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공부 ‘QT’ 부활 가능성 거론에 직원들 부글부글종교색 논란에 2017년 사목실 폐지했다더니 아직 유지퇴사 사목 일부가 만든 법인서 컨설팅 서비스도 받아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재철 목사(이랜드재단 대표)는 이랜드그룹의 최근 아침조례 영상에서 “사목실에서는 아침마다 기도하고 있다”며 “10월에는 전사적으로 아침 QT가 회복되기를 간절히 구하고 있다”는 발언했다.
정 대표는 “QT의 회복이야말로 영양제로 묵은 땅을 기경하는 것임을 잊지 말라”며 “이랜드가 아마존과 구글, 그리고 삼성과 같은 회사와 다른 것은 ‘하말믿’이 우리 정신의 중심에 있기 때문”이라고도 언급했다.
이랜드의 QT는 콰이어트 타임(Quiet Time)의 약자로, 정상 출근 시간보다 1시간 가량 일찍 출근해 15~30분 가량 성경 공부를 하는 시간을 의미한다. 이랜드는 2017년 QT가 강제적 종교모임이라는 이유로 논란이 되면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식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시 회사 측은 QT가 자발적인 모임이며 참석하지 않아도 인사상 불이익이 없다고 해명했음에도 이랜드가 강제적으로 종교 모임을 갖도록 한다는 비판이 거셌다.
그러나 이랜드는 현재도 QT를 운영 중이다. 다만 전 그룹 차원에서 운영하지 않고 각 계열사나 팀 등 원하는 곳에서만 QT를 운영한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모임이 어려워져 한동안 축소 운영됐다.
이랜드는 최근 QT를 다시 진행하기로 하면서 임직원들의 신청을 받고 있다. 다만 이전처럼 출근 전이 아닌 자신의 근무시간 내에 원하는 시간에 QT를 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성경공부 외에 필독서, 외국어학습, 비즈니스 성공사례 탐구로 QT 시간을 활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랜드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은 현재 700여명인데 이 중 40여명이 QT 신청을 해 아직 신청 직원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영상을 통해 이랜드그룹이 여전히 사목실을 운영 중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이랜드그룹은 2017년 말 사목실을 공식적으로 폐지하기로 한 바 있다. 당시 이랜드그룹은 대기업이 특정 종교를 강요한다는 논란이 거세지자 사목실을 폐지하고 직원 대상의 정기 예배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사목실 소속 60여명의 사목들도 회사를 떠났다.
그러나 이들 사목 중 일부가 회사를 떠나지 않고 남아 여전히 회사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나머지 사목 중 일부는 이랜드를 떠나 2018년 컨설팅 회사 ‘엠씨컨설팅(MCC)’을 차렸다. 이 회사는 이랜드그룹에서 30여년간 사목으로 일했던 방선기 목사가 자문위원으로 참여하는 곳이다. 현재 이랜드그룹, 이랜드리테일, 이랜드건설, 이월드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사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의 유튜브 채널에는 김완식 전 이랜드이츠 대표 등 임직원이 출연한 영상도 확인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이랜드의 한 직원은 “최근 사내 기독교 색이 짙어지고 있는 분위기”라며 “사내 기독교인 비율도 낮아지고 있어 직원들의 반응이 좋지 않다”고 귀띔했다.
이랜드그룹 관계자는 “이랜드는 기독교 기업이기 때문에 기독교 문화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강요하거나 강제하는 것은 전혀 없다”며 “직장 내 선교는 다른 회사에도 있고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으며 우리 직원들 역시 거부할 권한이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QT는 이랜드의 기독교 문화가 남아 있어 그런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일 뿐, 본인이 성경공부가 아니라 외국어 등 자기계발을 선택할 수도 있다”며 “인사고과에 적용되는 등 강요를 하는 것도 전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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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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