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16일 5대 금융지주 회장과 간담회소상공인·취약차주 지원 재차 당부할 듯"지금도 부담 상당한데"···업계는 '냉랭'
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오는 16일 윤종규 KB금융 회장,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이석준 NH농협금융 회장과 간담회를 갖는다.
금융당국 수장이 금융그룹과 얼굴을 맞대는 것은 대통령의 발언에 따른 후속조치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호소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사연을 소개했다. 이어 지난 1일 민생 타운홀 미팅 자리에선 "우리나라 은행은 갑질을 많이 한다"며 "독과점 시스템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연초 '이자장사'와 '공공재' 발언으로 은행에 곳간 문을 열도록 한 정부가 또 한 차례 업권을 몰아붙인 셈이다.
이에 간담회 중 김 위원장은 금융지주 회장에게 이른바 '상생금융 시즌2'를 주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민·취약계층,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대출금리를 내리고 연체이자를 감면하는 것은 물론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와 만기연장, 대환대출 지원에도 신경을 쓰도록 요청할 것이란 전언이다.
서민금융상품이나 정책금융상품에 대한 언급이 있을 것으로도 점쳐진다. 당국은 서민금융 효율화 방안을 준비 중인데, 핵심 재원인 금융회사 출연금을 상향하는 방안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김 위원장은 '횡재세'를 둘러싼 의견도 청취할 것으로 보인다. '횡재세'는 급격한 환경 변화로 큰 혜택을 본 기업에 세금을 더 받는 제도다. 현재 정치권에선 이를 도입함으로써 은행의 초과 이익을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일단 당국은 '횡재세'를 받는 대신 출연금과 기부금을 늘려 금융회사가 서민금융 공급에 기여하도록 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그룹 회장도 새로운 지원 계획을 제시함으로써 정부에 화답할 전망이다. 하나금융과 신한금융이 각 1000억원, 1050억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책을 발표한 데 이어 KB금융과 우리금융도 전략 수립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조만간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지원 프로그램에 수조원을 투입하는 데도 추가적인 부담을 떠안았다간 향후 더 큰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금융그룹은 연초부터 가계대출 금리 인하와 청년층 지원, 소상공인 긴급대출, 연체원금 상환지원 등을 골자로 하는 상생금융 플랜을 운영하고 있다. 회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그 규모는 수조원에 이른다. 일례로 우리금융은 소비자에게 연간 2050억원의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총 20조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회사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이 2조4383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5~6년치 이익을 상생 플랜에 쓴다는 계산이 나온다.
일각에선 정부가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시선도 존재한다. 민심을 얻고자 금융회사를 동원한 것처럼 비춰진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김포시 서울 편입 등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와중에 금융당국도 공매도의 한시적 중지를 선언했는데, 이를 놓고 업계에선 일련의 '총선용 정책'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이렇다보니 업계 전반에선 시간이 지날 수록 정부의 요구가 거세질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그간의 노력을 외면한 채 금융회사를 매도하는 데 서운함이 크다"면서 "고통을 분담하라는 취지엔 공감하지만, 지원에만 집중했다가 리스크 관리에 실패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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