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자 17일 선정최순실 게이트 등 논란 증폭돼 혼란스러워누가 뽑히더라도 선정 결과 논란 클듯새 면세점 등장으로 시장 경쟁 치열해져정부는 이번 심사에서 신뢰 회복 관건
이번 서울 시내 면세점 입찰전은 3개 특허에 5개사가 참여해 예년에 비해 경쟁률이 낮아졌다. 그러나 특혜 의혹, 정보 유출, 사업자 내정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심사가 무산될 위기에 처하는 등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관세청은 온갖 의혹에도 불구하고 심사를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어느 기업이 새 사업자로 선정되더라도 향후 유통업계는 물론 정치권에서의 후폭풍까지 거셀 전망이다.
◇롯데·SK 면세점 부활 가능할까=이번 면세점 대전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롯데면세점의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의 회생 가능성 여부다.
롯데와 SK가 지난해 11월 사업권 연장에 실패하면서 투자 위축, 고용 문제 등으로 인해 ‘구제’해줘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수십년간 국내 면세시장 구축에 일익을 담당한 두 회사가 사업권을 상실할 수밖에 없었던 현행 면세점 제도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고, 올해 초 제도 개선과 함께 특허 추가까지 이뤄지면서 롯데와 SK는 구사일생의 기회를 맞게 됐다.
그러나 몇 개월 사이 상황은 완전히 역전됐다.
롯데는 올해에만 두 차례 검찰의 집중적인 수사를 받았다. 지난 5월에는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이 특정 회사로부터 면세점 입점을 대가로 금품을 수수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이 사건은 롯데 오너 일가의 비자금 문제로까지 번졌고 롯데는 창립 최대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또 롯데그룹은 SK그룹과 함께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자금이 면세점과 관련한 대가성의 성격이 짙다는 ‘뇌물죄’ 의혹까지 받고 있다. 올해 면세점 특허 추가를 위해 재단에 자금을 내놨다는 의혹이다.
두 그룹을 둘러싼 ‘특혜’ 의혹이 아직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자 선정 후에도 논란은 증폭될 전망이다.
만약 롯데와 SK가 새 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된다면, 이 특혜 의혹 때문에 정치권과 유통업계는 다시 한 번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이게 될 전망이다. 관세청은 나중에라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특허를 취소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면세점 오픈 준비에 들어간 후에 특허를 취소할 시 또 고용, 투자 등의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와 SK가 심사에서 탈락한다 해도 또 다른 논란이 생기게 된다. 월드타워와 워커힐 면세점이 문을 닫은 후 특허 재획득만을 바라보고 있는 기존 직원들의 고용 문제를 해소할 길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업자 선정 심사 기준에 이번 논란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들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이 없는 상황에서, 아직 ‘의혹’일 뿐인 특혜 논란이 심사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이어진다면 관세청 심사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낳을 수밖에 없다.
◇신규 사업자 vs 경쟁 우위 확보=이번 신규 특허를 어느 사업자가 받아가느냐에 따라 면세시장 판도도 뒤바뀌게 된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5개사 중 면세사업 경험이 없는 기업은 현대백화점그룹이 유일하다. 현재 서울 시내 면세점을 운영하는 사업자는 롯데·신라(HDC신라 포함)·신세계·한화갤러리아·두산·동화·SM 등 7개 기업으로, 이번에 현대백화점이 사업권을 얻게 되면 새 중소·중견 사업자와 함께 9개 기업으로 늘어나게 된다.
새 사업자가 등장하는 만큼 면세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현대백화점그룹은 롯데, 신세계와 함께 ‘유통3강’으로 꼽힐 정도로 유통업력이 긴 데다가 백화점 사업을 기반으로 한 럭셔리 브랜드 운영 경력도 충분하기 때문에 면세 시장에서 새로운 강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기존 사업자들의 특허를 얻게 된다면 치열해지는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월드타워점이 기존 연 매출 5000억원 수준을 기록했기 때문에 이를 다시 확보하게 될 시 ‘세계 1위 면세사업자’라는 타이틀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진다. HDC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서울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얻으면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 보다 안정적인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SK네트웍스는 다시 면세사업을 하게 되면서 회사의 또 다른 동력을 확보할 수 있다.
◇투명·공정한 심사로 신뢰 회복할까=정부 입장에서는 이번 사업자 선정에서 보다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를 통해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현행 제도상 사업자 선정 과정을 정부가 직접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세 차례의 면세점 대전을 거치면서 선정 시비 논란이 불거졌고 정부가 관리하는 면세점 제도의 허점에 대한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사업자 선정 당시 특정 기업이 ‘내정 됐다’는 의혹도 관련업계에서는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심사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일부 기업이 탈락한 것도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게다가 관세청은 지난해 7월 직원 6~7명이 면세점 사업자 선정 발표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혐의로 ‘사전 정보 유출’ 논란에도 휩싸였다.
또 지난 2월 경제수석에 대한 관세청의 면세점 관련 보고에서 일부 업체의 특허상실에 따른 보완책과 추가특허 사업자 선정 필요성을 언급한 점도 논란이 됐다. 해당 보고가 박 대통령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독대 이후 올라간 것이었기 때문이다.
여러 논란에 시달렸던 관세청은 이번 결과 발표 때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명은 물론 해당 업체의 총점과 세부항목별 점수까지 투명하게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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