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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비싼 차 안 팔리고 중국 맹추격···'산 넘어 산'

산업 자동차 인도로 가는 현대차②

비싼 차 안 팔리고 중국 맹추격···'산 넘어 산'

등록 2024.06.18 06:01

박경보

  기자

100만대 생산 체제 구축 앞두고 리스크 최소화판매 2위지만 EV·HEV는 中·日에 주도권 내줘생산효율 제고로 가격 낮추고 전략 신차 절실

비싼 차 안 팔리고 중국 맹추격···'산 넘어 산' 기사의 사진

현대자동차가 인도시장에서 생산능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산적한 과제도 적지 않다. 인도 판매 2위 자리를 굳혔으나 전기차는 중국에, 하이브리드는 일본에 밀리는 상황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지공장의 생산성 제고와 맞춤형 저가 전기차 출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17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인도법인은 최근 IPO 관련 예비 서류인 '투자설명서(DRHP)'를 제출했다. 구체적인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현대차는 이번 IPO를 통해 최대 30억 달러(약 4조1420억원)을 조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기준 인도의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6.6% 증가한 508만대로 글로벌 3위 규모다. 2013년 358만대에 머물렀던 인도 시장은 매년 4.6%씩 고성장을 이어가며 일본의 판매량을 앞질렀다. 특히 지난해 인도의 자동차 생산 대수는 584만대로, 독일을 제치고 글로벌 4위에 올랐다.

이 같은 인도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한 현대차는 지난해 GM 푸네공장을 인수해 20만대 이상 생산이 가능하도록 설비를 개선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푸네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는 첸나이공장(82만4000대)과 푸네공장을 주축으로 100만대 생산 체제가 구축될 예정이다.

앞서 현대차는 판매가 부진한 중국에서 현지 공장을 헐값에 매각하며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생산능력을 늘리는 인도에서는 IPO를 통해 안전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평가다. 다양한 주주를 둔 상장사는 지분희석 등을 통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고, 자산의 유동성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서다.

현대차 인도법인의 지난해 순이익은 9210억원(연결기준)으로, 전체의 7.7%를 차지한다. 현대차가 인도시장에 상장되면 4조원가량의 자금 수혈과 더불어 30조원 안팎의 현금화가 가능한 자산까지 보유하게 된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의 인도 시장 주력모델은 2000만원 미만의 소형 SUV이지만 영업이익률은 10% 중반에 달해 평균 대비 높은 수익성을 올리고 있다"며 "특히 인도는 중국 리스크 분산, 미국과의 관계 강화, 국경 분쟁에 따른 중국업체의 진출 제한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저가 전기차 라인업 부재로 점유율 미미


하지만 IPO 이후 현대차가 인도시장에서 풀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내연기관차는 타타, 마힌드라 등 현지업체를 비롯한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지만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시장에선 힘을 쓰지 못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와 기아의 인도 점유율은 14.6%로, 마루티스즈키(41.3%)에 이은 2위 성적이다. 반면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의 점유율은 각각 2%와 1%에 머무르고 있다. 인도 전기차 시장은 현지업체인 타타(점유율 72%)가 주도하는 가운데 중국 상하이차(14%)와 BYD(2%)의 점유율도 현대차보다 높거나 비슷하다.

인도는 4만달러가 넘는 수입 전기차에 대해 100% 이상의 관세를 매기고 있다. 전기차의 리튬 이온 배터리와 배터리팩에 대해 약 37.4%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어 현지 생산을 하더라도 배터리는 현지에서 조달해야 한다. 타타, 마힌드라 등 현지업체와 원가경쟁력이 높은 중국업체를 제외하면 인도시장에서 전기차를 판매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구매력이 낮은 인도 소비자들은 전기 승용차 대신 전기 이륜차에 눈을 돌리는 상황이다. 인도 정부는 2030년까지 승용차 판매량의 30%를 전기차로 채운다는 계획이지만, 현 추세대로라면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인도의 전기차 충전소도 지난해 기준 1만1000개에 불과하다. 중국의 전기차 충전소는 176만개, 우리나라도 11만개나 확보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현대차의 신흥시장 전략차종 크레타가 인도 시내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현대차의 신흥시장 전략차종 크레타가 인도 시내를 주행하고 있다. 사진=현대차 제공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흐름대로 인도에서도 하이브리드가 전기차의 성장세를 추월했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인도의 전기차 점유율은 2.7%였지만 4분기 2.0%까지 떨어졌다. 반면 하이브리드의 점유율은 1.4%에서 2.3%로 증가해 전기차를 앞질렀다.

전기차와 달리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인도의 하이브리드 시장은 일본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인도에서 판매된 8만6000여대의 하이브리드차는 마루티 스즈끼, 토요타 등 전량 일본 차다.

하이브리드를 앞세운 토요타는 2018년 16만대였던 인도 판매량을 지난해 32만대로 늘렸다. 인도 정부가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부가세 인하를 저울질하고 있어 앞으로 일본 차의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인도의 숙련되지 않은 노동 인력도 현대차의 리스크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인도의 월 실질임금은 400달러 수준으로, 중국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인도의 노동시장엔 젊은 인구가 꾸준히 공급되고 있어 장기적으로 낮은 임금 수준이 유지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저숙련 노동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생산성이 떨어지고 품질 이슈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지상과제 "중국 전기차를 이겨라"···관건은 신차와 생산성


이에 전문가들은 현대차의 IPO 이후 적극적인 노동자 교육과 인프라 투자가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전기차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맞춤형 저가 전기차가 시급하다는 조언도 있었다.

현대차 아이오닉5의 인도 판매가격은 460만5000루피(약 7607만원)에 달해 대중적인 모델로 보긴 어렵다. 반면 타타 티아고 EV는 80만루피(1308만원), 마힌드라 XUV400은 155만루피(2534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인도를 비롯한 대부분의 신흥국 시장에서 현대차가 중국 전기차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지 생산 체제 강화는 필수적이며, 현지 공장의 생산효율을 높여 가격을 얼마나 내릴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도시장의 중요성이 강조될수록 경쟁 강도는 지속적으로 높아지게 될 것"이라며 "중국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경형, 소형 등 저가형 전략차종과 전동화 라인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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