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반도체 사업 키워드는 '고급화'HBM 등 고부가 제품과 맞춤형 전략으로 시장 공략
삼성전자 "작년 4Q HBM 판매량 40%↑···차세대 제품 출시 임박"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31일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 생성형 AI 관련 HBM 서버와 SSD 수요에 적극 대응하면서 수익성을 개선하겠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꾸준히 HBM 사업에 공을 들였고 차츰 성과를 내고 있다. 작년 4분기의 경우 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40% 이상 뛰었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규모가 3.5배 늘었다는 게 회사 측 전언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3분기 4세대 제품인 HBM3의 양산에 돌입했으며, 4분기엔 주요 GPU(그래픽처리장치) 업체와 거래를 시작하는 쾌거를 거뒀다.
김재준 부사장은 "HBM3와 5세대 HBM3E의 선단 제품 비중이 지속 증가하고 있다"면서 "상반기 중 판매 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하반기엔 그 비중이 90%에 이를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 HBM3E와 관련해선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했으며 상반기 중 양산에 착수할 것"이라며 "HBM4도 2025년 샘플링, 2026년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HBM3E는 기존 HBM3 제품보다 성능·용량이 50% 이상 개선된 게 특징이다. 12단(적층) 기술을 활용해 1초에 1280기가바이트의 대역폭과 최대 36GB(기가바이트)의 고용량을 제공한다.
동시에 삼성전자는 커스텀 HBM 공급을 위해 여러 기업과 세부 구조에 대한 협의도 이어가고 있다.
SK하이닉스 "상반기 HBM3E 공급 '스타트'···AI향 수요 대응 만전"
삼성전자보다 한 발 앞서 흑자 구간에 진입한 SK하이닉스도 '고급화'라는 올해의 핵심 키워드를 공유했다.
김우현 SK하이닉스 부사장(CFO)은 지난 25일 컨퍼런스 콜에서 HBM3E 등 프리미엄 제품을 중심으로 시장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예고했다.
SK하이닉스는 그 일환으로 AI용 메모리 HBM3E 양산과 HBM4 개발에 신경을 쏟고 서버와 모바일 시장에도 DDR5, LPDDR5T와 같은 고성능·고용량 제품을 적기에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새 주력 제품 HBM3E는 현존 최고 성능의 메모리로 평가받는다. 이 회사는 상반기부터 이를 AI 빅테크에 공급할 계획인데, 엔비디아의 최종 품질 테스트를 통과해 판매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함께 SK하이닉스는 확대되는 AI향 서버 수요와 '온디바이스 AI' 응용 확산에 대비해 고용량 서버용 모듈 MCRDIMM, 고성능 모바일 모듈 LPCAMM2 등의 준비에도 만전을 기한다.
"물량 싸움 지양하고 고부가 제품 앞세워 성장 기반 확보"
이처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비슷한 메시지를 내놓은 것은 지난 2년의 악순환에서 확인했듯 불황 속 물량 싸움은 모두에게 유익하지 않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전세계 반도체 공급업체는 제품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음에도 생산량을 줄이지 않으면서 전례 없는 혹한기를 보냈다. 결국 각 기업은 작년 초부터 웨이퍼 투입을 줄이는 인위적 감산에 나섰고, 4분기에 접어들어서야 재고가 안정화되면서 실적을 개선할 수 있었다. SK하이닉스가 작년 4분기 346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삼성전자가 D램 부문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이러한 흐름에 기인한다.
따라서 프리미엄 제품에 역량을 모음으로써 수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거래 기업을 늘려 성장 기반을 다지겠다는 게 이들의 복안이다.
무엇보다 AI향 메모리는 일반 제품과 달리 복잡한 공정을 거치며, 높은 수준의 성능과 안정성이 요구된다. 가격이 높은 것은 물론이다. 아울러 완제품이 만들어져도 이를 GPU(그래픽처리장치)와 결합하는 과정이 뒤따르기 때문에 거래 기업과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그런 만큼 각 기업으로서는 시장이 열리는 현 시점에 공격적인 영업으로 수요처를 확보하는 게 장기적 관점에서 유리하다.
흥미로운 대목은 HBM 시장의 선두 주자가 바로 이들 기업이라는 점이다. 트렌드포스는 작년 이 시장에서 SK하이닉스가 53%, 삼성전자는 38%의 점유율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했다. 90% 이상을 우리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HBM을 새 무기로 내세운 우리 기업간의 점유율 경쟁 향방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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