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 2분기 이익, 대부분 1년 전보다 크게 줄어증시 거래대금, 31개월來 최저치···개인 영업은 '빈손'금리 상승 여파에 채권 운용 손실 확대, 저실적 직격탄하반기 시장 반등 두고 전문가들 낙관론-비관론 공존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5일까지 2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 증권사들 중에 지난해보다 이익이 늘어난 곳은 현대차증권 단 한 곳뿐인 것으로 집계됐다. 심지어 중소형 증권사 중에는 적자를 본 곳도 있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한국투자증권은 올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53.5%와 68.21% 줄어든 1305억원과 740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또 NH투자증권은 2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1년 전보다 60.8%, 55.8% 줄어든 1542억원과 1197억원을 나타냈다고 공시했다.
아울러 신한금융투자는 989억원의 영업이익과 846억원의 순이익을 각각 기록해 1년 전보다 이익이 50.53%, 45.31% 줄었고 KB증권 역시 분기 영업이익으로 834억원과 677억원을 나타냈다. KB증권도 1년 전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나란히 52.5%, 51.4% 감소했다.
또 하나증권은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90.3%, 85.9% 감소한 175억원, 196억원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8일 오전 실적을 발표한 메리츠증권 역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각각 17.1%, 16.7% 줄어 1988억원과 1584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규모가 적은 증권사들의 사정은 더 어렵다. 하이투자증권은 2분기 427억원의 영업이익과 303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지난해보다 각각 37.2%, 38.7%의 감소했다. 심지어 한화투자증권은 올 2분기 30억원의 영업손실과 9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해 2년 만에 적자로 전환됐다.
대형 증권사들의 실적 전망치도 처참하다. 미래에셋증권의 2분기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37.4% 줄어든 2720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증권도 영업이익 전망치가 47.5% 감소한 1871억원으로 예상됐고 키움증권도 35.8% 줄어든 1879억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됐다.
이밖에 이번주 실적 발표를 앞둔 대신증권, 유안타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 역시 지난해보다 나빠진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업계에서 홀로 1년 전보다 이익 규모가 늘어난 곳은 현대차증권이다. 현대차증권은 올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14.5% 늘어난 487억원, 순이익은 17.9% 늘어난 369억원이라고 공시한 바 있다. 이 회사를 빼면 국내 모든 증권사들이 지난해보다 이익을 덜 남겼다.
주요 증권사 실적이 이처럼 나빠진 것은 여러 요인이 있다. 우선 동학개미(국내증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는 물론 서학개미(해외증시에 투자한 개인투자자)까지 잇달아 증시에서 손을 털고 나가면서 개인 영업 관련 수수료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이 영향을 끼쳤다.
한국거래소가 집계한 올 7월 하루 평균 증시 거래대금은 13조3000억원으로 지난 2020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이며 지난해 연초 대비로는 30% 수준으로 감소하며 다수 개미들이 증시를 떠났음을 증명했다.
여기에 세계 주요국의 연이은 금리 인상 여파로 주요 증권사들이 운용했던 채권에서 상당한 손실이 발생했고 이것이 실적 악화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업계에서 유일하게 플러스 실적을 낸 현대차증권은 채권 규모를 선제적으로 줄인 것이 긍정적 요소가 됐다.
주요 증권사의 실적 악화는 증권주의 추락으로도 이어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상장 증권사로 구성된 KRX증권지수는 지난 5일 종가 기준으로 전 거래일보다 2.38%(14.50포인트) 오른 622.51로 마감했다.
이 지수에는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NH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한화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SK증권, 현대차증권, 유진투자증권, 다올투자증권 등 14개 증권사가 포함돼 있다.
이 지수는 지난 7월 15일 연저점인 554.28을 기록한 이후 소폭 반등에 성공했지만 올해 초 이 지수가 800선을 눈앞에 뒀던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후퇴라고 볼 수 있다. 올해 이 지수의 연고점인 1월 13일(784.59)와 비교하면 무려 20.66% 빠진 것이다.
증권지수에 포함된 증권사들의 시가총액도 비슷한 규모만큼 빠졌다. 올해 초 30조원에 육박했던 14개 상장 증권사들의 시총 합계는 23조원대까지 줄었다.
각 회사별로도 시총이 평균 1조원씩 빠졌다. 지난 1월 3일 5조4320억원에 달했던 '증권 대장주' 미래에셋증권의 시총은 지난 5일 종가 기준 4조919억원까지 줄었고 한국투자증권의 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의 시총 역시 4조4470억원에서 3조4829억원으로 감소했다.
각 증권사들은 최근의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세워보고 있지만 이렇다 할 묘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로 꼽히고 있다.
개미들이 증시를 떠나는 마당에서 개인 영업에서 수익을 늘리기란 불가능에 가깝고 투자금융(IB) 부문은 각 회사마다 역량이 다르기에 잘할 수 있는 회사가 한정돼 있다.
여기에 증시 불황 타개 대안으로 꼽혔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참여마저 부동산 시장 냉각과 이에 따른 부실 리스크 우려가 부각되면서 난국 타개 대안의 주목도가 다소 떨어진 상황이다.
전문가들의 향후 증권업 업황 전망은 낙관론과 비관론이 공존하고 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상반기 내내 시장을 압박했던 하방 압력 요소들이 하반기 중 해소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증권업의 반등 가능성을 높게 봐야 할 때"라고 전망했다.
반면 이홍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아직 유의미한 업황 반등 신호는 나오지 않고 있다"면서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이 언급되는 등 불확실성이 높기에 업황이 반등할 것이라고 섣불리 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