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뉴스웨이 창간 12주년 비전포럼' 패널토론"규모 크면 남는건 규제 뿐···피터팬 증후군 심각"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2회 뉴스웨이 비전 포럼-한국경제의 미래, 누가 가로막는가' 패널토론 참여자들은 낡은 규제 철폐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번 패널토론은 전 규제개혁위원장을 역임한 강영철 좋은규제시민포럼 이사장이 좌장을 맡았다. 토론자는 배관표 충남대 국가정책대학원 교수, 황인학 국민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김진국 연세대 경제대학원 객원교수로 구성됐다.
우선 강영철 이사장은 우리나라 제도가 상당히 후진적인 구조로 돼 있다고 말했다. 강 이사장은 "각국 제도가 국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 우리나라 제도 경쟁력은 세계 전체 국가 경쟁력을 갉아먹는 수준"이라며 "실제 주한 외국 상공회의소 대표들과 식사 자리에서 한국에 투자하지 않는 이유로 매우 강한 규제가 꼽혔다"고 지적했다.
배관표 충남대 국가정책대학원 교수는 경제 활동의 최전선에 있는 MZ세대의 특성을 반영한 규제개혁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MZ세대가 규제를 인식하는 방식을 보면 시장의 자유와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는 '완화'의 입장을 보인 반면 개인의 권익, 안전, 공정성에 대해서는 정부가 개입해서라도 규제를 원한다"며 "이같은 특성을 이해하고 규제 개혁을 추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배 교수는 상속세와 관련한 MZ세대들의 인식을 보면 이 같은 '실용주의' 면모가 두드러진다고 주장했다. 실제 뉴스웨이가 창간 12주년을 맞아 MZ세대 205명을 대상으로 상속세 제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제도 자체에 대한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현행 상속 제도가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MZ세대는 흑백 논리를 뛰어넘어 필요성과 개선점을 동시에 제안할 수 있는 다각형적 사고를 한다는 것이다.
규제가 혁신을 가로막는 사례로는 삼성전자 헬스케어 서비스를 예로 들었다. 배 교수는 "삼성 재직 시절 준비했던 것 중 하나가 삼성헬스였다"며 "그 당시 새로운 혁신을 하려고 준비했지만 규제가 많이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특히 우리나라는 아직 건강에 관련한 사업들이 지지부진하다"고 꼬집었다.
대기업 규제를 연구해온 황인학 국민대 경제학과 겸임교수는 규제를 바꾸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황 교수는 "규제는 기업가 정신을 돋우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며 "현재의 MZ세대는 1987년 대기업 규제가 생긴 후 세대이기 때문에 대기업 규제 감성에 익숙해져 있을 수 있다"며 "낡은 것만 고치자는 건 현실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만 있는 대기업 규제 자체가 불합리하다는 지적인 셈이다. 그는 "한국에 대기업이 많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하면 10명 중 6~7명은 '많다'고 답하지만, 삼성전자 하나가 우리나라에서 빠지면 경제적 집중도가 확 떨어지는 게 현실"이라며 "(기업 경쟁력과 대기업 육성을 위해)경제력을 선 규제하기 보다는 남용할 경우에만 처벌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진국 연세대 경제대학원 객원교수는 한국의 기업의 '피터팬 증후군'을 없애고 성장을 독려하기 위해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 국민들의 대부분이 대기업을 악마화하고 있는 문화에 대해 비판하며, 이 같은 간극이 정치와 행정까지 어렵게 한다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우리 기업들의 피터팬 증후군은 대기업 규제에서 비롯됐다"며 "경제력이 너무 커지면 규제를 받기 때문에 혁신하기보다 '적당히' 크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국의 유통 플랫폼을 예시로 들었다. 김 교수는 "알리가 들어오면서 중국의 물류가 하루 아침에 변했다"며 "중국에서 하루 이틀만에 배송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머리가 뒤집어지는 충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같은 변화는 알리라는 기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하지만 시진핑이 마인을 잡으니까 중국 경제 전체가 같이 힘들어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MZ세대들을 향해 '공정성'을 근거로 규제를 지향한다면 우리나라 거대 플랫폼인 쿠팡, 카카오도 머지 않아 중국의 테무, 알리에 무너질 것이라고 일갈했다. 김 교수는 "공정이라는 단어 하에서 기업의 집중력을 막을 때, 과연 무엇을 중심으로 타겟팅 해야 할 것인가를 다시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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