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도입 4년 지났지만 "인터넷뱅킹 메인 화면서 실종"···소비자는 '불만'
19일 뉴스웨이가 5대 시중은행 홈페이지를 들여다본 결과 소비자는 적어도 4~5회를 클릭해야 비대면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화면에 접근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애초에 방법을 알고 있다면 수월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나 노령층과 같은 금융소외계층의 경우 많게는 10~20분을 들여야 하는 실정이다. 긴 시간을 할애하고 정작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한 소비자는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해 알아보고자 온종일 은행 사이트를 뒤졌지만 찾지 못해 포기했다"면서 "결국 지점을 방문하는 수밖에 없는데, 시간적 여유가 없어서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KB국민은행 인터넷뱅킹을 예로 들면, 소비자는 메인 화면 상단의 '개인' 버튼을 눌러 개인금융 페이지로 이동한 뒤 금융상품→대출→대출관리 순으로 메뉴를 따라가야만 비로소 금융인하요구권 설명을 확인할 수 있다.
NH농협은행도 마찬가지다. 개인인터넷뱅킹과 조회, 대출, 대출금조회·상환 등으로 이어지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 금리인하요구권 신청 화면에 도달하도록 설계돼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인터넷뱅킹에서도 소비자는 비슷한 방식으로 최소 세 번을 클릭해야 한다.
그나마 신한은행 이용자는 나은 편이다. 메인화면 중단의 대출 버튼을 통해 관련 페이지로 이동하면 한 눈에 서비스를 찾게 된다. 윗부분에 큼지막한 금리인하요구권 배너가 자리 잡고 있어서다.
모든 인터넷뱅킹에서 빠르게 신청 화면으로 넘어갈 수 있는 공통된 방법이 있기는 하다. 사이트 검색을 지원하는 '돋보기' 버튼을 눌러 '금리인하요구권'을 입력하면 된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신용상태를 개선한 소비자가 금융회사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제도다. 대출을 받은 개인이나 기업은 자신의 신용상태나 상환능력이 대출 당시보다 개선됐다고 판단됐을 때 이를 행사하면 된다. ▲취업 ▲승진 ▲재산 증가 ▲개인신용점수 상승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시중은행부터 저축은행·카드·보험사·상호금융 등 대부분의 금융사에서 신청할 수 있으며 신용·담보대출과 개인·기업 대출 모두 적용된다.
다만 제도 도입 취지를 고려했을 때 시중은행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게 전반적인 견해다. 금리 인하가 실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그 정보를 소비자에게 최대한 노출하지 않으려는 것처럼 비쳐서다.
무엇보다 5대 은행의 금리인하요구 수용 실적은 아직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은행연합회의 2022년 하반기 금리인하요구권 공시를 살펴보면 이들 은행의 수용률은 30% 수준에 불과하다. 농협은행이 69.3%의 양호한 수치를 제시했지만, 신청 건수가 1만6235건으로 타 은행보다 현저히 적어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시선이 앞선다.
따라서 은행으로서는 금리인하요구권이란 키워드를 전면에 내세우는 식으로 비대면 채널을 개편함으로써 소비자를 돕고 제도 안착에도 힘써야 한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특히 이러한 노력의 여부는 은행별 신청 건수로도 확연히 드러난다. 서비스가 편리하고 접근성도 높으면 필연적으로 신청도 빈번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신한은행(13만6420건)과 우리은행(16만6474건)을 제외한 국민·하나·농협 등 다른 은행은 그 수치가 5만건을 밑돈다. 같은 기간 32만9727건을 접수한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도 여러모로 비교되는 대목이다.
물론 은행도 나름의 입장은 있다. 인터넷뱅킹 플랫폼에 워낙 많은 서비스가 담겨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금리인하요구권은 소비자의 권리이자 필요한 제도인 만큼 은행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면서도 "수많은 서비스 중 많이 찾는 항목을 우선순위로 두다 보니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은행 차원에서도 소비자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서비스를 업데이트 하는 데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업권 전반에 금리인하요구권이 안착하도록 힘쓴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금융사가 내부신용등급이나 개인신용평가회사(CB) 신용평점이 상승한 차주에게 반기마다 적어도 한 번 이상 연락을 취해 금리인하요구권 행사 절차를 안내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동시에 각 기업은 금리인하 요구 거절 시 '불수용 사유'도 세분화해 공개해야 한다.
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2234jung@newsway.co.kr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sia0413@newsway.co.kr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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