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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HLB, 자신감만큼 신중함도 중요하다

오피니언 기자수첩

HLB, 자신감만큼 신중함도 중요하다

등록 2024.05.21 16:17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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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지난 17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에 대해 최종보완요청서(CRL)를 보냈다. 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HLB그룹주는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고 시가총액 6조가 증발했다. 시총이 반토막 나며 한때 코스닥 시총 2위였던 HLB는 시총 4위까지 굴러떨어졌다.

FDA 최종 승인은 원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이번 승인 연기가 비단 투자자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에 유난히 큰 충격으로 다가온 데에는 이전에 HLB가 쌓은 '설화'가 작용했다는 점을 부정하기 힘들다.

지난달부터 부쩍 HLB는 자신감이 넘쳤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라고 볼 수는 없었다. HLB의 리보세라닙이 글로벌 임상 3상에서 보인 성과는 분명 긍정적인 것이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개최된 ESMO 2023에서 발표한 임상3상 연구(CARES-310) 결과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 병용요법 투여군은 22.1개월에 이르는 역대 최장의 생존 기간을 나타냈다. 무진행 생존 기간(mPFS) 5.6개월, 객관적 반응률(ORR) 33.1%(mRECIST), 질병 조절률(DCR) 78.3%로 나타나 통계적 유의성도 확보했다.

기존 승인된 간암 1차 치료제 중 글로벌 표준요법으로 활용되는 로슈의 표적항암제 '아바스틴'과 면역항암제 '티쎈트릭' 병용 요법(19.2개월)에 비해 생존 기간을 크게 늘린 고무적인 결과였다.

이에 업계에서도 리보세라닙이 국산 항암제로서 최초로 FDA 신약 허가를 받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떠돌았다. 지난 3월 파이널 리뷰가 끝난 후 진양곤 회장과 HLB는 이런 전망에 심취한 듯한 발언을 시작했다.

지난달 23일 진 회장은 한 IR행사에서 "다음 달 미국 FDA의 HLB 간암 치료제 '리보세라닙' 허가를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이에 한 매체가 승인 가능성이 높더라도 최종 결과는 기다려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한 회사 관계자는 "승인을 99% 확신하고 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물론 "1%의 위험은 있다"는 단서를 붙이기는 했지만, 앞선 진 회장 발언과 이어보면 시장에 '확신의 시그널'을 줬다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 발언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라는 말이 있다. HLB가 그간 짊어졌던 기대는 이미 지나치게 큰 수준이었다. 국내 기업이 자사 항암 신약 물질에 대해 자체적으로 임상 3상까지 마치고 FDA에 신약 허가를 받는다는 건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에 새 역사를 쓰는 일이여서다. 구태여 그 기대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부풀려야만 했는지, "1%의 위험"이 현실화 된 이 시점에 스스로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아직 희망의 불씨가 꺼진 것은 아니다. HLB 해명대로 이번 FDA 결정은 '신약 허가 거절'이 아닌 '수정 보완요구'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쟁점이 된 캄렐리주맙 CMC(제조공정) 문제에 대해 진 회장은 파트너사인 항서제약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을 HLB 공식 블로그를 통해 밝혔지만, 동시에 "파트너라 해도 상대 회사의 모든 영업비밀까지 열람할 권리를 갖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항서 CMC 지적 사항을 받아볼 수는 없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요컨대 수정 보완요구를 받은 가장 큰 이유인 캄렐리주맙 CMC 관련 문제에 대해 HLB 측은 항서제약의 해명을 일방적으로 믿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미 항서가 HLB 측에 CMC는 문제가 없다고 여러 차례 확인해 준 상태에서 벌어진 이번 사태가 보완 심사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신뢰를 쌓는 가장 큰 방법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서 결과를 보여주는 것뿐이다. 양치기 소년의 세 번째 외침은 누구도 믿지 않았다는 이솝우화 속 교훈을 HLB는 가슴에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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