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에너지·스마트 머신·반도체' 사업구조 재편두산에너빌리티, SMR·가스터빈 선제 투자 성과현금 확보, SK실트론 인수···반도체 확장 본격화
두산은 2020년 유동성 위기로 구조조정에 나서면서 제조업 중심의 중공업에서 첨단 기술 중심의 친환경·에너지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해왔다. 특히 정부의 원전 정책에 실적이 좌우됐던 두산에너빌리티는 소형모듈원전(SMR), 수소·가스터빈 등 차세대 사업을 육성 중이다.
'중공업→ 미래 신사업' 새 옷 입는 두산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가스터빈의 첫 수출을 성사시켰다. 미국 빅테크와 380MW(메가와트)급 가스터빈 2기 공급 계약을 맺고, 내년 말까지 납품하기로 했다. 지난 2019년 국내 산학연과 함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을 국산화하고,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가스터빈 기술을 확보해 이룬 성과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에너지 신사업을 키운 건 정부의 원전 정책 변화와 연관이 깊다. 특히 문재인 정부 당시 탈원전 정책으로 국내 원전 수주가 끊겨 위기를 맞았다. 이에 두산은 선제적인 투자로 SMR·가스터빈 사업에 진입했고,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며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다.
이 가운데 두산에너빌리티는 최근 미국 '마누가(MANUGA·미국 원전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수혜 기업으로도 점쳐지고 있다. 마누가는 한국의 원전 기술을 미국 내 신규 원전 인프라 재건에 투입하는 한미 원전 협력 사업이다. 두산이 원전 주기기를 제작한 이력과 미국 원전기업과의 공급망 및 기술 협력을 맺어온 만큼, 해당 사업에 적합하다는 분석이다.
두산의 핵심사업은 ▲클린에너지(두산에너빌리티·두산퓨얼셀) ▲스마트 머신(두산밥캣·두산로보틱스) ▲반도체·첨단소재(두산테스나·두산 내 BG사업부) 등 3개 부문으로 나뉜다. 두산은 지난해 사업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효율적인 경영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계열사를 재편했다.
두산밥캣은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그룹의 매출을 올리는 핵심 계열사다. 올해 상반기 매출은 4조2958억원으로 전체(9조6451억원)의 44.5%를 담당했다. 두산밥캣은 소형 건설기계 기업으로, 북미 매출이 7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회사다. 2007년 두산인프라코어가 인수해 편입됐다.
스마트 머신 부문의 신사업은 두산로보틱스가 맡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설계·제조 사업을 하는 로봇 전문기업이다. 그룹 차원의 신사업이지만, 출범 이래 적자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생산실적이 줄면서 실적이 저조했다. 협동로봇을 생산하는 수원공장 가동률은 작년 69.6%에서 상반기 15.6%로 급감했고, 외주생산 가동률은 2%에 그쳤다. 이 기간 영업손실은 277억원으로 적자 폭을 키웠고, 매출은 61.2% 감소한 98억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두산로보틱스의 투자는 진행형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 7월 미국 소재 지능형 로봇기업 원엑시아를 인수했다. 기존 하드웨어(협동로봇) 역량에 원엑시아의 소프트웨어 기술을 더해 로봇 사업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되고 있다.
최근에는 업계 최대 규모 통합 연구개발(R&D)센터 이노베이션 센터를 개소하고, 피지컬 AI 구현 업무협약(MOU)도 맺었다.
두산 관계자는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전문인력 채용부터 조직 개편, 미국 원엑시아 인수, 로봇 연구개발(R&D) 이노베이션 센터 개소 등을 진행하며 지능형 로봇 솔루션과 휴머노이드 개발을 위한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현금 1조원' 실탄 마련···신사업에 쏠린 눈
반도체·첨단소재는 두산의 투자 행보가 기대되는 신사업 부문이다. 이 부문은 지주사 두산 내 전자BG사업부와 두산테스나가 전개하고 있는데, 상반기 매출은 각각 8791억원, 1352억원으로, 전체 비중은 10.5% 수준이다. 그룹 내 매출 기여도가 낮아 존재감이 약하다는 평가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반도체용 웨이퍼 생산기업 SK실트론 지분 약 70% 인수를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SK실트론의 기업가치는 5조원으로 추정되는데, 이 중 부채(3조원)를 제외한 실제 지분 인수에 필요한 자금은 약 1조5000억원~2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두산테스나는 완성된 시스템 반도체 칩을 검증하는 사업을 하는 반도체 후공정 기업이다. 최근 1714억원 규모의 반도체 테스트 장비 구매를 결정하며 사업 확장에 나섰다. 내년부터 2년간 장비를 순차적으로 도입해 반도체 테스트 수요 증가에 선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반도체 사업이 구체화되면서 '현금 1조원'의 사용처가 윤곽을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은 상반기 두산로보틱스와 두산에너빌리티 주식을 담보로 5000억원, 3600억원을 각각 빌렸다. 이를 포함한 두산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별도 기준 지난해 말 1478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조2386억원으로 증가했다. 10월에는 앞선 두산로보틱스 지분 담보 대출 상환을 목적으로 두산로보틱스 지분을 담보로 7000~8000억원 규모의 주가수익스와프(PRS)를 발행했다.
업계에서는 SK실트론의 몸집이 큰 만큼 두산이 재무적 투자자(FI)를 확보해 인수할 가능성도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두산의 현재 자금 여력과 과거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 문제로 사모펀드 등 FI들과 분쟁을 겪은 이력을 고려하면 단독 인수도 가능한 시나리오다.
두산이 SK실트론을 인수하면 '반도체 밸류체인'이 완성된다. SK실트론은 모든 반도체의 기판이 되는 실리콘 원판(웨이퍼)을 만드는 소재 공급업체로, 반도체 공정 초기단계를 담당한다. SK실트론이 반도체 전공정, 두산테스나가 후공정을 맡아 양 끝단의 사업을 구축하게 된다.
전자BG사업부와의 상호보완 시너지도 기대된다. 전자BG사업부는 반도체 기판용 동박적층판(CCL) 등 반도체 제조의 핵심 소재를 생산해 공급한다. 반도체 칩이 완성된 다음 칩을 보호하고 전기 신호를 전달하기 위해 기판을 올려 패키징(후공정)하는데, 이 기판의 소재를 만든다. SK실트론이 반도체 몸체를, 전자BG사업부가 반도체 패키지 기반의 소재를 만드는 구조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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