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조7648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공급계약 체결계약 상대방은 영업기밀상 비공개···美 빅테크 기업 추정내년 가동 예정인 美 테일러 공장서 AI 반도체 생산할 듯
삼성전자는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글로벌 대형기업'과 총 22조7648억원 규모의 반도체 위탁생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금액은 최근 매출액(300조8709억원) 대비 7.6%에 달하는 규모다. 계약 기간은 이달 24일부터 2033년 12월 31일까지다.
계약 상대방은 영업기밀상 비공개로 처리됐지만, 업계에서는 8년에 이르는 장기 계약인 점과 계약 금액이 23조 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했을 때 미국 빅테크 기업 중 한 곳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는 "계약 상대방의 영업비밀 보호 요청에 따라 체결계약명, 계약상대, 주요 계약조건은 유보기한일(2033년 12월 31일)의 다음 영업일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대규모 수주 소식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파운드리가 적자 늪을 벗어나 흑자 전환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삼성 파운드리는 모바일 수요 부진과 가동률 정체, 경쟁사 대만 TSMC와의 격차 등으로 상당한 규모의 적자를 기록해온 바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장기적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경우 삼성전자 파운드리가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다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로부터 추가 수주를 확보할 경우 파운드리 사업의 체질 개선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통계를 보면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의 연간 매출은 약 124억달러(약 17조1000억원, 2024년 기준)로 추산되는데, 이번 수주를 통해 그 실적이 15%가량 증가할 것으로 점쳐진다. 계약 금액(165억달러) 기준 연평균 증가분을 반영한 수치다.
향후 관건은 양산성이다. 실제로 제조사가 고객사에 안정적으로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문제를 사전에 해결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계약이 2나노 또는 3나노 공정일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는데, 삼성전자는 아직 해당 공정의 양산성이 완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양산 과정에서 수율 문제가 발생하면 고객사의 신뢰를 잃을 수 있는 만큼, 제조사는 기술적 문제를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며 "만일 수율 문제가 생길 경우 추가 수주나 신뢰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계약 상대방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업체일 경우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와의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는 분석도 나왔다. AI 반도체는 용량이 크고 빠른 메모리와의 결합이 필수적인데, 삼성전자가 강점을 가진 HBM이 이에 최적화되어 있어 추가 수주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파운드리와 메모리를 동시에 지공할 경우 사업 간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이종환 상명대학교 시스템반도체학과 교수는 "파운드리 부문의 적자와 경쟁사인 대만 TSMC와의 격차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삼성 파운드리에 단비 같은 소식"이라며 "고객사가 언급되지 않았지만 AI 반도체 관련일 경우 HBM과의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 파운드리가 인정받았다는 측면에서 다른 빅테크 기업들까지 추가 수주를 기대해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번 수주로 고객사의 AI 반도체를 생산하고, 내년 가동 예정인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에서 생산을 맡을 것으로 예측된다.

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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