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감독 본질은 규제 아닌 지원” 취임 일성하반기 예정 종합검사 일정 줄줄이 뒤로 밀려과도한 자료요구와 인력 투입···‘표적검사’ 우려“피로감 크고 실효성은 의문···이참에 폐지해야”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종합검사를 둘러싼 정 원장 의중을 파악하려는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종합검사를 향한 실효성과 금융사 표적 검사 위험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이제 막 취임 이후 자기 색을 드러낼 참인 정 원장 체제의 금감원 속내를 짚고 넘어가자는 뜻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원래 폐지됐던 종합검사가 전임 금감원장 시절인 2018년에 재개돼 금융사에 막중한 부담을 주고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지나친 규제 일변도였던 시절과 지금은 또다시 달라져야 할 때라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진웅섭 전 금감원장은 종합검사의 관행적인 성격에 주목해 2015년 이를 폐지했다. 상시 점검을 강화하고 규제보다는 소통으로 발전적인 지점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철학이었다.
당시 진 전 금감원장은 “금융사 경영에 사사건건 개입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최소한만 간여해 자율과 창의를 촉진할 수 있도록 감독관행의 물꼬를 근본적으로 바꿔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반대로 윤석헌 전 금감원장은 2018년 3년 만에 종합검사를 부활시키며 금감원의 금융사 감독과 검사를 강화하겠다고 전혀 다른 노선을 취했다.
문제는 이때 재개한 종합감사를 두고 실효성에 고개를 갸웃하는 금융권 시선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단순히 금감원 감독을 받는 것에 불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효율성에서 지나치게 과거 지향적이라는 지적이다.
특정 금융사를 위한 종합검사에 금감원 인력 30여명이 투입돼 1달여의 종합검사를 하면서 과도한 자료 요청으로 금융사 직원들이 불만을 겪는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윤 전 원장 시절엔 우수한 금융회사에 종합검사 면제 혜택을 주고 취약점 많은 금융회사만 골라 실시하겠다고 했지만 막상 현장에선 금감원의 먼지털기식 검사와 보복성 검사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여기에 종합검사 이후에도 막상 금융 사고가 발생해 제대로 된 종합검사가 진행된 것 맞느냐는 의문부호가 달렸던 것도 사실이다. 종합검사가 다시 시행되고도 지난해 사모펀드 사태 등이 불거진 것은 역설적으로 ‘강한 사전 감독’이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금융권에서 정은보 원장의 입을 주목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때마침 정 원장은 취임 이후 줄곧 “금융 감독 기관의 방향을 재정립하겠다”며 “금융 감독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고 강조했다. 정 원장은 7일 열린 국회 정무위 국감에 출석해서도 “금융업계에서 현재 금감원의 전체적 검사와 제재가 과연 법과 원칙의 테두리에서 이뤄지고 있느냐에 대한 지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상화하기 위한 조치를 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정 원장 취임 전 금감원이 올해 하반기 종합검사 대상으로 내건 우리금융, 카카오뱅크, 동양생명, KB손해보험 등에 대한 종합검사 일정도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 등으로 뒤로 밀린 상태다.
최근엔 금감원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내부통제기준 준수 의무를 두고 법적 공방을 벌이는 와중에 금감원이 우리금융 종합검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가 금융권에 퍼지며 정 원장의 이런 취임 일성을 의뭉스러워하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이에 금감원은 “구체적인 종합검사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중점 검사대상은 정해지지 않았고 현재 진행 중인 제재·소송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발 빠르게 선을 그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여전히 정 원장의 취임과 일맥상통한 행보는 아니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과 소통하고 지원하겠다는 정 원장의 취임 일성 이후 그와 맞는 이렇다 할 행보를 뚜렷이 보여준 것은 사실 없다”며 “종합검사를 폐지해도 금감원의 감독 기능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 만큼 여러 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있는 종합검사를 두고 속 시원한 정 원장의 입장 표명이 있었으면 한다”고 꼬집었다.
뉴스웨이 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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