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찾아 '반도체 협력' 모색하고 차세대 통신·AI 연구진과 기술 흐름 진단세탁기·TV·에어컨 가전 신제품 직접 점검
5일 삼성전자는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71조원과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의 실적(잠정)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1.37%, 영업이익은 931.25% 늘어난 수치다.
이로써 삼성전자는 2022년 4분기 이후 5개 분기 만에 70조원대 매출을 회복했으며, 불과 3개월 사이 작년 한 해 영업이익(6조57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증권가에서 추산한 5조2000억원보다 1조4000억원 더 많은 액수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의 양호한 실적은 반도체와 스마트폰, 가전 등 핵심 사업이 각자의 자리에서 제 역할을 해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은 메모리 가격 상승, HBM(고대역폭메모리) 수요 증가 등을 발판 삼아 7000억~1조원의 영업익을 내며 적자를 탈출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어 삼성전자는 사상 첫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 갤럭시 S24의 판매 호조에 글로벌 시장 점유율 1위(20%)를 탈환하기도 했다.
가전 부문 역시 힘을 보탰다. ▲네오 QLED 8K ▲삼성 OLED ▲98형 네오 QLED·UHD 등 AI를 장착한 2024년형 TV 신제품이 눈길을 끄는 가운데 고부가 가전 판매가 확대되면서 수익성을 개선한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삼성전자의 성과가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은 이재용 회장의 왕성한 현장경영과 무관치 않다는 게 재계의 전반적인 시선이다.
이재용 회장은 작년말부터 국내외 사업장과 주요 기업을 찾아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급격히 변모하는 트렌드를 읽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는 데 신경을 기울여왔다.
먼저 이재용 회장은 지난해 12월엔 반도체 업계 핵심 기업 네덜란드 ASML을 직접 방문해 차세대 노광장비 연구소 설립을 골자로 하는 1조원 규모의 공동 투자계약을 매듭지었다. ASML은 최첨단 반도체 양산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이 회사와 손을 잡음으로써 이재용 회장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역량을 한 단계 끌어올릴 발판을 마련했다.
또 이재용 회장은 AI 반도체 수급을 위해 삼성전자로 손을 내미는 글로벌 빅테크 CEO와도 회동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옛 페이스북) CEO가 그 주인공인데, 그가 한국을 찾았을 당시 이재용 회장은 삼성그룹 영빈관인 승지원에 자리를 마련해 두 시간 가량 만찬을 갖고 여러 미래 사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재용 회장은 연초엔 차세대 통신·AI 기술을 책임지는 삼성리서치를 찾아 직원을 격려하고 기술 흐름을 살폈다. 이 자리에서 이 회장은 "새로운 기술 확보에 우리의 생존과 미래가 달려있는 만큼 어려울 때일수록 선제적 R&D와 흔들림 없는 투자가 필요하다"며 "과감하고 치열하게 도전하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물론 이재용 회장의 이 같은 행보가 삼성전자의 실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는 단언할 수 없다. 하지만 총수의 적극적인 모습이 대외적으로는 회사와 제품의 가치를 높이고 나아가 직원의 사기를 끌어올림으로써 호실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재계는 진단하고 있다.
회장이 관심을 보이자 가전 부문이 분주해진 것도 이를 방증한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달 7일 수원 디지털시티에서 사업부 경영진으로부터 현황을 보고받고 '네오 QLED 8K' 등 TV 신제품을 점검했다. 기존 제품과의 차별성 그리고 리모컨 디자인에 주목하는 한편, TV와 디지털 사이니지 제품에 적용된 AI 기술과 디자인 전략 등을 들여다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가전 부문은 올인원 세탁·건조기와 TV, 에어컨 등 신제품 알리기에 주력하며 'AI는 삼성'이란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그 결과 1분기에도 유의미한 성과를 달성한 것으로 감지된다.
업계에서는 불황의 터널을 지난 삼성전자가 '이재용 효과'를 바탕으로 차츰 제자리를 찾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총수의 관심과 지원만큼 직원 사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도 없다"면서 "삼성전자가 본격적인 회복 흐름에 올라탔으니 이재용 회장의 현장경영도 한층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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