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 쏠림에 몸값 뛰는 D램···하반기 실적 견인하나

메모리 업체 HBM 역량 집중

범용 D램 '품귀 현상' 전망도

"레거시 수요도 회복···업사이클"

메모리 업체들의 HBM 쏠림 현상에 범용 D램이 '품귀 현상'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은 삼성전자 12나노급 D램. 사진=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업체들이 인공지능(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에 투자 역량을 집중하면서 오히려 구형(레거시) D램(DRAM)의 몸값이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HBM 쏠림 현상으로 인해 범용 D램 생산 능력(캐파)은 줄어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만 메모리 업체들 입장에서는 이 또한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범용 D램 품귀 현상은 곧 가격 상승을 의미하고 메모리 업체들의 이익 개선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PC용 DDR5 D램 가격이 오는 3분기 전분기 대비 3~8%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이전 전망치(0~5% 수준 상승)보다 상향 조정한 것이다. 또한 구식 D램 제품인 DDR3의 가격도 하반기 50~100% 상승할 것이라 예상했다.

이는 메모리 업체들의 생산이 HBM에 집중된 영향이 크다. HBM은 웨이퍼 다이 사이즈가 동일 용량의 D램보다 두배 정도 크다. 이에 완제품 생산에 필요한 웨이퍼 투입량이 범용 D램 보다 많다보니 상대적으로 범용 D램 생산은 감소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메모리 업체들은 현재 HBM에 대한 수요가 폭발하면서 증설 등을 통해 생산 역량을 쏟아붓고 있는 상황이다.

HBM이 추후 D램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메모리 업체들도 HBM 시장 경쟁력 제고를 위해 힘쓰고 있다. 트렌드포스는 전체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8%에서 올해 21%, 내년 30%로 점차 불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앞서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HBM 쏠림 현상으로 인한 범용 메모리 시장 공급 부족 현상을 전망했다. 보고서에서는 D램이 내년에 수요가 공급보다 23% 더 많은 극심한 '공급 부족' 현상을 겪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BM 공급 부족 비율(11%)보다 범용 메모리 부족 비율이 더 높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공급망이 HBM으로 빠르게 전환됨에 따라 일반 D램에 대한 투자 부족 현상이 나오고 있다"며 "2025년부터 스마트폰 및 개인용 컴퓨터의 AI 업그레이드 주기에 추가 메모리 용량이 필요하며, 그때까지 시장은 심각한 공급 부족을 보일 수 있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범용 D램 공급 부족 현상을 겪더라도 메모리 업체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가에서는 오히려 하반기 실적 개선을 이끄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도 보고 있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HBM 전환 투자의 가속화는 DDR5 물량 및 레거시 제품의 공급 제약으로 작용한다"며 "선단 노드 뿐만 아니라 레거시 제품 가격 상승도 동반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고영민 다올투자증권 연구원도 "올해 하반기 AI 수요(HBM 등)에 더불어 레거시(PC, 모바일, 일반 서버) 수요 회복을 동반한 업황 회복이 확인될 것이라는 점에서 완연한 업사이클 진입이라고 판단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