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조선업 재건 협력 요구···"높은 관심 확인 했다"일본식 '직접 투자' 대신 기술이전·공동건조 '초점'국내 '빅3' 美진출 의지···민간 주도 파트너십 강화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의 관세협상 데드라인인 8월 1일을 눈앞에 두고 정부가 총력전에 나서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등과 만나 대화의 물꼬를 튼 데 이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번 주 카운터파트인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단독으로 만남을 갖고 막판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도 내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따로 만날 예정이다.
'운명의 한 주' 오는 31일 한미 재무장관들의 막판 협상이 예고된 가운데 정부는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조선업'을 중심으로 새 카드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지난 26일 대미통상 대책 긴급회의를 마친 뒤 "미국 측의 조선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을 확인했다"며 "양국 간 조선 협력을 포함한 상호 합의 가능한 방안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러브콜'···韓 "미국의 높은 관심 확인"
K-조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직후 한국에 러브콜을 보낼 정도로,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제조업 부흥의 핵심이자 중국의 해양 패권 장악 시도를 견제하는 주요 수단이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 관계이면서 중국에 맞설 수 있는 조선 기술력을 가진 국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월 미 조선 산업 재건, 동맹국 협력 강화, 해군력·공급망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미국 해상 패권 회복'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한국의 미국 진출의 길을 열어둔 것이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지난해부터 미국 해군 군함 3척에 대한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연달아 수주하면서 미국 해군의 장기적 파트너로서 역량 입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 해군은 조선소 부족과 설비 노후화 등의 문제로 자국 MRO를 한국 등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조선업을 중심으로 단순한 '기술 협력'이 아닌 '기술 동맹'으로 양국 관계를 격상시키자고 제안할 것으로 알려졌다. '직접 투자'를 결정한 일본과 달리 기술이전·공동건조에 초점을 맞춰 관세 인하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지난주 미국과 협상을 타결한 일본은 5500억 달러(약 760조원) 규모 대미 투자 펀드의 주요 투자 분야로 '미국 내 조선소 건설 및 시설 현대화'를 제시했다. 여기에 기술 이전·인력 양성 등 협력 방안은 없었다.
반면, 한국 정부는 미국의 요구에 발맞춰 미국 내 조선업 인력 양성, 기술 이전, 현지 건조 등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협력→기술 '동맹'···적극적인 현지화 '카드'
정부는 국내 '빅3' 조선사인 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 등과 협의해 미국 조선업 부활을 위한 세부 협력안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미 국내 조선업계는 미국의 러브콜에 미국 현지생산과 기술 협력 등 현지화를 확대해 온 만큼 일정 규모의 추가 카드는 준비된 상태다.
현재로서는 추가적으로 미국 현지 조선소를 인수하거나 독(dock) 등 조선소 설비를 확장하는 방안도 협상카드로 배제할 수 없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일찌감치 미국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를 1억 달러(약 1377억원)에 인수했다. 이어 이달엔 한화 필리조선소가 LNG운반선 1척에 대한 3480억원 규모의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조선사가 LNG 운반선을 수주한 건 46년 만에 처음이다.
인력과 기술력이 부족한 한화필리십야드는 미국 내 행정 절차를 진행하고, 실제 건조는 한화오션의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 맡기는 구조다. '한화필리십야드 수주→한화오션 하청' 구조를 꺼내들면서 적극적으로 미국의 조선업 부흥 정책 대응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미국 현지 언론들은 "이번 수주는 미국 조선 및 해양 부문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미 조선소가 손잡고 상선이나 군함을 공동 건조하거나 기술 교류·인력 양성 등도 논의 대상이다. HD현대는 미국 현지 조선소와 현지 선박 건조 협력 및 공동 기술 개발, 기술 인력 양성 등 '파트너십'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4월엔 미국 해양·방산 1위 조선기업인 헌팅턴 잉걸스와 군함·상선 협력 가속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건조 비용과 납기를 개선하기 위한 노하우를 전수하기로 했고, 지난달 미국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와 '미국 상선 건조를 위한 전략적·포괄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HD현대는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와 2028년까지 미국 현지에서 LNG 이중연료 컨테이너 운반선을 건조하기로 한 데 이어 내년부터 미 주요 대학의 조선공학 인력 교류 프로그램을 정례화하는 등 인력을 양성하기로 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조선업 관련해서 한국 정부는 알래스카 LNG 개발사업을 포함해 미국 내 상선·함정 조선소 설립·투자와 같은 일본과 유사한 내용으로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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