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80세에 접어든 임 감독은 “아직도 영화 개봉을 앞두고는 가슴이 떨린다”면서 “원작자인 김훈 선생의 힘 있는 필력을 스크린으로 ‘제대로 옮기지 못하면 어떡하나’란 걱정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며 소년 같은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공개된 작품은 전 세계가 인정한 거장의 면모다운 완성도를 자랑했다. 한 남자의 흔들리는 복합적인 감정을 극사실주의에 가깝게 표현하다가도 때론 추상적 관념으로 접근하는 등 전환과 연결 그리고 흐름 모두가 ‘거장’의 기운으로 흘러 넘쳤다.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가 이 영화에 극찬을 쏟아내며 트로피를 전달하고 있는 것만 봐도 완성도의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연기 경력 59년차에 접어든 안성기의 혼신을 다한 연기와 전신을 드러낸 김호정의 메소드 연기, 그리고 김규리의 판타지적 이미지는 ‘새로운 원작을 만들어 냈다’는 찬사를 받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 거장의 ‘스크린 명화’가 대중들에게 첫 공개되는 날 또 다른 ‘대가’의 작품도 함께 선을 보이게 됐다.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 등을 연출한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원조 강제규 감독의 신작 ‘장수상회’다. 영화는 노년의 두 남녀(박근형, 윤여정)가 선보이는 순수한 사랑을 그린다. ‘장수상회’는 강제규 감독의 실질적인 재기작이란 점에서 주목을 끈다. 강 감독이 무려 280억원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전작 ‘마이웨이’의 참패 후 절치부심 끝에 내놓는 작품이다. 더욱이 ‘대작 감독’이란 자신의 이미지를 깰 좋은 선례가 ‘장수상회’를 통해 만들어 질 수도 있다.
임권택 감독의 ‘화장’과 강제규 감독의 ‘장수상회’. ‘명인’ 반열에 오른 노구의 감독이 내놓은 신작과 흥행 마스터였던 중견 감독의 재기작이란 점에서 영화계는 ‘윈-윈’ 코드를 원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개봉 영화의 경우 최소한의 시간차를 두고 개봉일을 조정하는 게 영화계의 배급 관례였다. 일례로 지난 해 여름 시장 극장가를 주도한 한국영화 ‘빅4’(군도, 명량, 해적, 해무)는 일주일 간격을 두고 순차적으로 개봉했다. 한국영화와 할리우드 영화 역시 개봉 일을 겹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장수상회’는 대기업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담당한다.
‘화장’의 배급사인 리틀빅픽처스의 한 관계자는 17일 오후 영화 ‘화장’ 미디어데이 현장에서 뉴스웨이와 만나 “‘화장’이 과연 얼마만 큼의 스크린을 확보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겠다”면서 “개봉일이 확정된 가운데 최대한 많은 관객들이 접할 수 있게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거장의 ‘스크린 명화’와 영화 장인으로 꼽히는 중견 흥행 감독의 색다른 도전이자 재기작이 같은 날 흥행 시너지를 터트리는 즐거운 상상을 영화팬들은 벌써부터 하고 있다. 분명 그렇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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