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업결합 승인 임박···4개월 만에 인수전 마무리친환경 에너지‧방산 시너지로 사업 경쟁력 제고 기대 대우조선 수익성 개선은 과제···다양한 신사업 추진할 듯
1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전날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 심사를 마무리하고 한화그룹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이르면 오는 26일 전원회의를 열고 경쟁 제한성 여부와 조치 수준 등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공정위의 심사는 이번 인수합병(M&A)의 마지막 관문이었다. 지난 2월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영국,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 유럽연합(EU) 등 7개 경쟁당국이 양사의 합병을 승인한 상태다.
공정위는 레이더와 항법장치 등 10여종의 군함 부품을 독과점 생산하는 한화가 함정 시장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시정방안을 한화 측과 협의해왔다. 함정부품 시장에서의 지배적 지위를 갖고 있는 한화가 함정 수주 입찰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우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정위는 가격·정보 차별을 금지하는 '행태적 시정방안'을 전제로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심사보고서엔 한화가 대우조선·HD현대중공업·HJ(한진)중공업 등 군함 제조사에 부품을 공급할 때 가격이나 기술 정보를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 안건을 전원회의에 상정함과 동시에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심사보고서 발송 후 기업의 의견서 준비·제출 절차 생략됐다는 건 한화그룹이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 조건을 받아들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한화 계열사 6곳은 지난해 12월 19일 공정위에 대우조선해양과의 기업결합을 신고했다. 공정위가 이달 중 양사의 합병을 승인하면 4개월 만에 심사가 마무리된다.
약 2조원을 들여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인수하는 한화그룹은 다양한 시너지 창출에 집중할 계획이다. 한화임팩트를 통해 HSD엔진까지 사들이면서 선박 건조부터 엔진 제작을 아우르는 '조선 밸류체인'을 완성하게 됐다는 평가다.
조선업에 진출하는 한화그룹은 신성장동력의 핵심인 친환경 에너지와 방산 부문에서 사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잠수함에 적용되는 한화의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한 친환경 선박 개발 ▲LNG, 암모니아, 수소, 풍력 등 한화의 에너지 분야와 대우조선해양의 에너지 생산 설비, 운송 기술 분야 간 시너지 등이 대표적이다.
이미 한화시스템의 전투체계는 대우조선해양의 특수선 부문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여기에다 LNG사업(한화에너지), 수소·암모니아 사업(한화솔루션·한화임팩트) 등 한화그룹의 에너지사업 밸류체인 전반에 대우조선해양을 더해지면서 시너지가 극대화 될 전망이다.
특히 한화그룹은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방산부문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한층 강화하게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말 한화디펜스에 이어 이달 한화방산을 흡수합병하면서 방산을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재편했다. 여기에다 잠수함 건조능력이 우수한 대우조선해양까지 자회사로 두게 되면서 '종합 방산 솔루션'을 구축하게 됐다.
대우조선해양은 고난이도의 최첨단 선박건조 기술이 필요한 잠수함을 30년 넘게 건조해오고 있다. 현재 한국 해군의 최신예 잠수함인 KSS-III BatchII 물량 전량을 담당하고 있고, 후속함정 수주도 예상되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그룹의 주력 자회사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종합 방산기업으로서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은 그 동안 적자가 지속됐지만 대규모 수주에 따른 수혜가 가시화 되면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변용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그룹에 편입되는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함정 전투체계 분야의 1인자인 한화시스템과의 협력관계가 강화돼 수출시장에서 더욱 입지를 다질 예정"이라며 "한화그룹이 이미 구축하고 있는 육상 분야의 방산 수출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상분야의 수출 역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와 수익성 개선은 한화그룹의 중요한 숙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4분기 4161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연결 기준)을 기록하면서 적자행진을 이어갔다. -664억원이었던 시장 전망치를 한참 밑도는 부진한 성적이다. 전년 동기 대비 6.9% 늘어난 매출액(1조4492억원)도 시장 전망치를 7.7%나 하회했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연간 누적 적자는 1조6000억원에 달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은 장기간 대규모 영업적자를 기록한 만큼 중장기 지속가능성 제고를 위한 신사업 진출 여부가 중요하다"며 "기존 해양플랜트 수주가 감소하고 있어 한화그룹 편입 후 해상풍력 관련 구조물 플랫폼 사업 진출을 기대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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