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상수 HMM오션서비스 해사디지털팀장10년 준비해 2020년 9월 종합상황실 열어디지털전환 접목, "스마트 선박 안전 관리"
지난 28일 부산 HMM 선박종합상황실에서 만난 변상수 HMM오션서비스 해사디지털팀장은 종합상황실에 대한 미래 전략을 이같이 설명했다.
부산광역시 중구에 위치한 선박종합상황실은 전 세계 바다 위에 떠 있는 선박들의 운항 상세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는 ▲선박의 위치 ▲입출항 정보 ▲화물 적재 현황 ▲연료 소모량 ▲전 세계 기상 현황 등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며 상황에 따라 선박의 승인 시, 종합상황실에서 원격 조정도 가능하다.
10년간 험난한 도전, '장밋빛 결실' 맺어
HMM 선박종합상황실은 10여 년의 오랜 준비 기간에 걸쳐 지난 2020년 9월 문을 열었다. 변 팀장은 팀원들과 함께 선박의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 DX)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연구하며 종합상황실 구축 준비를 차근차근해갔다. 그 결과 HMM의 최첨단 종합상황실은 육상과 해상을 잇는 소통 창구로 거듭나며, 스마트 선박의 안전·효율적인 관리를 꾀하고 있다.
종합상황실의 근무 인원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운항 관련 담당자, 연구원 등 약 25명 내외다. 종합상황실의 운영 관리 포인트가 늘어남에 따라 근무 인력도 지난해 기준 약 15명에서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변 팀장은 이곳에서 상황실 운영 관련 업무 전반을 총괄한다.
종합상황실을 꾸리는 여정은 평탄치 않았다. 종합상황실 추진 당시, 회사 내부에선 해운 산업에 DX를 접목하는 것에 대한 의구심이 일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물리적 재원을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변 팀장은 "'해운 산업에 IT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돈이 되는가'라는 부정적 인식 탓에 의사결정 단계에서 큰 고비를 겪었다"라며 "상황실 오픈 당시까지만 해도 DX에 대한 공감대가 적어, 회사로부터의 지원도 전체 지원의 20% 정도밖에 받지 못했다"라고 밝혔다.
추진 과정에서 여러 위기가 있었지만, 변 팀장을 비롯한 팀원들은 종합상황실 추진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변 팀장은 "자동화·디지털화가 산업 전반 화두로 떠오르면서 시대 흐름에 맞춘 선박 관리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라며 "그때부터 경영층(임원)을 지속적으로 설득했다"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변 팀장의 선구안은 빛을 발했다. 종합상황실 운영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맞물리면서 물류 대란이 발생한 것이다. 그로 인해 실시간으로 선박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종합상황실 역할의 필요성은 더욱 커졌고, 그 효과도 극대화됐다. 내부 임직원의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뀌게 된 계기다.
'안전·효율' 두 마리 토끼···사고 대응도 '신속'
선박종합상황실은 메인상황실과 세이프티룸, 퍼포먼스룸으로 나뉜다. 메인상황실에선 선박의 위치, 기상, 전자해도, 레이더, 선박의 CCTV, 엔진상태 등을 통합적으로 관제할 수 있다. 세이프티룸은 선박의 안전과 관련된 사안을 모니터링하고, 퍼포먼스룸은 엔진의 실시간 및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 엔진이 최상위 조건에서 운용될 수 있도록 관리한다.
종합상황실은 선박의 '안전'과 '효율'을 주축으로 운영하고 있다. 선박이 목적지까지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도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종합상황실의 메인 역할이다. 현재 상황실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선박은 총 36척으로, 배 팀장은 내년까지 이를 60척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변 팀장은 "종합상황실에서 안전을 0순위로 두고 있지만, 그렇다고 너무 비효율적으로 움직이면 비용적인 부분이 많이 든다"라며 "안전과 효율적 측면이 적절한 비율로 상존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라고 했다.
종합상황실의 유용성은 비상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변 팀장은 "선박 간 충돌 사고가 발생했었는데, 당시 선박에 탑재된 카메라(블랙박스)로 우리 선박의 면책 사유를 입증했던 기억이 있다"라며 "선박 손상 등 데미지 부분도 빠르게 확인해, 후속 조치도 신속하게 진행했다"라고 과거 위기 대응 사례를 언급했다.
사고 발생 시, 선박종합상황실은 그 즉시 비상대책본부 체제로 전환된다. 상황실 내 메인 모니터링 화면은 사고 현장 중심으로 재배치하고 선박 현장을 비롯한 영업 부서, 서울 비상본부, 해양수산부 상황실까지 통신 연결해 위기 상황을 체계적으로 대응해나간다. 이같은 위기 상황을 대비해 종합상황실 직원들은 매달 비상 대응훈련을 진행하기도 한다.
종합상황실의 가장 큰 경쟁력은 '차별적 선박 운용 관리'라고 할 수 있다. 선박 정보에 대한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고, 선박들의 모든 상태 값도 서버실에서 즉각 확인할 수 있어서다. 또한 기존 사고와 대응 사례들은 기록으로 남기 때문에, 향후 이러한 데이터를 레퍼런스로 삼아 재발 방지하는 데 뒷받침할 수 있다.
마지막 퍼즐 '디지털 트윈'···"5차 산업 시대 준비"
선박종합상황실의 최종 목적지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속 기계나 장비, 사물 등을 가상세계로 그대로 구현한 것이다.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디지털 트윈을 통해 시뮬레이션하며 결과를 예측하고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다.
변 팀장은 디지털 트윈을 해운업에 적용하면, 화물량과 선박 관련 모든 것들을 가상공간에서 제어하면서 선박 운용의 최적점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기술 발전 수준과 내부적 여건 등 복합적 이유로, 현재 디지털 트윈 구현 계획의 30% 수준밖에 오지 못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변 팀장은 오는 2030년을 목표로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다음인, 5차 때는 데이터 산업 시대로 완전히 넘어갈 것"이라면서 "종합상황실은 이 기조에 발맞춰 인공지능(AI)과 같은 첨단 기술을 마케팅, 영업, 교육, 해운법률 등에 접목시키며 자동화·디지털화 적용 영역을 꾸준히 넓혀갈 것"이라고 전했다.
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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