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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두 팔 걷어붙인 정부, 롯데케미칼 '빅딜' 시나리오까지 '솔솔'

산업 에너지·화학 벼랑끝 석유화학①

두 팔 걷어붙인 정부, 롯데케미칼 '빅딜' 시나리오까지 '솔솔'

등록 2024.11.28 06:36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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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케미칼 '위기설 진원지'···석유화학업계에 퍼진 공포중국발 공급 과잉·실적 부진 장기화···뜬소문만 무성해자구책 'M&A'···내달 '석유화학 경쟁력강화 방안' 발표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깊은 '불황의 늪'에서 바짝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br />
그래픽=이찬희 기자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깊은 '불황의 늪'에서 바짝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그래픽=이찬희 기자

롯데케미칼을 향한 위기론이 거세다. 한때 3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내며 롯데그룹의 '효자' 노릇을 했던 롯데케미칼이 이제는 위기설의 진원지가 됐다. '유동성 위기' 풍문에도 쉽사리 흔들릴 정도로 시장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재계 6위 그룹' 롯데를 휘청이게 한 롯데케미칼의 위기설은 더 확산돼 국내 석유화학업계 전체에 번지고 있다. 수년간 이어진 화학업종 불황에 '트럼프 2.0 시대'를 앞둔 불안감이 더해지며 전반적으로 공포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지난 40여년간 국가 경제 성장에 중추적인 역할을 해왔던 석유화학 산업이 위협을 받자 정부도 두 팔을 걷고 나섰다. 이미 구조적 한계로 장기 불황이 예고된 만큼 실효성 있는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장기화 된 '불황'···중국발 '공급과잉' 한계 봉착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깊은 '불황의 늪'에서 바짝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한때 강력한 경쟁력으로 반도체·정유와 함께 '수출 3대 효자'로 불렸던 석유화학은 중국 기업의 공격적인 나프타분해설비(NCC) 증설에 따른 대규모 물량·가격 공세에 밀려 이제 '매각 1순위'로 전락했다. 제2의 내수시장'이라 불렸던 중국이 자급률을 무섭게 끌어올리면서 '공급과잉'이라는 구조적인 한계에 봉착한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연간 에틸렌 생산능력은 5174만톤(t)으로 5년 전인 2018년(2565만t)의 두 배를 넘어섰다.

그러는 사이 국내 NCC 가동률은 2년 새 20%포인트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해 국내 NCC 가동률은 74%로 전년 대비(81.7%) 7.7%포인트 감소했다. 2021년 93.1%였던 가동률이 2년 연속 하락했다.

두 팔 걷어붙인 정부, 롯데케미칼 '빅딜' 시나리오까지 '솔솔' 기사의 사진

문제는 단순 수출 감소가 아니라 중국산 저가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풀리면서 석유화학 제품 마진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해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까지 크게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롯데케미칼이 위기설의 주인공이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과거 범용 석유화학 제품을 중심으로 한 '규모의 경제'에 힘을 실었던 만큼 경쟁사 대비 기초석유화학 비중이 더 커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1·2위도 피하지 못한 '매각설'···인수자 찾기 '난항'


오히려 공장을 가동할수록 손해인 상황이 지속되자 국내 석유화학사들은 가동률을 낮춰 생산능력을 조절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을 필두로 NCC 등 핵심 자산 매각, 범용 소재 사업 처분 및 구조 조정 소식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리는 이유다.

'업계 1위' LG화학의 여수 NCC 2공장의 매각설은 지난해부터 흘러나왔다. 지난해 6개월 동안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물밑에서 매수자 찾기를 시도했지만 불발됐다. 올해 3월에는 여수 스티렌모노머(SM) 공장도 가동을 중단했다.

롯데케미칼도 기초화학 산업 비중을 줄이는 자산 경량화(애셋 라이트)의 일환으로 최근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의 청산을 결정했다.

여기에 해외 진출의 상징이던 말레이시아 자회사 LC타이탄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연초부터 국내 석유화학기업과 대형 사모펀드(PFF) 등을 대상으로 매각 작업을 진행중이지만 인수자를 찾기 어려워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강도 구조조정 선제돼야"···대형 '빅딜' 가능성



국내 1·2위 석유화학사들이 앞다퉈 기초소재를 생산하는 NCC 공장을 매각하고 나선 것은 석유화학 업황 침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단면이다.

하지만 2년이 지나도록 뜬소문만 무성할 뿐 그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시황 자체가 우호적이지 않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좋아질 일이 없다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탓이다.

그럼에도 불황의 늪에 빠진 국내 석유화학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른 시일 내에 고강도 구조조정이 선제 돼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에서는 불황 극복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김수강 넥스트 연구원은 "이른 시일 내 구조조정을 결단하지 않을 경우 열위업체들을 중심으로 재정적인 어려움이 심화될 것"이라며 "일부 업체들이 자산경량화·구조조정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있지만, 기존 설비자산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정부 차원의 구조조정 지원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다 못한 정부도 팔을 걷고 나섰다. 내달 산업통상자원부는 '석유화학 경쟁력 강화안'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현장의 목소리가 얼마나 반영될지 관심이 쏠린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방안은 인수합병(M&A)에 걸림돌로 작용했던 규제 완화와 금융 지원 등이 있다.

현재로선 NCC 등 기초화학설비나 해외법인 매각 등으로 몸집을 줄이는 방법이 최선이다. 특히 일각에선 뜬소문만 무성하던 LG화학·롯데케미칼 등 대형 석유화학사 간 NCC통합이나 합작사 설립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위기설은 비단 롯데케미칼의 문제만은 아니고 경쟁력이 약화된 석유화학업계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며 "과거 일본과 유럽 사업재편 사례를 보면 알 수 있듯이 M&A를 통한 구조조정 외에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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