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2023년 삼성 낸드플래시 탑재"美 "불장난 말라" 엄포 이후 공급사 변화감산 없는 삼성, 애플 물량 40% 끌어올 듯치킨게임서 살아남은 자신감 적중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등 매크로(거시경제) 불확실성이 반도체 산업을 강타한 가운데 시장 상황은 내년에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는 기존 경쟁사의 파산까지 불러온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은 만큼 시장 경쟁력에 자신감을 내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애플까지 고객사로 영입하면서 반도체 사업 전략이 제대로 적중한 모양새다.
22일 대만 IT전문매체 디지타임즈에 따르면 애플은 내년 낸드 공급업체로 삼성전자를 선정했다. YMTC로부터 128단 낸드를 공급받기로 했으나 이를 철회하고 공급사를 변경한 것이다. 애플이 삼성 낸드를 탑재하는 건 11년 만이다. 현재 애플은 삼성전자가 생산하는 D램을 사용하고 있으나 아이폰5가 출시된 지난 2012년부터 낸드 탑재를 중단한 상태다.
YMTC는 미국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로 정상적인 반도체 생산이 어려워졌고 미 의회는 YMTC 낸드를 사용하려 했던 애플에 "불장난 말라"는 경고까지 내린 상태다. 디지타임즈는 "YMTC가 지난 10월 미 상무부의 '미검증 명단(unverified list)'에 등재된 이후 오는 12월 미국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에 포함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메모리 수요 부진에도 생산량을 줄이기보다 '버티기' 전략을 구사했는데 미국 제재에 따른 애플의 사업 전략 수정으로 반사이익을 기대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감산을 시행하지 않는 배경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서버 수요가 견고할 것으로 판단돼 이를 대비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미국의 규제와 관련은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애플이 전체 물량 중 40%를 YMTC에서 조달하려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기업들이 경기 불황을 이유로 감산에 나선 만큼 삼성전자로선 애플발(發) 낸드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지난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인위적인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기본 입장은 변화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기업들이 생산량을 줄이는 이유는 재고 부담을 덜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 전방 수요가 줄어들수록 악성 재고로 전락하고 제품 가격도 하락해 수익성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 키옥시아, 마이크론 등 글로벌 메모리 기업들이 잇따라 '감산'을 발표했으나 정반대 사업 전략을 펼친 삼성전자에 우려 섞인 반응이 나왔던 이유다.
SK하이닉스 사례가 대표적이다. 회사는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60% 이상 줄었는데 인텔에서 인수한 솔리다임 재고 탓이 컸다는 분석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규모의 경제와 서버 응용처 확보 목적의 솔리다임 인수는 적절했다"며 "다만 다운사이클에서비용 증가 요인으로 변모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과거 반도체 '치킨게임'이 벌어졌던 시기에서도 살아남은 만큼 압도적인 원가경쟁력을 앞세워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한진만 부사장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위해 원가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업계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가진 원가 구조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이 점은 강력한 장점이라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치킨게임의 시작은 지난 198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은 4달러 수준이던 64K D램을 30센트까지 떨어뜨렸고 이에 인텔이 D램 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다. 또 2006년에는 대만이 7달러였던 D램을 3년 후 90% 이상 줄이며 세계 2위 D램 생산업체였던 독일 키몬다와 일본 엘피다가 각각 2009년, 2012년 파산하기도 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중국 메모리 업체가 삼성전자를 따라잡기 위해 기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애플 제품이 워낙 압도적이라 삼성전자로선 애플에 낸드를 공급하게 되면 공급사 확대를 비롯해 애플과의 관계를 구축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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