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 기술 이상 중국에서 반도체 생산 못해" 반도체 장비 美 영향 절대적···장비 수급 비상구식장비 쓰는 中다롄 팹···SK, 이러지도 저러지도
韓운영 中공장, 미국산 장비 수급 제재에 '충격파'
"동맹국과 기업들에 피해를 주지 않고 미국을 위협하는 중국의 반도체 능력과 발전을 저지해 나가겠다."
미국의 반도체 정책을 담당하는 앨런 에스테베스 미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은 최근 한국국제교류재단(KF)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워싱턴DC에서 개최한 한미 경제안보포럼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미국의 대중(對中) 견제가 계속된다는 뜻으로 사실상 중국에 들여지는 반도체 제조 장비 반입이 불가능해졌다는 점도 시사한다.
미국은 지난해 10월 미국산 반도체 제조장비의 중국 판매를 금지하는 대중 반도체 수출통제를 발표했다. 당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장비 반입을 1년 동안 허가받았으나 에스테베스 차관은 유예 조치 연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국내 기업이 "중국 공장에서 일정 기술 이상의 반도체는 생산하지 못하도록 한도를 설정할 것"이라고 답했다.
에스테베스 차관의 설명과 달리 국내 기업이 운영하는 중국 공장은 미국산 반도체 장비 수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미국은 반도체 장비 시장에서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미국 기업 장비가 없으면 반도체 기술력을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아서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글로벌 반도체 제조장비 기업 중 미국의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와 램 리서치, KLA의 합산 점유율은 45.7%에 달했다. 더군다나 네덜란드(ASML)와 일본(도쿄 일렉트론)은 미국의 중국 제재에 동참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미국의 반도체 제조장비 시장 영향력은 절대적"이라며 "ASML 노광장비에 쓰이는 레이저 플라즈마도 미국 회사가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미국의 영향력 아래에 있고 네덜란드는 유럽 국가이나 미국 의견을 거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산 장비가 없으면 미세공정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어렵고 제조장비 국산화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솔리다임 재고량 급증···적자 키워
D램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낸드 사업을 확대 중인 SK하이닉스에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특히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최대 규모인 10조원을 투자해 인수한 인텔의 낸드 사업부(솔리다임)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작년 하반기 낸드 사업은 솔리다임 탓에 재고량이 급등해 적자 폭이 커졌는데 미국의 제재에 중국 다롄 팹 운영이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중국 다롄 팹은 SK하이닉스 전체 낸드 생산량 중 31%를 책임지는 전략적 요충지다. 주력 제품은 144단 3D 낸드이며 64단과 96단도 생산 중이다. 다만 SK하이닉스가 업계 최고층인 238단까지 낸드 개발에 성공한 점을 고려하면 다롄 팹이 높은 기술력을 보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또 사측은 지난해 5월 다롄 팹 인근에 계획했던 3D 낸드 생산공장 증설도 발표한 바 있어 반도체 제조장비 반입이 필요한 상황이다. 당시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SK그룹은 다롄을 SK하이닉스의 핵심 생산기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성철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 선임연구위원은 "유예기간이 연장되더라도 중국 팹은 생산량을 늘리기도, 투자가 이뤄지기도 쉽지 않다"며 "반도체 장비가 없다면 어드밴스(진일보)된 기술을 중국에서 활용하기는 불가능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생산할 수 없는 물량은 국내에서 소화가 돼야 한다"며 "스마트폰 등 세트산업은 생산기지를 베트남이나 인도 등으로 이전하고 있는데 반도체 팹도 생산거점을 다변화해 중국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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