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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산업은행 정치금융기관 아냐"···이동걸 전 회장, 부산 이전 작심 비판

금융 은행

"산업은행 정치금융기관 아냐"···이동걸 전 회장, 부산 이전 작심 비판

등록 2023.03.02 14:48

수정 2023.03.02 15:16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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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산업은행 이전 관련 토론회 참석재임 시절부터 본점 이전 관련 반대 입장 고수"이전시 국가 전체적 관점서 뼈아픈 손실 초래"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이 2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제금융도시 서울을 위한 정책토론회(산업은행 이전 논란을 중심으로)'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노조 제공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이 2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제금융도시 서울을 위한 정책토론회(산업은행 이전 논란을 중심으로)'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노조 제공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이 정부가 산업은행 본점의 부산 이전을 추진하는 데 대해 "산업은행은 정치금융기관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을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특히 산업은행을 부산으로 이전하게 된다면 결과적으로는 국가 전체적 관점에서 손실을 초래할 수 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동걸 전 회장은 2일 서울시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제금융도시 서울을 위한 정책토론회(산업은행 이전 논란을 중심으로)'에서 축사를 통해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토론회는 금융노조와 서울특별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정책위원회, 서준오 서울시의원이 공동 주관했다. 이 자리에서는 금융도시로서 서울의 강점과 개선점, 국제금융도시 서울을 위한 산업은행 존치 필요성 등 금융경쟁력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논의가 이뤄졌다.

이 전 회장은 "산업은행을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산업 발전, 금융 발전이라는 정책적 목적이 항상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업은행이 크게 ▲시장 ▲고객 ▲정부기관 ▲유관기관 등과 긴밀하게 소통 해야하는 기관이란 점에서 현 정부의 산업은행 지방이전 추진에 대해 지적했다.

이 전 회장은 "먼저 산업은행은 시장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어야 한다"며 "런던의 '시티 오브런던'은 런던에서 가장 작은 행정 구역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에서 금융인 50만 명이 모여 세계를 움직이는 금융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모든 금융기관이 한데 모여 직접 효과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금융기관들이 함께 모여 한편으로는 치열하게 경쟁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긴밀하게 소통하고 협력해야 금융산업이 발전하고 고객에게는 가장 저렴하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고객에게 최적화된 금융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이 항상 고객과 가까이 밀접하게 접촉해야 하고 정부 정책에 발 맞춰 신속한 금융지원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정부기관과도 상시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유관기관과도 긴밀히 소통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회장은 "제가 재임했을 때 대규모 여신의 경우 해당 기업과 100여회의 미팅을 해야했고 굉장히 밀접하게 움직일 수 밖에 없는 그런 특성을 갖고 있다"며 "산업은행은 그 역할과 기능상 기업들이 있고 기업들이 찾아오기 좋은 곳, 금융인프라가 집중된 곳에 위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현재 본점의 부산 이전을 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얼마전 금융위원회가 올해 업무계획에 산업은행의 부산이전 추진을 포함하는 등 정부에서는 산업은행의 본점 이전을 추진 중이지만 노조와 직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산업은행을 이끄는 강석훈 현 회장의 경우 '국정과제라 어쩔 수 없다'며 정부 기조에 발맞춰 산업은행 본점 이전을 강행하고 있어 내부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달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본점 부산 이전에 대한 의원의 질문에 "1분기 중 지방이전 대상기관으로 지정되는 프로세스를 밟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말에는 정기 인사를 통해 지역성장부문, 해양산업금융2실 등 동남권 관련 조직을 대폭 확대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부산으로 이전하는 부서에 직원들 50여 명 이상을 배치했다. 이에 산업은행 노조에서는 "이번 조직개편 및 인사발령이 부산으로 내려가야하는 직원들에 대한 합숙소나 사무실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채 졸속으로 진행됐다"며 해당 인사에 대해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노조는 산업은행 이와 관련해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제출하는 등 반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전 회장이 이번 토론회에 참석한 데는 그 역시 재임 시절부터 산업은행 지방이전에 대한 반대하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만큼 노조의 힘을 실어주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앞서도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산업은행 지방이전에 대한 목소리는 있었지만 그 때마다 이 전 회장은 "산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하는 것은 진보가 아닌 퇴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산업은행 지방 이전이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정책금융 기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산업은행 부산 이전 공약을 내세웠을때에도 이 전 회장은 반대 입장을 드러냈다. 이 전 회장은 작년 5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충분한 토론과 공론화 절차 없이 이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심히 우려스럽다"며 "잘못된 결정은 불가역적인 결과와 치유할 수 없는 폐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전 회장은 당시 "박정희 정권 시절 가장 특혜 받은 지역으로 대한민국 기간 산업이 부울경에 집중돼 있다"며 "이제 부울경 스스로 자생하려고 노력하고 대한민국의 제2의 금융지면 다른 지역을 도와야 한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 전 회장은 이날 토론회에서도 "특히 정책 철학을 상시 공유해아 하는 금융당국과 멀리 떨어지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며 "단순히 지역균형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국책금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한다면 그것은 지역균형발전에 도움이 되지도 않으면서 국가 전체적 관점에서 뼈아픈 손실을 초래할 것이 명백한 상황"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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