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한 인텔 미 정부서 살리기 나서TSMC 기술력 확보 의도도 숨겨진 듯삼성전자 파운드리 위협될 수 있어
다만 두 회사 간 협업이 성사될 경우 파운드리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도체 패권을 되찾아오려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이들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블룸버그,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팀은 최근 TSMC 관계자들과 만나 TSMC와 인텔 간 협업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 측은 TSMC가 인텔의 미국 반도체 공장 지분을 인수해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미국 정부 및 여러 파트너와 함께 인텔 파운드리에 출자하는 방안 등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텔은 한때 '반도체 제왕'으로 불렸지만 근래 경영난을 겪어왔다. 지난해 영업손실만 116억7800만달러에 달하고 인력의 15%를 해고하는 구조조정도 단행했을 정도다.
이에 미국 정부가 인텔 구하기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인텔과 TSMC와의 협업을 통해 미국의 파운드리 라인을 공고히 하고 파운드리 시장의 독보적인 존재인 TSMC의 첨단 핵심 기술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또한 미국의 반도체 패권을 되찾으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해관계와도 맞아 떨어진다는 풀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미국에서 반도체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도 조금 만들기는 하지만 거의 모든 것이 대만에서 만들어진다"며 "대만은 미국 반도체 산업을 빼앗아 갔고 우리는 그 사업을 되찾고 싶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근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와 TSMC가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엔비디아는 미국 기업이지만 회사의 최고경영자(CEO)인 젠슨 황은 대만계 미국인이고 TSMC는 대만 기업이다. 대만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이는 미국에서 TSMC의 기술 노하우를 빼내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TSMC에서 이를 수용하느냐의 문제이겠지만, 독이 든 성배라는 것을 알더라도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을 외면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대만 파운드리 업체 PSMC와 일본 SBI홀딩스의 합작사인 일본 JSMC처럼 TSMC도 인텔과 합작사 형태를 택할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양사 간의 협업이 이뤄지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TSMC 주주들의 반대 등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양사 간 협업이 성사되면 고관세를 무기로 국가별, 품목별 전방위적 압박에 나서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를 든든한 지원군으로 얻을 수 있다.
파운드리 사업 중인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얘기가 아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는 3나노 공정 수율 문제로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는 등 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TSMC와의 시장점유율도 더 벌어졌다. 시장조사업체 트랜드포스 집계에 의하면 지난해 3분기 삼성전자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은 9.3%로 전분기(11.5%)보다 2.2%p 떨어졌다. 같은 기간 TSMC의 시장점유율은 62.3%에서 64.9%로 영향력을 확장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미국이 반도체 패군을 가지려는 계획을 갖고 있고 그런 차원에서 메모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메모리는 TSMC를 끌어들여 메모리와 비메모리 제조 모두 안정적으로 가져가려는 것"이라며 "TSMC와 인텔의 협업이 성사되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수주를 확보하는데 유리할테고, 고객사를 확보해야 하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입장에서는 기회조차 얻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태희 성균관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도 "TSCM와 인텔의 협업은 시너지 효과가 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 수 없어 꼭 '1+1=2'가 성립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당장 삼성전자 파운드리에는 위험요소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협상 결렬로 미국 정부에서 TSMC가 아닌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손을 내밀게 된다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 교수는 "만약 TSMC 측에서 인텔 파운드리와의 협업 안을 수용하지 않아 삼성전자 파운드리 쪽으로 협업을 제안하게 된다면 미국 빅테크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2234jung@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