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ML, 내년 매출 낮춰 잡아···반도체株 일제히 폭락"4분기 D램·낸드 가격 하락"···HBM은 8~13% 상승HBM 궤도 못오른 삼성, 하반기 영업익 추월당할 듯
17일 ASML에 따르면 최근 회사는 지난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2025년 300∼350억유로(약 44조4700억원~51조8800억원)의 매출을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전체 매출 예상치(280억유로)보다 높여 잡았으나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돌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당초 시장에선 358억유로의 매출을 전망했다.
크리스토프 푸케 ASML 최고경영자(CEO)는 "AI 분야의 강력한 발전과 상승 잠재력이 지속되고 있으나 다른 시장이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있다"며 "지금은 예상했던 것보다 회복이 더디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2025년에도 계속될 것"이라며 "고객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ASML의 '고백'에 반도체 기업이 크게 흔들렸다. ASML과 글로벌 반도체 장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미국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와 램리서치 주가는 전날 각각 10.7%, 10.9% 줄었고 엔비디아(-4.5%)와 AMD(-5.2%)도 크게 휘청였다. ASML 주가도 16.26% 급락하며 1998년 이후 27년 만에 가장 큰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
지난 9월 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겨울이 곧 닥친다(winter loom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 '한파'가 닥칠 것이란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IT 제품 수요가 약해 D램 사이클이 4분기에 정점을 찍고 2026년까지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분석이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현재 시장이 완전히 회복됐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반도체 업황이 최악이었기 때문에 올해 상황이 이전보다 개선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업황 회복을 주도하는 건 HBM, DDR5, 고용량 eSSD(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등 고부가 제품이라 소비자용으로 쓰이는 범용 반도체 시장이 아직 회복됐다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말했다.
반도체 가격도 위축될 것이란 분석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4분기 전체 D램 가격은 최대 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3분기 가격 상승 폭이 8~13%였던 점을 고려하면 크게 둔화한 것이다. 낸드 가격도 3분기에는 5~10%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4분기는 3~8%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트렌드포스는 "스마트폰 브랜드는 3분기에 기존 모바일 D램 재고를 줄였다"며 "이로 인해 모바일 D램 수요가 3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CXMT의 LPDDR4X 용량이 빠르게 확장되어 과잉 공급됐다"며 "4분기 모바일용 D램 가격은 5~10% 하락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소비자 시장 침체로 서버 수요만으로는 가격 상승을 뒷받침할 수 없다"며 "현물 시장 가격, OEM 간 가격 차가 확대되면서 공급업체의 가격 인상 능력이 제한돼 클라이언트 SSD 가격은 4분기에 5~10%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트렌드포스는 HBM 가격은 4분기에도 8~13%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전 분기보다 상승 폭은 둔화했으나 범용 제품보다는 수요가 견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HBM 시장을 이끄는 SK하이닉스의 경우 증권가에서는 3분기에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하고 4분기에는 12단 HBM3E 효과까지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HBM 등 AI 반도체 시장에 쓰이는 고부가 제품은 전체 반도체 생산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으나 기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에 반영되는 측면은 훨씬 크다"고 말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큰손'인 엔비디아를 아직 고객사로 확보하지 못하면서 3분기에 이어 4분기까지 부진할 것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은 SK하이닉스를 약 1조원 앞섰으나 증권가에선 양사의 하반기 영업이익이 역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뉴스웨이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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