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후 12번 매각공고 등 새 주인찾기인근 정자사옥은 2014년 서울대서 매입해감정가 4000억대 서울 프라임 가격 맞먹어용인에 가까운 입지···용도변경 불가 치명적
애초 오리사옥은 분당선 오리역 1번 출구 역세권인데다 동쪽으론 오리공원과 탄천, 서쪽으로는 홈플러스 농수산물센터 등 상권으로 매각이 수월할 것으로 봤다.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인근 LH 정자사옥(옛 토지공사 본사)은 지하철 역세권이 아님에도 이미 2014년 분당서울대병원에 2421억원에 매각했지만 오리사옥은 아직이라서다.
업계에선 덩치가 크고 비싼(4000억원대)데다 건설사나 디벨로퍼들에 인기가 많은 주택이 아닌 업무용도로 한정됐다는 점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 LH통합 이후 경기지역본부로 활용하고 있어 수도권에 업무시설이 필요한 LH로서는 매각이 절박한 상황도 아니다.
23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LH 오리사옥은 지난 1997년 준공됐다. 대지면적 3만7997㎡, 건축연면적 7만2011㎡이며 지상 8층, 지하 2층의 본관과 지상 4층, 지하 2층의 별관으로 구성돼 있다. 입찰예정가는 토지 3733억7011만원, 건물 758억4094만원으로 총 4492억1106만원이다. 3.3㎡(평)당 가격은 2062만원 선.
현재 LH경기지역본부가 수원에서 자리를 옮겨 사용하고 있다. 주 용도는 업무시설이다.
오리사옥은 지난 2007년 제정된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혁신도시법)’에 따라 종전 부동산 매각 대상이 됐다. 종전 부동산은 혁신도시 등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의 청사 건물과 부동산을 의미한다.
LH는 지난 2009년 10월 이후 지속적으로 사옥 매각을 추진했지만 입찰자가 없어 성공하지 못했다. 10년간 총 12번의 매각 공고를 냈지만 불발된 것이다. 이유가 뭘까.
업계에 따르면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 실제로 오리사옥의 예정금액은 최근 매각된 서울 중구 을지로에 위치한 '부영을지빌딩' 매각가격(4502억원)과 비슷하다.
부영을지빌딩은 오리사옥에 비해 연면적이 20% 정도 작지만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데다 지하철역(을지로입구역) 바로 앞에 위치해 있다.
그런데도 개별 공시지가 상승으로 몸값(감정가)도 계속 오르고 있다. 본관의 공시지가는 지난 2015년 당 762만 2000원에서 올해 849만 6000만원으로 약 11% 상승했다.
입지도 약점으로 꼽힌다. 2014년에 팔린 정자동 LH 사옥은 상대적으로 판교와 가까워 매입자들 찾기 쉬웠으나, 오리 사옥은 분당에서도 변두리로 용인에 가깝다는 평가다.
오리역세권과 구미동 상권도 예전만 못하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오피스 빌딩을 지어 수익을 내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의미다.
용도변경 불가도 아킬레스건이다. 사업자들은 사옥의 용도를 주거시설로 바꾸면 효용가치가 높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현재로선 용도지역 변경을 기대하기 어렵다.
성남시는 '특별한 사유' 없인 용도지역을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다.
분당 지구단위계획에 따르면 오리사옥의 권장용도는 업무·문화 및 전략산업 관련 시설이다.
판매시설, 단독·공동주택, 위락·숙박·위험물저장 및 처리·공장·자동차관련 시설로는 쓸 수 없다. 오리사옥을 상업시설이나 주상복합으로 재건축해 활용할 길이 막혀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별관에 있는 수영장, 실내체육관, 테니스장, 스쿼시장은 체육시설 특성상 수익성이 낮다. 이들을 복지후생 용도로 남겨둔다면 회사 사옥으로만 사용해야 해 매수자 입장에서 용도가 제한적이다. 또한 재건축할 경우 층수에 손해를 본다는 단점도 있다.
건물 그대로 증축하면 본관은 14층, 별관은 11층까지 높일 수 있다. 반면 건물을 부수고 재건축하면 본관은 10·12층, 별관은 8층까지만 지을 수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사업자가 매입해서 LH에 재임대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러기에도 오리사옥은 수익률이 크게 나오기 어려운 구조로 볼 수 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LH의 계륵이 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성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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