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7월 전세대출 이자 또 인상···3억 대출 월 126만 상환 주담대 금리 3%대···전세 난민 "주담대보다 비싼 전세대출" 비난"당국 은행 주담대 이자인상 통제하더니···전세대출은 묵인" 지적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전세대출 금리를 인상하고 있다. 다만 4%대를 웃도는 전세대출 금리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넘어서면서 실수요자인 서민들의 금융 부담을 가중시키고 주담대 수요를 자극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수요 억제보다 경기대응완충자본비율 상향 등 공급 억제가 효과적이라고 제언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전날 전세대출 금리를 최대 0.3%p 인상했다. KB국민은행도 지난달에 이어 지난 2일 전세대출 금리를 0.3%p 상향 조정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전세대출 금리를 네 차례나 올린 우리은행도 오는 12일 0.25%p 추가 인상하기로 했다.
시중은행들이 이달 들어 전세대출 금리를 잇따라 인상한 건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라는 금융당국의 압박 때문이다. 지난달 5대 은행의 전세대출액은 전월 대비 4014억원 증가해 2022년 8월 이후 23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현재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금리는 대부분 4%대 중반을 넘어섰다. 전국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이달 신한은행에서 전세대출(서울보증 고정금리 기준)을 받을 경우 최고 5.04%에 달하는 연 이자율이 적용된다. 3억원을 대출받으면 매월 이자만 126만원씩 갚아야 한다는 얘기다. 신한은행의 주택금융공사 전세대출 상품의 금리(고정형 만기일시상환 기준)도 최고 4.81%에 달한다.
이달 기준 우리은행의 전세대출(서울보증 기준) 최고 금리도 4.58%에 달한다. 이는 전월 취급 평균 금리인 4.13% 대비 0.47%p나 높은 수치다. 우리은행의 주택금융보증 전세대출 금리는 전월 평균 3.93%였지만 이달 최고 4.39%까지 치솟았다.
고공행진을 거듭한 전세대출 금리는 주담대 금리를 넘어선 상태다. 고정형 30년 원금분할상환 상품을 기준으로 신한주택대출(아파트)의 7월 금리(4.75%)는 전세대출 대비 0.29%p 높다. 국민은행의 KB스타 아파트담보대출 혼합금리 상품의 금리(3.60%)는 여전히 3%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나은행의 하나원큐 아파트론 상품의 최고금리도 3.64%다.
신한은행을 기준으로 전세대출과 주담대의 금리 역전현상은 지난 3월부터 5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신규취급액 기준 지난 2월 신한은행의 전세대출과 주담대(분할상환) 평균 금리는 각각 3.94%, 4.09%로 집계됐다. 하지만 3월엔 4.05%, 3.96%로 역전된 데 이어 이달에는 4.13%, 3.68%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올해 초 주담대보다 0.15%p 낮았던 전세대출 금리가 하반기 들어 0.45%p나 웃돌고 있다는 얘기다.
전세대출 이자 상환 부담이 높아지면서 일각에선 주담대 수요가 잡히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높은 금리로 아파트를 임차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내집을 마련하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전세대출 금리를 올리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방식은 부작용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섣부른 전세대출 인상이 서민경제를 위협할 뿐만 아니라 금융권의 부실화 위험만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전세대출 인상은 가계대출 억제의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이자부담이 커진 차주들의 연체 가능성이 높아지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대출 총량제는 은행 입장에서 매출이 줄어드는 만큼 금리를 높일 가능성이 높아 실수요자들에게 불리하다"며 "스트레스 DSR을 주담대와 전세대출에 적용하는 제도를 빨리 시행해야하고, 경기대응완충자본비율을 상향 조정해 공급을 줄이는 방안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경기대응완충자본이란 신용팽창기에 은행이 추가자본을 0~2.5%까지 쌓은 뒤 신용경색 시 이를 사용토록 하는 제도를 뜻한다.
서 교수는 "경기대응완충자본비율을 늘리면 보통 BIS 자기자본비율이 떨어지기 때문에 은행들이 스스로 대출을 줄일 수 밖에 없다"며 "수요 억제와 공급 억제가 함께 이뤄져야 실효성 있는 가계대출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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