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흐른 2013년, 세상은 변했다. 1위는 중국(2214만대), 2위가 미국(1107만대), 3위 일본(963만대), 4위 독일(572만대), 그리고 5위에 한국(452만대)이 올랐다. 10년 동안 최대 변화는 중국의 연간 생산량이 395만대에서 2214만대로 무려 1819만대가 늘었다는 사실이다. 연간 30만대 공장으로 치면 10년 사이 60곳이 생겨났다는 의미다.
이어 또 다시 10년이 흐른 2023년, 중국은 미국과 격차를 더 벌리며 3,016만대로 1위에 올랐고, 미국은 그보다 1955만대 적은 1061만대로 2위를 유지했다. 일본 역시 899만대로 3위를 지켜냈다. 하지만 4위 자리에 오른 국가는 독일이 아니고 인도다. 인도가 어느 순간 585만대로 치고 올라왔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이 424만대로 5위를 지켜냈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7위(400만대)에 오른 멕시코의 추격이 가파르다.
이처럼 20년이 흐르는 동안 자동차산업에서 가장 큰 변화는 중국과 인도의 급부상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최근 10년 동안 글로벌 전체 자동차 생산 대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세계자동차통계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 동안 연간 세계자동차 생산은 1억대를 넘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2017년 9862만대가 최고점이다. 그해 중국은 2847만대, 미국은 1124만대를 생산했다. 일본(970만대)과 독일(540만대)이 그 뒤를 따랐다. 이 말은 글로벌 시장 규모는 좀처럼 커지지 않는데 국가별 생산 점유율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중국의 확대 생산이 뚜렷했기에 그만큼 다른 어떤 국가는 생산량을 빼앗겼다는 뜻이다. 이때 빼앗긴 국가는 대부분 유럽에 포진한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다. 그리고 최근 일본이 생산 점유율을 빼앗기는 과정에 있다.
중국의 부상에 당장 유럽에 발등을 찍고 있다. 놀란 가슴을 감싸며 뒤늦게 관세 장벽을 세워 공략 속도를 늦추지만 중국은 현지 공장 설립으로 돌파하려 한다. 과거 한국차가 추진했던 해외 현지화 성공 전략을 철저하게 따르는 셈이다. 그런데 산업적 관점에선 생산지가 중요하지만 소비자에게 관심은 제품 및 브랜드에 쏠려 있다. 생산지보다 대부분 기업 브랜드를 통해 제품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생산지가 중요한 이유는 국가 경제적 이유에서다. 공장이 있어야 국가의 일자리가 창출되거나 유지되고 일감이 있어야 공장이 돌아간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들은 돈을 벌고 삶을 유지한다. 국가 또한 여기서 거둬들이는 세금으로 나라의 근간을 유지한다.
그래서 자동차 부문은 이미 산업 민족주의 성향을 떼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은 모든 자동차가 미국에서 생산 및 판매되기를 원하고 유럽의 일부 국가도 예외는 아니다. 공장의 생산 물량을 빼앗기면 자칫 100년 이상 구축해 온 자동차산업의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밖에 없어서다. 각 나라가 생산 공장을 유치하거나 빼앗기지 않기 위해 사활을 거는 배경이다.
이런 가운데 글로벌 자동차산업의 지형이 재편되는 중이다. 중국의 자동차 급부상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과 유럽의 발걸음도 빠르다. 미국은 원천적으로 중국차의 미국 진출을 막았고 유럽도 관세를 높였다. 이를 두고 일부에선 한국차에 기회가 생겼다는 해석을 내놓지만 이면을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 않다. 중국은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 보다 강력한 확장을 시도하는데 대부분 시장 규모가 점진적으로 커지는 곳이다. 여기서 한국은 중국과 직접 경쟁을 펼쳐야 한다. 반면 포화 시장은 산업 민족주의 분위기에 따라 국내 생산 물량이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수출이 어렵다고 내수 확대를 시도하는 것 자체도 별다른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쏟아지는 우려를 해결하는 게 정부의 역할이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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