38만4000원(종가 기준)까지 치솟으며 기대감을 키웠지만 현재 주가는 고점 대비 반토막(43.2%)에 가까운 수준이다.
셀트리온의 장기 부진에 단단히 뿔이 난 소액주주들은 이날 ‘비상대책위원회’를 출범하고 지분 모으기에 돌입했다. 임시주총을 소집해 서정진 명예회장, 기우성 대표 등 최대주주 및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셀트리온 주주연합회는 이날 장시간 회의를 거쳐 비대위 출범을 결정했다. 위원장, 고문 위원 3명 등 총 5명으로 운영되는 비대위는 총 5000만주의 주식을 확보할 계획이다.
비대위는 온라인 커뮤니티 ‘씽크풀’의 종목토론방을 중심으로 세를 결집하는 중이다. 비대위 결성 하루 만인 6일 오전(10시 기준)까지 4000여 명의 소액주주들이 약 600만주의 주식을 위임한 상태다. 셀트리온의 소액주주 비중이 60%가 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을 위임하는 소액주주들은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주가 부진이 서정진 명예회장 등 대주주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주가 정상화를 위한 3사합병에 신속히 나서지 않으면 직접 경영진을 교체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셀트리온 지분보다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이 더 많은 서 명예회장 입장에선 셀트리온의 주식가치가 떨어질수록 유리하다. 따라서 서 명예회장이 3사합병에 대비해 주가를 관리하는 것 아니냐는 게 소액주주들의 주장이다.
또 서 명예회장은 자녀들에 대한 지분승계 과정에서도 주가가 낮아야 세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주식 매수청구권을 행사했을 경우 지출되는 현금보상액도 주가에 비례한다.
씽크풀 게시판에 글을 올린 소액주주 A씨는 “코로나19 치료제를 세계 두 번째로 만든 기업의 주가가 반토막이 됐다”며 “지난 10개월 동안 주가가 정상화되지 않은 건 셀트리온그룹의 3사합병과 대주주의 승계 문제 때문”이라고 호소했다.
또 다른 소액주주 B씨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원래부터 하나여야 하지만 자금조달 문제로 부득이하게 둘로 쪼개졌다”며 “합병으로 지배구조를 개선하면 일감 몰아주기 논란과 주가 저평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기 3사합병을 주장하는 셀트리온 소액주주들은 해외 글로벌제약사에 회사를 매각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3년 20%의 지분을 가진 서 명예회장이 해외매각을 발표한 것처럼 20% 이상의 지분을 모아 인수합병(M&A)을 추진하겠다는 이야기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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