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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은행 이자장사의 역설

오피니언 기자수첩

은행 이자장사의 역설

등록 2023.03.20 16:51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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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국내 은행들이 뭇매를 맞는 배경이 됐던 '이자장사'가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로 인해 재조명되고 있다. 그간 국내 은행들의 수익구조가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장사'에 지나치게 치우쳐있다고 지적받았는데, 오히려 국내 은행들의 이같은 이자장사가 역설적이게도 안전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다.

SVB가 파산하기까지 복합적인 원인이 있었겠지만 '스마트폰'과 채권, 주식 등 유가증권 투자손실이 주된 이유로 꼽히고 있다. 은행의 위기 소식을 듣자마자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들이 순식간에 스마트폰을 이용해 예금을 대거 인출했다는 점에서다. 지점 방문없이도 손쉽게 은행업무를 볼 수 있게 해줬던 모바일뱅킹의 편리함이 독으로 다가왔다는 얘기다.

특히 SVB가 많은 비중을 유가증권에 투자했던 점도 파산으로 이끈 계기가 됐다. 금리 인상으로 인해 돈줄이 마른 테크기업들은 은행에 맡겼던 예금을 찾기 시작했다. 금리 인상으로 채권 가격은 하락했지만 SVB는 이들 기업에 예금을 주기 위해 손실을 감수하고 보유하고 있던 미 국채 등을 팔 수 밖에 없었고 이 소식이 전해지면서 결국 뱅크런으로 이어졌다.

작년말 기준 SVB의 총수신은 1747억달러, 여신은 743억달러이며, 여수신 비율은 42.5%였다. 같은 기간 보유 채권 규모는 1174억달러로 총 자산의 55%를 차지했다. 총 자산의 절반 이상을 유가증권에 투자한 것이다.

반면 지난해 3분기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국내 주요 시중은행의 여수신 비율은 일제히 90%가 넘는다. 총자산에서 차지하는 유가증권 비중도 모두 20% 미만이었다. '손쉽게 돈을 번다'며 지탄받던 국내 은행들의 이자장사가 아이러니하게도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 준 셈이다.

최근 은행은 정부가 메스를 든 주 타깃이었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의 과점체제 해소부터 보수체계 개편까지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에 나섰다. 이번에 파산을 맞게 된 SVB도 앞서 금융당국이 국내 은행들의 과점 체제 해소를 위한 벤치마킹 사례로 소개된 바 있다.

다만 이번 SVB 사태 등에서도 보았듯 은행들의 체질 개선은 신중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도 은행이 망했던 경험이 있다. 단순 은행 갯수만 늘린다고 '메기'가 되지는 않는다. 결국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고객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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