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위기 상황에 구원투수로 긴급 등판기업 체질 개선은 물론 실적도 본궤도 올려 ‘최순실 게이트’ 악재에도 ‘능력’으로 연임 성공신사업도 철저한 성과주의···1등 KT주목
◇철저한 성과주의···KT 체질 개선 성공
황 회장은 KT 회장 취임 전 20년간 삼성에서만 근무한 ‘삼성맨’으로 잘 알려져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전기공학과 책임연구원을 거쳐 1989년 삼성반도체 DVC 담당으로 입사한 후 2009년까지 활약하며 ‘반도체 전문가’라는 수식어을 달았다.
황 회장은 2002년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렸던 국제반도체회로학술회의(ISSCC)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가 1년에 두 배씩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Hwang’s Law)을 제시‧증명한 것으로 유명하다.
반도체 전문가가 공룡통신기업인 KT의 수장이 될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회장 취임 당시 배임·횡령 혐의로 자리를 떠난 이석채 전 회장 이후 구원투수로 취임하면서 어수선한 내부 상황을 수습하고 KT 경쟁력 제고와 미래 성장 동력까지 찾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게 됐다. 또 이전에 몸담았던 회사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통신 회사를 제대로 이끌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극복해야 했다.
이러한 우려속에서도 황 회장은 먼저 대규모 인력감축을 단행하며 조직을 가볍게 만들었다. 취임 당일 오후 조직 개편과 임원 인사를 단행해 전체 임원의 27%, 지원 부서 임원급 직책 50%를 축소시킨 것은 업계를 놀라게 한 행보였다.
또 황 회장은 통신 및 융합 서비스를 중심으로 그룹사를 조정하고 통신과 관련 없는 KT렌탈 등 17개사를 매각하거나 청산해 실적 약화 요인을 없앴다. 이런 노력은 2012년부터 3년간 적자를 면하지 못했던 흑자 전환은 물론 KT를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시켰다.
◇KT, 지난해 최대 실적···2년 연속 ‘1조 클럽’
황창규 회장이 취임과 함께 KT와 고객들에게 제시한 청사진은 ‘기가토피아(GiGAtopia)’였다. 기가토피아는 ‘인간과 모든 사물이 기가 인프라로 연결되고, 융합 서비스를 통해 산업은 물론 생활까지 활력에 가득 찬 세상’을 가리킨다.
KT는 기가토피아 실현을 위해 2014년 10월 국내 최초로 기가 인터넷 전국 상용화 서비스를 개시했다. KT 기가 인터넷은 2016년 9월, 출시 1년 11개월 만에 가입자 200만을 돌파했으며, 2017년 1월 기준 가입자 250만을 달성했다. 또한 기가 인터넷은 기가 LTE 등을 통해 무선에서도 기가급 속도를 제공하는 기반이 되고 있어 KT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무선에서는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2015년 5월, KT는 통신 요금의 기준을 음성 통화에서 데이터 통화로 전환시킨 ‘데이터 선택 요금제’를 국내 최초로 선보였다. 2016년에는 10~20대를 겨냥한 Y24, Y틴 등 Y 시리즈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등 새 바람을 일으켰다.
유·무선 서비스의 성과는 괄목할 실적으로 이어졌다. 2015년 KT는 연결기준 3년 만에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했으며 2016년 실적은 더욱 개선 됐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2조7437억, 1조4400억원을 기록해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 클럽’을 무난히 달성했다.
이밖에도 ‘5G 시대’를 준비하는 데 황창규 회장의 역할이 컸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지난해 6월, KT는 ‘평창 5G 규격’을 공개하며 5G 생태계의 기반을 닦았고 이어 미국 버라이즌과 5G 기술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같은 해 10월에는 삼성전자와 공동으로 ‘5G 퍼스트 콜’에 성공해 5G 시대를 위한 주춧돌을 놓았다.
이외에도 ICT 기반 미래성장 사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16년 말 본인가를 받은 ‘케이뱅크’는 국내 최초의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출범을 앞뒀다. 스마트에너지 분야의 경우 에너지의 ‘생산-소비-거래’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통합 관제할 수 있는 KT-MEG 센터를 구축해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연임 성공···2기 황창규號
지난달 26일 KT CEO 추천위원회는 황창규 회장에 대한 면접 심사를 마치고 차기 회장 후보로 추전했다. 이어 31일에 열린 이사회에서 연임 안건을 의결하면서 황 회장의 연임은 사실상 확정됐다.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된 후 CEO추천위와 경영계약을 체결하면서 선임과정이 마무리 된다.
황창규 회장이 연임에 성공한 것은 지난 3년간 위기에 처했던 KT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것은 물론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을 만들었다는 평가가 주효했다. 또 앞으로 3년이 차세대 먹거리 산업을 발굴을 위한 중요한 시점인 만큼 황 회장의 통신판 ‘황의 법칙’이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기대감도 반영됐다. 지난해 연말부터 불거진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는 등의 악재를 넘긴 것도 이 때문이다.
연임에 성공한 황 회장은 앞으로 3년간 플랫폼, 글로벌 등 비통신 분야의 매출 비중이 20~30%에 달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시키겠다는 청사진을 발표했다. 미디어, 스마트에너지, 기업·공공가치 향상, 금융거래, 재난·안전 ‘5대 플랫폼’을 미래 핵심사업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를 통해 현재 통신 분야의 매출 비중이 대부분인 KT를 2020년에는 플랫폼, 글로벌 등 비통신 분야의 매출 비중이 20~30%에 달하는 플랫폼 사업자로 변신시킨다는 계획이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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